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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DC는 죽었다"는 웹툰 대표…구글 이어 카카오 홀렸다

카카오가 글로벌 진출을 위해 1조 1000억원 짜리 승부수를 던졌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북미 기반의 웹툰(타파스)·웹소설(래디쉬)플랫폼 두 곳을 동시에 사들이기로 한 것. 그중에서도 타파스는 한국인 연쇄창업자가,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수도나 다름없는 미국 로스엔젤레스(LA)에서 운영하는 영문 웹툰 플랫폼이다. 
 

팩플 인터뷰, 북미 웹툰플랫폼 '타파스' 김창원 대표

카카오 인수가 발표된 다음날인 12일 중앙일보는 LA에 있는 김창원 타파스 대표를 화상으로 만났다. 김 대표는 "미국의 웹·모바일 스토리 시장은 (야구로 치면) 아직 2회 밖에 안 왔다"며 "이제 불이 붙기 시작했고, 전력을 다해야 할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타파스 김창원 대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글로벌전략담당(GSO). 카카오엔터 제공.

타파스 김창원 대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글로벌전략담당(GSO). 카카오엔터 제공.

첫 번째는 구글, 두 번째는 카카오

김 대표는 이번이 두번째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다. 2008년 공동창업자들과 운영하던 블로그 미디어기업(태터앤컴퍼니)을 구글에 매각했다. 구글이 아시아 기업을 산 건 태터앤컴퍼니가 처음이었다. 이후 김 대표는 구글에서 4년간 일하다가 다시 창업의 길에 나섰다. 그게 2012년 설립한 타파스다. 북미 최초의 웹툰 플랫폼이었다. 사용자들이 세로 스크롤을 해야하는 웹툰 문법에 익숙하지 않다보니 한동안 고전했다. 김 대표는 "시장 성숙도에 비해 우리가 2~3년 정도 빨랐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2018년부터 반전이 시작됐다. 오리지널 콘텐트를 내놓고, 유료화를 시작하며 급격한 성장세를 탔다. 지난해 매출은 2019년 대비 5배 성장했고, 현재 월간사용자(MAU) 370만명으로 올해 매출 500억원을 기대하고 있다.
 
대규모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를 두 번이나 했다. 
첫번째는 기술중심 회사였고, 이번엔 콘텐트와 사업모델 중심의 회사다. 회사를 팔고 끝나는 게 아니다. 충분한 지원 하에서 하던 일을 더 규모있게 진행할 기회라는 생각에 매각을 결심했다.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이 되기 전 매각했다. 아쉽지는 않은지. 
콘텐트 시장에서 인수합병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독자적인 성장도 가능하지만, 카카오의 과감한 콘텐트·지식재산권(IP) 투자를 보면서 우리가 힘을 합치면 글로벌 경쟁력을 더 빠르게 확보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매각후 김 대표는 카카오에서 글로벌전략담당(GSO)을 맡기로 했다.)
 
왜 카카오였나. 
솔직히 다른 곳의 제안도 있었지만 큰 고민은 안 했다. 지난해초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당시 카카오페이지) 대표가 미국에 와서 타파스를 찾았고, 함께 워크숍을 하며 '글로벌한 IP사업'이라는 같은 비전을 가졌다는 걸 확인했다. 이 대표가 그 자리에서 협력을 결정했고, 지분 인수 등이 이뤄지며 관계가 공고해졌다. 웹툰의 비즈니스 모델 면에서 카카오가 가장 앞서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타파스(Tapas)는 어떤 회사.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타파스(Tapas)는 어떤 회사.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타파스는 카카오의 꿈을 이뤄줄까

카카오는 왜 타파스를 원했다고 보나.
타파스는 미국 사업 10년 차다. 현지 사용자를 이해하고 있고, 새로운 콘텐트를 북미에 소개할 마케팅 실행 역량을 갖췄다. 더 중요한 건 미국 현지 스토리텔링 작가 커뮤니티와 오리지널 IP 생산 역량이다. 6만 3000명이 넘는 작가 커뮤니티(타파스트리)에 제작 스튜디오(스튜디오 타파스)를 붙여 미국발 슈퍼 IP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봤다.
 
같이 인수된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와 역할 분담은?
콘텐트에선 선을 긋기가 어렵다. 카카오엔터의 작품을 타파스와 래디쉬 양쪽에 제공할 수도 있다. 래디쉬는 웹소설 중심, 타파스는 웹툰 중심이어서 차이가 있다. 사용자 측면에서도 타파스는 (래디쉬보다) 비주얼 세대가 더 중심이다.
 

타파스가 작가들을 위해 운영하는 커뮤니티 포럼. 타파스 인수를 비롯해 작품 논의등 창작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 받는다. 타파스 홈페이지.

타파스가 작가들을 위해 운영하는 커뮤니티 포럼. 타파스 인수를 비롯해 작품 논의등 창작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 받는다. 타파스 홈페이지.

북미, 엔터테인먼트 중심

네이버도 북미 최대 웹소설 플랫폼(왓패드)을 6000억에 샀고, 네이버웹툰도 LA로 본사를 옮겼다. 
흔히들 북미를 일본에 이은 제2의 만화시장이라고 하는데, 그런 차원이 아니다. 마블·DC코믹스 중심의 전통 만화시장은 북미에서도 이미 다 죽었다. 이제는 작가-웹툰-영상으로 이어지는 '비주얼 스토리텔링 시장'이 중요하다. 이런 시각으로 보면 전 세계 엔터 시장의 중심은 여전히 북미다. 
 
구체적으로 어떤 전략으로 북미 시장에 접근하고 있나?
재능있는 작가를 확보하는 플랫폼이 되는 게 먼저다. 택시회사가 될 거냐, 우버가 될 거냐의 문제와 같다.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게 해주는 플랫폼을 열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잘되는 콘텐트를 찾아내 오리지널 콘텐트를 만들면, 그 이후엔 TV·넷플릭스·영화 등 무궁무진한 비즈니스 기회가 있다. 
 
마블·DC 코믹스는 IP사업에서도 강자 아닌가.
특정 코믹팬 위주의 히어로물이라는 한계가 있다. 북미 코믹팬은 타파스의 주 고객이 아니다. 웹툰은 미국에서 망가(Manga)가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보는 비주얼 스토리로 인식되고 있다. 3월 DC코믹스 편집장을 지낸 미셸 웰스의 타파스 합류(CCO)만 봐도 이 방향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걸 알 수 있다.
 
한국의 인기웹툰이 미국에서도 통할까.
미국 앱스토어에서 상위권 웹툰 앱은 모두 한국계 회사가 휩쓸고 있다. 누구나 공감하는 보편성이 있으면 통한다. 미국 진출이라고 일부러 코드를 맞출 필요는 없다. '군대'처럼 한국의 특수성이 부각된 콘텐트만 아니라면 다 통한다. 물론 현지 정서를 저격할 수 있는 번역도 중요하다.
 
타파스 앱과 실제 서비스중인 웹툰. 타파스

타파스 앱과 실제 서비스중인 웹툰. 타파스

결국은 IP, IP, IP 

김 대표는 지난해 실리콘밸리에서 로스앤젤레스(LA)로 회사를 옮겼다. 기술 중심의 실리콘밸리보다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콘텐트 생태계가 형성된 LA가 IP 기반 사업에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 

 
다들 IP가 중요하다고 한다. 타파스의 차별화된 경쟁력은 뭔가.
헐리우드도, 온라인동영상 서비스(OTT)도 모두 오리지널 스토리를 원한다. 넷플릭스 시대가 오면서 획일화된 콘텐트를 소비하는 블록버스터의 시대가 끝났다. 이제는 다양한 작은 이야기의 시대다. 원천 IP를 원하는 수요가 폭발할 수밖에 없다. 웹툰은 비주얼화된 스토리이기 때문에 영상으로 전환하는 데 가장 유리하다. 
 
타파스의 IP로 영상 제작 계획은?
웹툰을 원작으로 영화를 만들기로 판권 계약까지 마친 게 4~5건 가량 된다. 할리우드 내 유명 프로덕션 컴퍼니들이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출판 쪽으로도 뉴욕의 대형출판사 스콜라스틱 등과 계약하는 등 우리 IP를 활용하고 싶다는 요청이 늘고 있다.
 
창작자와 독자가 직접 연결되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주목받고 있다. 타파스는 어떤 역할을 할까.
타파스는 커뮤니티 공간이기도 하다. 독자가 작가를 팔로잉하거나 메시지를 주고받는 소셜네트워크가 이미 자리 잡았다. 팬들이 작가를 후원하는 모델(서포트)을 진작에 도입했고, 작품에 집중하며 수익을 올릴 수 있기에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부상이 반갑다. 
 
타파스 김창원 대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글로벌전략담당(GSO). 카카오엔터 제공.

타파스 김창원 대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글로벌전략담당(GSO). 카카오엔터 제공.

디즈니 넘어서는 美엔터 산업 선두 되고파

2018년 유료화를 시작했다. 유료화에 반감은 없었나.
젊은 세대는 콘텐트에 돈을 쓸 준비가 되어 있다. 작년 말 유료 콘텐트 이용권인 '잉크'를 할인해서 팔았는데, 100달러짜리 잉크 할인권을 이틀 만에 1800명이 구매했다. 내부에선 '넷플릭스 구독료가 한 달에 9달러인데 100달러짜리 이용권이 과연 팔릴까'라는 의문도 있었는데, 정작 소비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좋은 콘텐트에 대한 지급 의사는 확실하단 걸 알게 됐다.   
 
네이버웹툰과 앞으로 치열하게 경쟁할텐데, 전략은 뭔가.
북미에서 사용자 규모로는 네이버웹툰이 1위, 타파스가 2위다. 네이버는 트래픽 위주의 무료 콘텐트가 많고, 타파스는 프리미엄 유료 콘텐트에 집중하고 있다. 색깔이 달라 경쟁자라기보단 시장을 같이 키워나가는 중이라 본다.
 
타파스의 최종 목표가 궁금하다.
미국에서, 전 세계에서 알아주는 IP 플랫폼이 되어 IP 기반 사업을 하는 게 최종 목표다. 그러기 위해서 콘텐트 중심지인 LA 할리우드로 왔다. 작가들이 함께하고 싶은 회사, 창작자 생태계를 기반으로 IP가 쏟아져 나오는 회사로 키우고자 한다. 스토리텔링·콘텐트·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선두에 있는 디즈니·타임워너를 넘어서는 선두가 되겠다.
 
정원엽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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