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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호흡·소화기 복합 증상 환아, 의료진 팀워크로 맞춤 치료

[병원 탐방]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김하연(17·가명)양은 진행성 신경 질환인 리 증후군을 앓고 있다. 유전적 원인 탓에 발달이 지연될 수 있는 퇴행성 질병으로 호흡부전, 근육 약화, 구토·설사 등과 같은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김양은 구토가 유독 심해 몇 시간 혹은 며칠 동안 증상이 이어지는 주기적 구토 증후군까지 겪게 됐다. 영양 상태가 불량해 또래보다 몸무게가 작게 나가는 등 성장이 더뎠다. 기저질환의 영향으로 보고 증상을 완화하는 약물치료를 하면서 지냈다. 그런데 소화기 검사를 진행한 결과, 위가 횡격막을 밀고 올라가는 식도 열공 탈장이 발견됐다. 의료진은 탈장 치료를 위해 수술을 진행했고 이후 김양은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면서 구토 증상이 점차 잦아들고 식사를 제대로 할 수 있게 됐다.

"여러 분야 전문가 긴밀히 협업
소아 호흡·소화 다학제 진료팀
환아의 성장 걸림돌 제거 역점"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소아소화기영양과 박소원·임혜지 교수, 소아호흡기알레르기과 김경원 교수, 소아청소년과 김은영 임상전담간호사, 소아호흡기알레르기과 박미르 교수(왼쪽부터)가 만성·복합 증상이 있는 소아 환자의 치료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김동하 객원기자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소아소화기영양과 박소원·임혜지 교수, 소아호흡기알레르기과 김경원 교수, 소아청소년과 김은영 임상전담간호사, 소아호흡기알레르기과 박미르 교수(왼쪽부터)가 만성·복합 증상이 있는 소아 환자의 치료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김동하 객원기자

 
재활치료·영양·전담 간호 인력도 동참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 중에는 호흡기·소화기 증상을 달고 사는 경우가 꽤 많다. 선천적·후천적으로 호흡이나 식이에 문제가 있으면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성장 부전으로 이어진다. 특히 증상이 만성적이면서 복합적으로 나타나 환자·부모를 끊임없이 괴롭힌다.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은 이런 환자를 관리·치료할 때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긴밀히 협업해 질환을 치료하는 다학제 진료 개념을 도입해 운영한다. 이른바 소아 호흡·소화 다학제 진료팀(ADT·Aerodigestive team)이다. 소아호흡기알레르기과·소아소화기영양과·소아외과·소아재활의학과·이비인후과 의료진과 소아연하재활치료팀, 영양팀, 임상전담간호사가 팀을 이룬다.
 
호흡기관과 소화기관은 목구멍 부위에서 교차 구조로 돼 있다. 증상 간 상호 연관성이 높아 호흡기·소화기 증상이 서로 얽혀 발생하거나 문제가 생기면 증상이 연쇄적으로 나타난다. 중증 환자 상당수는 호흡 불안정과 기도 흡인, 삼킴 곤란, 위·식도 역류 등의 문제를 겪는다. 그러면 호흡기 질환이 만성화하고 음식 섭취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영양 결핍, 성장 부전 등의 문제가 뒤따른다. ADT를 주도하고 있는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소아호흡기알레르기과 김경원 교수는 “특정 진료과에서 단편적으로 접근해선 환자의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며 “이럴 땐 여러 전문 분야의 의료진이 다각도로 환자의 질병 상태에 대해 논의하고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다학제 진료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학제 진료는 호흡과 영양 섭취, 삼킴장애로 성장에 문제가 되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숨을 들이쉴 때 거친 협착음(그렁거림)이 반복되거나 만성 가래 등으로 호흡이 불안정한 환자, 흡인성 폐렴이 반복되는 환자, 사레 들린 기침이 반복되는 환자, 음식 삼킴이 불안정한 환자, 잦은 구토·구역으로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환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주치의가 다학제 진료 대상이라고 판단되는 환자를 ADT에 의뢰하면 ADT 의료진들이 환자에게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증상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치료 계획을 수립한다. 환자의 연령·기저질환·중증도와 보호자의 의견을 두루 고려해 진단부터 검사, 치료, 재활, 영양 섭취에 이르기까지 환자 상태에 가장 적합한 맞춤 치료를 제공한다. 김 교수는 “한 달에 한 번 정기 회의를 거쳐 환자에 대한 치료 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검사나 처치를 진행한다”며 “치료의 연속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치료 상황과 경과도 함께 점검한다”고 설명했다.
 
환자 88% “주증상 호전, 삶의 질 향상”
 
호흡·소화 다학제 진료는 1999년 미국 신시내티 어린이병원에서 처음 시작한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 수요가 급증해 현재 50개 이상의 관련 센터가 운영 중이다. 국내에선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이 선발주자 격이다. 2018년 도입해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지난 2년여간 187명의 소아·청소년 환자가 이곳 ADT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았다. 이런 다학제적 접근과 적극적인 치료는 환자의 건강 상태 향상에 기여한다. 병간호하는 보호자·가족들에게도 긍정적이다.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들의 주 양육자는 온종일 환자 옆을 지키며 돌봐야 하고 증상이 악화할 때마다 입원·퇴원을 반복하면서 상당한 피로감을 호소한다. 김 교수는 “통합적인 진단을 통해 적절한 시기에 최적의 치료를 하면 환자는 물론이고 이들을 돌보는 보호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 ADT 프로그램을 통해 치료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주증상이 호전됐다’ ‘환자 삶의 질이 향상됐다’고 응답한 비율이 각각 88%였다. 보호자들도 ADT 프로그램을 긍정적으로 봤다. 77%가 ‘만족한다’고 했으며 65%는 ‘주 양육자의 부담감이 줄었다’고 답했다. 김 교수는 “만성적이면서 복합적인 증상을 보이는 환자는 의료진이 함께 토론하고 의논하는 것이 최적의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ADT 프로그램이 환자가 건강하게 성장하고 이들을 돌보는 가족의 불편함을 덜어주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치료 사례로 보는 소아 호흡·소화 다학제 진료 성과
 사례1.
증상 - 이상훈(7·가명)군은 미숙아로 태어났다. 태어나면서 뇌출혈로 인한 수두증 진단을 받았다. 뇌출혈은 미숙아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문제점 중 하나다. 최근 들어 침과 가래가 많아지고 숨을 쉬는데 꺽꺽거리는 소리를 내며 숨쉬기 힘들어했다. 호흡이 힘드니 잘 먹지 못해 영양결핍 상태에 이르렀다.
 
치료 - 소아 호흡·소화 다학제 진료팀(ADT) 프로그램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이군은 침을 잘 삼키지 못하는 데다 후두의 연골조직이 선천적으로 연해 숨 쉴 때 그렁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후두연화증 때문에 호흡과 식이가 어려웠다. 호흡이 원활하도록 후두연화증 수술과 침의 양을 줄여주는 침샘 절제 수술을 받았다. 기존 같으면 재활이나 가래 제거, 콧줄 삽입 등 증상별 치료가 이뤄졌겠지만, 다학제 진료를 통해 근본 원인을 찾아내 증상 개선을 도운 결과 이군은 침의 양이 줄어들고 정상적인 호흡이 가능해졌다. 이전보다 식사하기가 편해지면서 체중도 늘었다.
 
사례2.
증상 - 박진수(17·가명)군은 2년 전 교통사고를 당해 뇌출혈이 발생하고 사지 마비가 왔다. 자가 호흡이 힘들어지자 한 병원에서 기관절개술을 받았다.  목의 피부와 기도를 연결하는 부분을 절개해 숨 쉴 수 있는 통로를 만드는 치료다. 하지만 이후에도 이물질이 기도로 들어가 폐에 염증을 일으키는 흡인성 폐렴이 수차례 반복됐다. 계속된 폐렴으로 가정용 인공호흡기를 사용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컸다.
 
치료 - ADT 의료진은 검사에서 위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하는 위·식도 역류 현상을 확인했다. 역류하는 소화액 등이 기도로 잘못 흘러 들어가면 흡인성 폐렴을 유발할 수 있다. 박군은 위 내용물이 역류하지 못하도록 위루관·위저부주름술을 받은 결과, 더는 폐렴이 반복되지 않았다. 지금은 가정용 인공호흡기 없이 자가호흡을 위한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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