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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70%·목재 40%·설탕 58% 폭등…조선·차·가구 직격탄

호주 서부의 철광석 채굴장. 로이터=연합뉴스

호주 서부의 철광석 채굴장. 로이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보급에 따라 미국 등 주요국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이에따라 철강·목재·구리·원유·곡물 등 원자재를 수입해 쓰는 국내의 자동차·조선·전자·가구·식음료 회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원자재가 부담이 높아지면 결국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정부도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 소비자 물가로 전파 우려

 
원자재가 급등의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 업종이 조선이다. 배를 만들 때 쓰는 철강 재료인 후판(厚板, 두께 6㎜ 이상의 철판) 가격 상승에 고심하던 조선업계로서는 한층 더 높은 비용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한 조선업협회 관계자는 “지금 후판을 써야하는 단계에 있는 공사 물량은 1년반 쯤 전에 수주한 것”이라며 “그 때는 후판 가격이 비싸지 않을 때여서, 현 공정에선 그만큼 조선회사가 비용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최근 후판 가격은 1t에 110만원 수준으로 1년 전에 비해 70% 정도 올랐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국내 철강 회사들이 조선용 재료 생산은 줄이고 자동차 재료 생산을 늘리는 상황도 위기를 더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박 수주 호조의 역설 우려

조선업계가 올해 모처럼 수주 호황을 맞았지만 철강 가격 급등이 오히려 독이 될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조선해양ㆍ삼성중공업ㆍ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3사는 올해 1~4월 전년 대비 7배 많은 선박 제조 물량을 따냈다. 약 2년치 일거리에 해당한다. 한 조선회사 관계자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에 그동안 따놓은 물량 공사가 본격화하는데, 그때까지 후판 가격 안정이 되지 않으면 정해진 배 가격에 비용만 올라가 수익률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며 “철강 회사와의 계약에서 열세에 있는 작은 회사일수록 타격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철광석가격.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철광석가격.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구리가격.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구리가격.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원유가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원유가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자동차와 가전업계도 원자재가 급등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철 뿐 아니라 차량ㆍ가전제품 내 전선에 쓰이는 구리 가격 상승도 이 업종에 타격이 된다. 한 자동차 회사 관계자는 “아직 물량 부족 ‘빨간불’이 켜진 단계는 아니어서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사태가 길어지면 1차적으로는 회사가 비용 부담을 지다가도 서서히 소비자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달청도 관급 공사 현장 등에 철근 공급 상황에 대한 점검에 착수했다.
 
미국에서 신규 주택 건설이 붐을 이루면서 가파르게 상승한 목재 가격의 여파는 이미 국내 가구 가격에도 반영되고 있다. 한샘ㆍ에이스침대ㆍ시몬스 등 가구사들은 제품가격을 최근 3~15%씩 올렸다. 한 가구업계 관계자는 “주요 수입 자재 가격 상승분 때문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전 경기 침체로 생산량이 줄었던 목재에 대한 세계적 수요가 늘었고, 이를 들여오는 해운 물류비가 뛴 것도 가격 인상에 영향을 줬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해운 운임이 크게 오른 데다가 배를 구하는 것조차 어려워 국제 운송 물량 중 일부를 철도로 시도해보는 상태”라고 전했다. 합판 가격은 지난해보다 40% 가량 뛰었고,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목재 선물 가격은 지난해 5월 342달러(1000bf 기준) 였지만 이달 들어 1630달러까지 올랐다.
 
곡물 등 국제 식량 가격도 오르며 식탁 물가를 위협하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집계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달 전월 대비 1.7% 올라 1년 가까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1년 전과 비교해 곡물 가격은 26%, 설탕 가격은 58% 올랐다. 우리나라는 밀, 옥수수, 설탕 등 주요 식재료 대부분을 해외에서 들여오기 때문에 수입 가격이 국내 장바구니 물가에도 반영된다.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공급한 수산물 전시대. 연합뉴스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공급한 수산물 전시대. 연합뉴스

“美 부흥책이 원자재가 급등 불러"

글로벌 원자재가의 급상승 원인은 미국의 경기 부양책이 첫손에 꼽힌다. 바이든 정부가 8년간 1조2000억 달러의 사회 기반 시설 투자를 한다는 계획이 대표적이다. 안성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장은 “코로나 극복과 경기 회복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이 오를 거라는 건 수순으로 받아들여졌지만, 미국이 이 정도의 규모와 속도로 경기부양책을 쏟아낼 거란 예상은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의 고성장이 주 요인이던 과거 원자재값 급등과 상황이 다르다”며 “재생연료 중심으로 경제 구조가 변하는 데 따른 또 다른 원자재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도 이번 현상에 장기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문제는 미국 등의 돈풀기와 원자재값 상승이 계속될 경우 국내 소비자 물가 인상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짜장면ㆍ김밥ㆍ햄버거 등 4월 기준 외식물가는 1년 전 같은 달에 비해 1.9% 올라 22개월만에 최대 상승분을 나타냈다. 통계청 관계자는 “현재로선 원재료비와 임차료 인상 운영비가 많이 올라서 외식비가 전반적으로 오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14일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밥상물가가 서민생활에 부담을 초래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일시적 물가상승이 경기회복에 대한 체감을 제약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선욱ㆍ김경미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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