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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오염수 '한·일 협의' 추진...정부, 출구전략 모색하나

정부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를 다루기 위한 한·일 간 양자 협의를 추진 중이다. 지난달 13일 일본의 방류 결정 이후 비판으로 일관해온 정부가 막상 뚜렷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자 양자 대화를 명분으로 사실상 출구 전략을 찾는 모양새란 지적이다.
 

정부, IAEA 검증과 별도 협의 추진
아사히 "일본 정부도 긍정적 입장"
정부, 재판소 제소 등 현실성 떨어지자
'대화로 투명성 확보' 명분 쌓으려는 듯
전문가 "다자적·과학적 접근 필요"

16일 외교부에 따르면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통한 검증과 별도로 한·일 간 양자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IAEA 검증 과정에서 한·일 당국자가 만나 협의하는 방식이 될지, 별도의 협의체를 구성할지는 미정이다.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일본 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을 규탄하는 '100만 수산업 종사자와 함께 하는 한국노총 긴급 기자회견'. 김성룡 기자. [중앙포토]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일본 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을 규탄하는 '100만 수산업 종사자와 함께 하는 한국노총 긴급 기자회견'. 김성룡 기자. [중앙포토]

 
일본 언론에선 이미 한국 정부가 협의 의사를 타진했고 일본도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는 보도도 나왔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16일 보도에서 한·일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일본은 양자 협의에 대한 한국의 공식적인 요청이 있으면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한국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폐로 업무를 관장하는 경제산업성 산하 자원에너지청, 규제 당국인 원자력규제청, 후쿠시마 제1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 등이 협의체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협의의 방식과 범위 등을 놓고 양국 간 의견 조율이 이미 시작됐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일본이 한국과의 양자 협의에 이처럼 적극적으로 응하려는 데는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제적 반발의 빌미를 주지 않으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또 오랜 기간 오염수 방류를 위한 방어 논리를 쌓아왔고, 그 과정에서 IAEA의 지지도 확보한 만큼 한국과의 추가적 협의에서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자신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류 공식 결정 관련 그래픽.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일본 정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방류 공식 결정 관련 그래픽.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반면 한국 정부의 경우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맞서 지금까지 꺼내든 카드들로는 큰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정부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 직후 ▶일본 정부에 투명한 정보 공개 요청 ▶국제원자력기구(IAEA) 검증단에 한국 참여 보장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 검토 ▶미국 측 협조 요청 등을 대응책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한국 측이 일본으로부터 아직 답을 받지 못했다고 밝힌 핵심 정보인 방류 개시 시점, 방류 기간, 처분 방식, 처분 총량 등에 대해 일본 정부는 "일부러 숨기는 게 아니라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이 물리적으로 줄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한다면, 정부로선 '일본 때리기' 효과 외에 실질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게 없다. 
 
정부는 일본의 방류 결정을 지지한 미국 측에도 미국이 확보한 자료를 달라고 요청하는 등 협조를 요청했다. '미국이 받은 자료는 우리와 어떻게 다르길래 찬성하느냐'는 식이었다. 하지만 미국은 "일본이 국제적 기준을 따를 것과 IAEA의 역할을 믿는다"며 개입을 사실상 거절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한남동 외교장관 공관에서 존 케리(John F. Kerry) 미국 대통령 기후특사를 초청해 만찬을 했다. 정 장관은 케리 특사에게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과 관련해 "심각한 우려"를 전하고 협조를 요청했지만, 케리 특사는 바로 이튿날인 18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일본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진=외교부 제공]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한남동 외교장관 공관에서 존 케리(John F. Kerry) 미국 대통령 기후특사를 초청해 만찬을 했다. 정 장관은 케리 특사에게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과 관련해 "심각한 우려"를 전하고 협조를 요청했지만, 케리 특사는 바로 이튿날인 18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일본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진=외교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피해 입증 책임은 한국에 있는데, 실제 방류는 2년 뒤에나 이뤄진다. 현재로선 해양 오염과의 인과관계를 한국이 제시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많다. 
 
결국 일본과의 양자 협의 요구는 정부로선 마지막 카드이자 사실상의 유일한 카드일 수 있다. 정부가 반발해온 지점은 일본의 '일방적이고 갑작스런 결정'이라는 것인데, 양자 협의에서 충분한 정보 확보가 가능하다면 투명성 문제는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다. 정부로서는 국내적으로도 오염수 방류 결정 반대를 철회할 명분이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양자 협의가 글로벌 환경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오염수 방류를 한·일만의 문제로 국한시키는 형식이 되도록 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는 다자적 차원에서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게 옳다"며 "일본에 항의를 하거나 추가적인 요구를 하더라도 국제기구를 통한 검증 과정을 통해 제기하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오전 대학생기후행동 회원들의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 기자회견 당시 건물 앞 바닥에 놓인 항의 포스터. 김성룡 기자. [중앙포토]

지난 14일 오전 대학생기후행동 회원들의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 기자회견 당시 건물 앞 바닥에 놓인 항의 포스터. 김성룡 기자. [중앙포토]

 
또 정부는 "우리 국민이 수용할만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기준" 을 일본이 충족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는데, 아직 해당 기준이 무엇인지조차 정하지 못했다. 과학적 접근의 토대 마련이 중요하다는 조언이 나오는 이유다. 주한규 서울대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한·일 간 협의가 이뤄진다면) 현재 1000여개 대형 탱크에 담겨있는 오염수의 방사능 측정 수치와 이 수치가 실제와 부합하는지 여부, 방류 후 후쿠시마 연안의 삼중수소 함량 변화 추이를 살펴봐야 한다"며 "이미 일본 정부가 발표한 바 있는 오염수 재정화 시험 결과의 사실을 확인해 재정화 성능을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서울=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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