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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냄새·붉은반점·탈모…신천지는 아직도 울고있다

 

"어느 날부터 원두커피 냄새 못 맡아"

"독(毒)한 코로나다". 

[e즐펀한 토크] 김윤호의 달구벌 이바구

 
지난해 초 대구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겪을 당시 쏟아낸 말이다. 코로나19는 한번 몸에 들어오면 극심한 고열·인후통과 함께 잘 떨어져 나가지도 않아서다. 심한 경우 목숨까지 잃는 사례까지 숱하게 지켜봤다.
 
국내에 코로나19가 상륙한 건 1년 5개월 전인 2020년 1월. 그러고 한 달 뒤 대구에 코로나가 들이닥쳤다. 대구에 둥지를 튼 코로나는 두 달여 만에 신천지 대구교회 신도 4198명의 몸에 연쇄적으로 달라붙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코로나19는 완치 후에도 다양한 후유증을 일으키는 독과도 같다"라고 반응했다.
 
이에 중앙일보는 이 말이 사실인지를 확인해봤다. 신천지 대구교회에 협조를 구해 코로나를 겪은 신도 4198명의 건강 상태를 조사키로 했다. 그랬더니 전체의 10.1%인 426명이 "코로나 후유증으로 생각되는 증세가 있다"고 답했다. "(완치 후) 초기보다 건강 상태가 더 나빠졌거나, 1년 넘게 없던 증상이 최근 생겼다"는 사례도 있었다.
 

신천지 확진자 중 426명 후유증 여전

육군 제2작전사령부 소속 19화생방대대 장병들이 지난해 3월 코호트 격리 주거시설인 대구 달서구 한 아파트에서 방역작전을 펼치고 있다. 당시 신천지 신도가 거주하는 이 아파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여러명 나왔다. 뉴시스

육군 제2작전사령부 소속 19화생방대대 장병들이 지난해 3월 코호트 격리 주거시설인 대구 달서구 한 아파트에서 방역작전을 펼치고 있다. 당시 신천지 신도가 거주하는 이 아파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여러명 나왔다. 뉴시스

426명이 호소한 이상 증세는 다양했다. 후각·탈모 등 두 가지 이상 복합적인 이상 증세 발현이 34.9%(149명)로 가장 많았고, 무기력증이나 불면증 등 기타 심리적 이상 증세가 18.3%(78명)에 달했다.  

 
▶근육통 및 만성피로 13.1%(56명) ▶호흡기 및 폐 질환 12.6%(54명) ▶후각·미각·청각 이상 7.2%(31명) ▶두통 및 기억력 감퇴 6.5%(28명) ▶탈모 3.0%(13명) ▶피부질환 1.8%(8명) ▶위장장애 0.7%(3명) ▶빈혈 0.2%(1명) 등의 답변도 나왔다.
 
이중 군무원으로 정년퇴직한 70대 이선희(여·가명)씨는 투병 끝에 지난해 3월 완치 판정을 받았지만 코로나의 고통은 이때부터였다.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했다. 1년 3개월이 넘도록 탈모로 고통받던 이씨는 이달 초 코로나 백신인 '화이자'를 맞았다. 그는 "백신을 접종한 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여전히 머리카락이 술술 빠져 비싼 탈모 치료제를 사다가 먹고 있다"고 했다. 신천지 대구교회에 따르면 지난 1월 초 현재 "코로나 완치 후 이상증세가 있다"를 호소한 신도(532명) 가운데 21명이 화이자 등 백신을 1차 접종했다고 답했다.
 

후각에 두통까지, 복합 증세 149명 

코로나를 겪은 한 신천지 신도가 탈모로 고통받고 있다. 사진은 자신의 머리에서 빠진 머리카락을 모아 촬영한 사진. [사진 신천지 대구교회]

코로나를 겪은 한 신천지 신도가 탈모로 고통받고 있다. 사진은 자신의 머리에서 빠진 머리카락을 모아 촬영한 사진. [사진 신천지 대구교회]

지난해 2월부터 두 달간 투병했던 주부 김수정(45·여·가명)씨는 어느 날부턴가 커피 냄새가 잘 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코로나 완치 판정 후 두통 증상이 있어 진통제를 1년 넘게 옆에 두고 먹는데 지금까지는 없던 후각 이상 증세가 생겼다"고 말했다.
 
영어학원 강사인 박가희(31·여·가명)는 코로나 완치 판정 후 1년이 넘도록 피부병을 앓고 있다. 약을 먹지 않으면 온몸에 빨간 두드러기 반점 같은 게 퍼진다. 병원에서 듣기론 '지방층염'이라는 병명이란다. 박씨는 "완치 후 조금씩 피부가 나빠지다가 지난해 하반기부턴 심해졌다"며 "최근엔 항생제 성분이 들어있는 결핵약도 먹고 있다"고 말했다.
 

"항생제 성분 든 결핵약 먹는 중"

코로나 완치 후 두통 증세가 생겼다는 신천지 신도가 자신이 먹는 진통제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신천지 대구교회]

코로나 완치 후 두통 증세가 생겼다는 신천지 신도가 자신이 먹는 진통제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신천지 대구교회]

주부 최미화(51·여·가명) 씨는 지난해 4월 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은 후 코에서 담배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집 창문이 닫혀 있는지를 살펴보고, 가족에게 "담배 냄새나 무슨 타는 듯한 연기 냄새가 나지 않느냐"고 묻기도 했다. 기침도 났다.
 
경북에 사는 30대 남성 A씨는 지난해 3월 코로나 완치 후 1년 넘게 허벅지 근육 일부가 함몰하는 증세로 고통을 받고 있다. 그는 "병원을 찾아가 검사도 했지만, 코로나 감염 전에 없었던 탈모에 갑상선 기능 저하, 고혈압까지 복합적으로 생겨 생활에 어려움이 크다"고 답답해했다.
 

코로나 후유증의 '공식화'

코로나를 겪은 한 신천지 신도가 먹는 결핵약. [사진 독자]

코로나를 겪은 한 신천지 신도가 먹는 결핵약. [사진 독자]

최근 국내외 의학계에선 '코로나 후유증'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국립중앙의료원 등의 설문조사 결과 탈모나 후각 이상, 호흡기 질환 등 유사한 이상 증세를 호소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다. 중국·영국·이탈리아 등에서도 코로나 확진자 대부분 피로·수면장애·근육통·탈모 등의 후유증을 호소했다.
 
민복기 대구시의사회 코로나19 대책본부장(피부과 전문의)은 "완치 후 후각·미각 상실·탈모·피부질환 등은 중등증 이상의 경우 나타나는 경우가 많이 보고되고 있으며, 특히 중년 여성은 탈모증이 만성화될 수도 있다는 견해가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 후유증 체계적인 관리할 때" 

 대구 남구 대명동 신천지 대구교회 출입문에 폐쇄명령서가 붙어 있다. 뉴스1

대구 남구 대명동 신천지 대구교회 출입문에 폐쇄명령서가 붙어 있다. 뉴스1

상당수 전문가들은 "코로나 후유증도 체계적인 관리를 해야 한다"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는 환자에 따라 탈모, 혈전, 뇌경색, 뇌출혈 등 다양한 형태의 후유증을 남긴다"면서 "더 늦기 전에 코로나 후유증을 국가적인 과제로 삼아 실태를 파악하고 재활 치료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폐 등 호흡기를 주로 공격하지만, 폐가 아닌 곳도 혈관을 타고 들어가기 때문에 다양한 이상 증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국가 차원의 실태 조사 후 별도의 (후유증 관련) 등록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고 전했다.  
 

"지금은 독한 대처법 시작할 때"

신천지 신도의 2차 혈장 공여...1100여명이 참여했다. 사진은 지난해 8월 촬영된 것이다. 연합뉴스

신천지 신도의 2차 혈장 공여...1100여명이 참여했다. 사진은 지난해 8월 촬영된 것이다. 연합뉴스

이번 설문 조사는 신천지 대구교회 측이 자체 메신저를 통해 5월 1일부터 닷새간 진행했다. 신도들의 단체 메신저 방에 건강 상태에 대한 질문 내용을 공유하면 신도들이 답하는 방식이다. 신천지 대구교회 측은 "철저하게 방역 수칙을 지켜 '코로나 0명 발생' 기록을 계속 유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독한 코로나' 더 독하게 이겨낸 대구시민

대구 남구 대명동 신천지 대구교회에 코로나19 확진자 다수 발생에 따른 사과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대구 남구 대명동 신천지 대구교회에 코로나19 확진자 다수 발생에 따른 사과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대구는 지난해 2월과 3월 코로나로 홍역을 치렀다. 신천지 대구교회를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이어지면서 전시(戰時)를 방불케 했다. 거리엔 인적이 뚝 끊겼다. 마스크를 구하려는 긴 줄만 약국과 우체국 앞에 늘어졌다. 심지어 "대구를 폐쇄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코로나19의 감염공포가 커질수록 대구시민들은 더 독한 모습을 보였다. 독한 코로나를 말 그대로 더 독하게 극복해냈다. 지금처럼 영업시간 등 따로 정해진 방역 지침이 없었지만 마스크 쓰기, 떨어져 앉기, 식당·카페 문닫기, 외출 자제 등을 하면서 스스로를 다그쳐 코로나를 물리쳤다. 오죽하면 '대구시민이 백신'이라는 말이 생겨났을까. 당시 서울과 광주 등 전국 각지에서 달려온 '의료 전사들'도 큰 역할을 했다.
 
코로나 대유행 1년 5개월이 지난 지금 대구는 더 이상 코로나로 주목받는 곳이 아니다. 이달 들어선 신규 확진자가 아예 한 자릿수로,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당시의 대구시민처럼, 전국의 의료 전사들처럼 이제는 국가가 독하게 나서줘야할 때"라고 강조한다. 코로나 후유증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재활센터 같은 것을 꾸리는 등의 대처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라는 말을 새삼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김윤호 대구총국장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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