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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강국 자만 말고, 미국 짜는 새판에 반드시 머물러야”

[SPECIAL REPORT]
바이든 시대 첫 한·미 정상회담 D-7

최중경 한미협회장
한·미 관계는 이념 아닌 생존 문제
미 의중 파악, 기술력 등 인정해야

전기차·배터리·바이오 투자 요구
국내 일자리 감소는 단편적 시각
‘안보는 미, 경제는 중’ 자세 버려야

 
“정상회담에 앞서 미국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하고, 동맹국으로서 함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제안해야 한다.” 지난 3월 한미협회장에 취임한 최중경(65) 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한국의 경제·산업이 기로에 선 상황이므로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최 회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주필리핀 대사, 청와대 경제수석, 지경부 장관 등을 지냈다. 13일 최 회장을 만나 이번 정상회담에서 우리는 어떻게 하고, 무엇을 얻어야 할지 물었다.
 
미국과의 관계를 ‘혈맹’으로 정의한 최중경 한미협회장은 “양국의 경제·산업 발전을 위해 앞으로도 긴밀히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민규 기자

미국과의 관계를 ‘혈맹’으로 정의한 최중경 한미협회장은 “양국의 경제·산업 발전을 위해 앞으로도 긴밀히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민규 기자

현재 한·미 관계는 어떤 편인가.
“경제·산업 등 민간 중심으로 그동안 관계를 이어온 분야는 관계를 잘 유지하고 있다고 본다. 다만 일부가 한·미동맹을 이념적 잣대로만 보고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면서 한·미 관계가 소원해진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데, 한·미 관계는 이념적 잣대가 아니라 민족의 생존 문제로 봐야 한다.”
 
이번 정상회담을 어떻게 보나.
“한국경제는 그동안 반도체가 먹여 살려 왔는데, 반도체 최강대국인 미국이 세계 반도체 시장을 재편하려고 한다. 차세대 산업으로 불리는 전기차나 배터리, 바이오 분야도 만찬가지다. 미국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하고, 기술력 등 인정할 건 인정하고 만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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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의중은 뭐라고 보나.
“우선 반도체는 지난달 12일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서밋을 보면 알 수 있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방산업체인 노스럽 그러먼이 참석했다. 미국은 반도체를 경제·산업 이슈가 아닌 안보 이슈로 보고 있는 것이다. 실제 첨단무기 등은 반도체 없이는 안 된다. 1970년대 미국이 세계 반도체 시장 판(미국은 팹리스, 한국·대만은 파운드리 등)을 짤 때와는 (미국의) 상황이나 인식이 확 달라진 것이다. 자국 생산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려는 움직임 등은 전기차·배터리·바이오 등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산업 분야의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도다.”
 
반도체 독자 생존 가능 시각도 있다.
“중요한 포인트다. 우리는 반도체 강국이다. 하지만 아직도 미국 없이는 자립이 불가한 게 현실이다. 당장 미국이 한국으로의 반도체 장비 수출을 막는다면 한국 반도체는 1년도 못 버틴다. 그동안 잘 해 왔고, 독보적인 성과를 낸 부분이 분명히 있지만 여전히 미국 의존도가 높은 게 현실이다.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으니 반도체 강국 운운하면서 미국과 싸워보자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미국 땅에서 반도체 생산을 원하는 만큼 그렇게 해야 한다. 우리나라에 투자할 것을 미국에 투자하면 국내 일자리 감소 등의 손해가 있을 수 있지만, 이는 단편적인 시각이다. 당장은 일부 손해를 보더라도 미국이 짜는 새 판에 반드시 머물러야 안보·경제를 지킬 수 있다.”
 
앞으로 전기차·배터리 등 다른 분야에서 다양한 요구가 올 수 있는데.
“시도때도 없이 무조건 미국의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는 게 아니다. 반도체는 현재로서는 우리가 미국 기술 없이는 발전해 나갈 수 없으니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기차나 배터리, 친환경 사업 같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우리가 미국보다 낫다거나 미국 없이 할 수 있는 분야도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미국은 세계 최대 시장이다. 다만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는 분야에선 미국보다 더 나은 위치에서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협상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이다.”
 
중국과의 관계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과 협력한다고 중국과 사이를 벌릴 필요는 없다. 중국·일본은 인접한 나라인 만큼 경제·산업적으로 협력할 건 해야 서로 잘 살 수 있다. 다만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자세는 버려야 한다.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도 우리보다 강국인데 약국인 우리가 두 강국을 상대로 취하고 싶은 것만 취할 수는 없다. 이런 점을 알고 중국과의 관계를 설정하고, 대화·설득을 통해 관계를 유지해 나가야 한다.”
 
해외 투자를 위해 정부가 할 건 없나.
“민간 기업이 알아서 하도록 간섭하지 않아야 한다. 다만 우리 기업이 해외의 무한경쟁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기업을 옥죄는 것은 삼갔으면 좋겠다. 규제가 필요한 부분도 분명 있지만,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하면서까지 필요한 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이재용 부회장만 해도 그렇다. 폭풍이 몰려와 배가 가라앉게 생겼는데, 기관사나 항해사가 불법을 저질렀다고 선장이 그들을 계속 가둬두면 되겠나. 빨리 풀어줘 정확한 좌표를 찍게 하고, 폭풍에 맞게 출력을 유지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반도체 산업이 위기라고 보지않는 시각도 상당하다.
“그게 문제다. 반도체 강대국, 기술 강대국이라는 선전에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이다. 경제·산업적으로 우리가 미국에 얼마나 기대고 있는지 이번 기회를 통해 정치인·국민 모두가 제대로 알아야 한다.”
 
한미협회
한·미 양국 국민의 상호 이해와 우호를 촉진하고 경제·문화 협력을 도모하는 순수 민간단체다. 1963년 설립된, 한·미 민간교류 단체 가운데선 맏형이다. 최중경 회장은 3월 제8대 회장에 선임돼 앞으로 3년간 협회를 이끈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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