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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조율, 백신 확보, 쿼드 협력…‘포스트 코로나’ 한·미 관계 시금석

[SPECIAL REPORT]
 바이든 시대 첫 한·미 정상회담 D-7 

한반도 비핵화
미, 대북 외교·압박 병행 전략 윤곽
“한국 중재자 집착 땐 역효과 우려”

코로나 백신
기술 협력 등 바이든 설득이 열쇠
지재권 면제 갈등 탓 낙관은 일러

쿼드 참여
미 행정부, 중국 견제 최대 관심사
군사 뺀 신기술·기후변화 협력 검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기후정상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화상 대면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기후정상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화상 대면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는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한다. 지난 1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 정상의 첫 대면 만남이다. 이번 회담은 어느 정상회담 못지않게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게 한·미 외교가의 공통된 평가다. 바이든 시대 한·미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란 점에서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가 1년이 채 남지 않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이제 막 닻을 올린 만큼 이번 회담에서 나타난 정책 기조가 상당 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회담의 포커스는 크게 두 가지 어젠다에 모아지고 있다. 한·미동맹 강화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와 코로나19 백신 협력이 그것이다. 한국의 쿼드(Quad) 참여, 한·일 관계 개선, 반도체 등 경제 협력, 기후변화 공동 대처 등도 주요 의제로 꼽힌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북핵 문제는 물론 동북아 평화와 번영에 큰 영향을 미칠 이슈들이 대거 정상회담 테이블에 올려지는 셈이다.
 
그중에서도 북핵 문제는 30년 가까이 끌어온 난제다. 1994년 제네바 합의와 2005년 6자회담 공동 성명 등 많은 합의가 있었지만 한반도 비핵화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바이든 대통령도 취임 후 100일 동안 새 해법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새로 마련한 대북 정책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실용적인 대북 외교를 모색하겠다는 게 큰 틀”이라고 설명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세부적인 대북 전략을 놓고 최종 조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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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이 가장 선호하는 시나리오는 북측이 실질적인 접촉에 응하면서 북핵 협상이 본궤도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 바이든 행정부는 이달 초 대북 정책 검토 결과를 설명하겠다고 북측에 제안했고 북측은 이를 잘 접수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미국의 의중을 파악한 뒤 대미 협상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도 이번 회담에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당근책을 적극적으로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대북 정책과 관련한 불협화음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바이든식 북핵 해법이 외교와 압박을 병행하며 협상을 통해 단계적으로 풀어나가는 전략으로 정리되면서 한·미 양국이 한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지난달 미·일 정상회담 때 쓰인 ‘북한 비핵화’라는 용어를 새 대북 정책 을 언급하면서 ‘한반도 비핵화’로 바꾼 것도 미국 측의 배려였다는 후문이다.
 
워싱턴 정가에서도 북한을 끌어당길 유인책이 마련될 경우 조만간 북핵 협상이 재개될 수 있을 것이란 낙관론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도 정권 교체를 가장 우려하는 만큼 이를 확실히 보장해 준다는 시그널을 보낼 경우 비핵화 협상에 다시 나서기로 입장을 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 인사들도 이런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반면 문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바탕으로 유화적 대북 접근론만 강조할 경우 한·미 조율은커녕 기존의 시각차만 재확인한 채 빈손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찮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문 대통령이 지나치게 한국 또는 북한의 입장만 고집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도 한반도 정세에 밝고 나름의 확고한 대북관을 갖고 있는 만큼 한국이 과도하게 중재자로 나서려 할 경우 잃는 게 더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백신 협력도 문 대통령의 또 다른 과제다. 야당이 “한·미 정상회담 성적표는 백신 확보에 달렸다”고 강조할 만큼 국내적으로도 시급한 사안이다. 관건은 문 대통령이 백신 확보와 기술 협력을 위해 바이든 대통령을 어떻게 설득할 것이냐다. 이와 관련, 이수혁 주미대사는 지난 10일 “미국도 한국의 사정을 잘 이해하고 있다”며 “백악관·국무부 인사들과 접촉해 6월 전에 코로나 백신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낙관하기엔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미국은 자국민 우선 접종 원칙을 내세워 한국 정부가 제안한 백신 스와프를 거절했다. 문 대통령이 방미 기간 화이자 등 백신 업체 관계자들과 만나는 일정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백신 기술 협력의 경우 지적재산권 면제를 둘러싸고 각국과 업체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당장 가시적 성과를 거두기엔 한계가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쿼드 참여 문제는 한·미동맹 관계를 언제든 뒤흔들 수 있는 뇌관으로 꼽힌다. 청와대는 “정상회담 의제를 사전 협의하는 과정에서 미국으로부터 쿼드와 관련해 어떤 요구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어떤 형태로든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한·미 외교가의 공통된 전망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가 바로 중국 견제라는 점에서다.
 
정부도 이를 감안해 쿼드가 운영 중인 코로나 백신, 기후변화, 신기술 등 세 분야의 워킹 그룹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적 협력을 뺀 나머지 분야에서의 협력을 통해 미국의 불만을 최대한 누그러뜨리겠다는 전략이다.
 
악화된 한·일 관계도 껄끄러운 대목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중국과 북한에 최대한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미·일 삼각 공조에 틈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지난 5일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를 적극 주선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런 만큼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한·일 관계 개선을 바라는 미국의 입장이 어떤 형태로든 문 대통령에게 전달될 가능성이 크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핵·코로나·쿼드 등 거론되는 의제들 모두 해법 찾기가 쉽지 않은 사안”이라며 “양국 정상이 얼마나 이견을 좁히고 실질적 성과를 도출해 내느냐가 바이든 시대 한·미동맹의 성격과 강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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