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더오래]“이혼 위자료 안 받겠다”간통 아내의 각서, 법적 효력은

기자
정세형 사진 정세형

[더,오래] 정세형의 무전무죄(42)

결혼. 많은 사람의 축하를 받으며 평생 서로 아끼며 사랑하겠노라고 맹세하면서 부부의 연을 맺는다. 하지만 결혼식에서의 서약과는 달리 부부 중 어느 한 사람이 외도한다거나 도박이나 술에 빠지는 등 큰 잘못을 저지르는 경우가 있다.
 
이때 향후 이혼을 하게 되더라도 위자료를 청구하지 않겠다거나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각서를 쓰면 이러한 각서는 과연 법적인 효력을 가질 수 있을까.
 
우선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포기’인지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로서의 ‘포기약정’인지에 따라 그 효력이 달라진다.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이 성립한 때에 법적 효과로서 비로소 발생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협의 또는 심판에 따라 구체적 내용이 형성되기까지 범위 및 내용이 불명확·불확정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권리가 발생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혼인관계를 정리하는 취지에서 각서를 작성했으면 협의이혼을 전제로 한 재산분할 약정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협의이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재산분할 협의의 효력은 발생하지 않는다. [사진 pixabay]

혼인관계를 정리하는 취지에서 각서를 작성했으면 협의이혼을 전제로 한 재산분할 약정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협의이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재산분할 협의의 효력은 발생하지 않는다. [사진 pixabay]

 
이처럼 재산분할청구권을 사전에 포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약속을 하더라도 법적으로는 효력이 없다.
 
어떤 사람이 법원에 재산분할을 청구하였다. 재산분할을 청구하게 된 경위는 이렇다. 과거 청구인이 상대방과 이혼하기로 합의하면서 상대방의 요구에 따라 ‘청구인은 위자료를 포기합니다.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않습니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해 주었다. 그리고 같은 날 위 부부는 법원에 협의이혼의사확인 신청서를 제출해 협의이혼이 성립했다. 그런데 얼마 뒤 청구인이 수천만 원 이상의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상대방에게 화를 내며 재산분할을 요구했고, 상대방은 청구인이 독립할 자금이 필요하면 주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그 뒤 청구인이 재산분할을 청구한 것이다.
 
이에 대해 1심과 2심 법원에서는 위 합의를 이유로 재산분할 청구가 부적법하다고 보았다. 그런데 대법원에서는 앞선 하급심 법원의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보았다. 청구인과 상대방 사이에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된 재산액이나 쌍방의 기여도, 분할방법 등에 관하여 진지한 논의가 있었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고, 청구인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할 합리적인 이유를 찾아볼 수 없어 청구인이 비록 협의이혼에 합의하는 과정에서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서면을 작성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성질상 허용되지 아니하는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포기에 불과하다는 이유였다.
 
이처럼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된 공동재산 전부를 청산·분배하려는 의도로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액, 이에 대한 쌍방의 기여도와 재산분할 방법 등에 관해 협의한 결과 부부 일방이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는 등의 사정이 있어야만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로서의 ‘포기약정’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하여야 한다.
 
비록 하급심 판례이긴 하지만 재산분할에 관한 또 다른 사례를 살펴보자. 어떤 부부가 남편의 외도와 아내의 채무 등으로 갈등이 있었다. 어느 날 남편이 아내와 자녀들이 모인 자리에서 가정에 돌아와 달라는 자녀들의 요청을 거부하고 아내와 함께 살기 싫다면서 딸에게 ‘집 재산권은 엄마에게 이전함’, ‘집 관계 비용 3300만 원은 집 판매와 동시에 아빠에게 줄 것’, ‘생활비 및 집에 대한 모든 비용은 엄마가 부담함’ 등을 내용으로 하는 각서를 작성하도록 한 다음 각서에 서명하였다. 아내는 결혼하지 않은 자녀들의 장래를 걱정해 법적으로 이혼만 하지 않는다면 남편이 원하는 대로 하겠다면서 각서에 서명하였다.
 
그 후 남편이 아내를 상대로 이혼 및 재산분할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아내는 이혼에는 동의하면서도 위 각서를 근거로 남편이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아내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남편이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았다. 왜일까. 우선 남편과 아내가 혼인관계를 정리하는 취지에서 각서를 작성하였으므로 협의이혼을 전제로 한 재산분할 약정으로 볼 수 있는데, 협의이혼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재산분할 협의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또 각서의 기재 내용 등을 고려하면 재산분할에 대해 확정적으로 구체적인 협의가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려워 각서를 작성함으로써 재산분할에 대한 구체적인 권리·의무가 발생하였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남편이 이혼을 청구하면서 아내에게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재산분할이 아닌 위자료 지급을 약속한 경우는 어떨까. 어떤 남편이 아내에게 각서를 작성해 주었다. 그 주요 내용은, ‘남편이 장차 아내와 이혼할 경우 5억 원을 위자료로 지급한다’,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모든 재산권을 포기하고 이를 아내에게 넘긴다. 향후 생활비와 자녀 양육비를 지급한다. 가장으로서 모범을 보이며 처자에게 희생한다. 언행을 공손하게 한다. 가정경제와 화목을 위하여 희생한다는 생각으로 현실을 받아들인다’는 것이었다. 이후 부부는 협의이혼을 하였고, 남편이 협의이혼 당시 아내에게 합계 약 2억800만 원을 지급하였다. 그런데 남편이 아내를 상대로 양육비 지급을 구하는 심판청구를 제기하자 아내가 남편을 상대로 5억 원에서 이미 받은 약 2억 800만원을 뺀 나머지 돈을 지급해 달라고 소송을 하였다.
 
각서가 추상적이거나 비현실적인 내용일수록 법적인 효력을 가지기 어렵다. 소송에서는 상대방의 강압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각서를 작성해 주었다 주장하는 경우도 많다. [사진 pixabay]

각서가 추상적이거나 비현실적인 내용일수록 법적인 효력을 가지기 어렵다. 소송에서는 상대방의 강압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각서를 작성해 주었다 주장하는 경우도 많다. [사진 pixabay]

 
이에 대해 법원은 각서상 남편의 위 채무부담의 의사표시는 무효라고 하면서 아내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남편이 아내와 이혼할 경우 진정으로 그와 같은 돈을 지급할 법률적 채무를 부담하겠다는 것이라기보다는 그동안 혼인 및 가정생활에 소홀히 한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장차 혼인 및 가정생활에 충실하게 임하겠다는 취지를 다짐하는 차원에서 한 것에 불과한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해당하고, 당시 아내 역시도 그러한 사정을 잘 알았거나 잘 알고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위 각서에는 향후 원만한 혼인 및 가정생활의 유지를 위한 추상적인 의무사항 등이 주로 기재되어 있는데, 아내에게 지급하기로 한 돈의 액수가 각서 작성 당시 남편의 경제 상황에 비추어 실제 이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과다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이 고려된 판단이었다.
 
참고로 민법 제107조 제1항에는 ‘의사표시는 표의자(의사표시를 한 사람)가 진의 아님을 알고 한 것이라도 그 효력이 있다. 그러나 상대방이 표의자의 진의 아님을 알았거나 이를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무효로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마지막 사례 하나. 남편이 협의상 이혼을 전제로 해 간통한 아내로부터 ‘이혼함에 있어 위자료를 비롯해 일체 민·형사상의 어떤 청구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받았다. 그다음 날에도 아내는 남편에게 ‘00하고 언제부터 언제까지 만나 간통한 것을 자인합니다. 남편인 당신께 죽을죄를 지었다’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해 주었다. 그 뒤 남편은 아내에게 ‘아내가 작성한 각서를 가지고 이혼을 요구하거나 형사소송의 증거로 사용하지 아니할 것을 각서함’이라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해 주었다.
 
그런데 협의상 이혼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남편은 아내를 상대로 이혼을 구하는 본소를, 아내는 이혼과 위자료 및 재산분할을 구하는 반소를 제기하였다. 남편과 아내는 각자 상대방에게서 받은 각서를 근거로 남편이 이혼을 구할 수 없다고 하거나 아내가 재산분할을 구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법원은, 남편이 이혼을 구할 수 있고, 아내도 재산분할을 구할 수 있다고 보았다. 위 각서는 장차 부부 사이에 협의이혼이 이루어질 것을 조건으로 하는 것이어서 어떠한 원인으로든지 부부 사이에서 협의 이혼이 이루어지지 아니하면 부부의 각 의사표시는 그 조건의 불성취로 인해 효력이 발생하지 아니한다는 이유였다.
 
각서를 받는 상황이 생기지 않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어쩔 수 없이 각서를 받아야 한다면 앞서 살펴본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추상적이거나 비현실적인 내용일수록 법적인 효력을 가지기 어렵다는 점을 유의하여야 한다. 아울러 소송에서는 상대방의 강압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각서를 작성해 주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 또한 염두에 두어야 한다. 다만 각서가 그 자체로는 법적인 효력을 가지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각서를 받아두는 것이 조금이라도 유리하다. 배우자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 혼인관계 파탄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판단하는 자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