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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이성윤 관여 탄로날까봐…'이규원 비위' 총장 보고 안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11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11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한 수원지검 수사팀(팀장 이정섭 부장검사)은 이 지검장이 2019년 3월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금 과정에 직접 관여했기 때문에 3개월 뒤 수원지검 안양지청 수사에 3차례에 걸쳐 외압을 가했다고 봤다. A4용지 16쪽 분량의 '피고인 이성윤' 공소장에 적힌 핵심 요지다.
 

'피고인 이성윤' 16쪽 공소장 보니

전국 검사들이 접속할 수 있는 수사결정시스템을 통해 13일 공소장이 공개되자 검찰 내부에서는 “주요 수사를 이끄는 중앙지검장이 노골적으로 수사 외압을 행사하고도 그 직을 유지하려 하는가”라는 개탄이 터져나왔다.

 

李, '이규원 비위' 문무일 총장에 보고 누락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이 지검장 공소장에는 2019년 6, 7월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던 이 지검장이 안양지청 수사팀의 수사를 방해한 상황이 낱낱이 적시돼 있다.

 
안양지청은 2019년 6월 19일 이규원 검사의 범죄사실을 적시한 ‘과거사 진상조사단 파견검사 비위 혐의 관련 보고’를 검찰 내부통신망과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반부패강력부에 보고했다. 당시 보고서에는 김 전 차관의 출국 정보 무단 유출 의혹을 수사하던 중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이던 이규원 검사가 긴급 출금 승인요청서 등에 서울동부지검장의 자격을 도용하고 허위 사건번호를 기재한 사실이 담겨있었다.
 
"이 검사의 자격모용공문서작성 등 범죄 혐의에 대해 검찰총장과 수원고검장에게 보고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이규원의 범죄 혐의를 수사하고 출입국본부 관계자들의 문제점도 확인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음 날인 6월 20일 보고서를 전달 받은 이 지검장은 '검사 범죄 등 비위에 관한 검찰총장 보고 의무'를 어기고 문무일 당시 총장에게 "'이규원 검사의 범죄 혐의 발견과 이에 따른 검찰총장 및 수원고검장에 대한 보고, 이 검사 입건 후 추가 수사 진행 계획' 등 보고서 핵심 내용을 의도적으로 누락했다"고 한다.
 
문무일 총장 보고 누락과 관련해 이 지검장은 지난 10일 열린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서 “수사가 미진해 문 총장과의 대질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고 한다.
 

왜? “이규원 범죄 수습에 적극 관여한 때문”

검찰은 그 이유를 이 지검장 스스로가 이규원 검사의 범죄 행위 수습에 가담했기 때문에 그 사실이 탄로날까봐 염려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이 지검장은 김 전 차관 불법출금 다음 날인 지난 2019년 3월 23일 오전 7시 당시 서울동부지검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규원이 긴급 출금하는 과정에서 임의로 사용한 서울동부지검 내사 사건번호를 추인해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 같은 날 대검 조직범죄과장에 "김학의에 대한 긴급 출금의 적법성을 검토하라"며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하는 등 불법 출금을 수습하는데 적극 관여했기 때문이었다.
 
검찰은 이 지검장 역시 그 불법성을 충분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총장 승인 하에 수사가 본격화된다면 본인의 관련 사실까지 드러나게 될까봐 염려해서 보고를 의도적으로 누락한 것이라고 공소장에 적었다.
 
2019년 3월 22일 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인천공항에서 태국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긴급 출국 금지돼 공항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 이 과정이 법무부와 검찰의 서류·기록 조작 등에 의한 불법적 출금이란 공직 제보가 있어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JTBC 캡처]

2019년 3월 22일 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인천공항에서 태국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긴급 출국 금지돼 공항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 이 과정이 법무부와 검찰의 서류·기록 조작 등에 의한 불법적 출금이란 공직 제보가 있어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JTBC 캡처]

조국 당시 수석부터 시작된 수사 중단 연쇄 요구 

검찰은 또 같은해 6월 20일 이규원 검사와 관련된 보고 및 후속 수사를 가로막기로 마음먹은 이 지검장이 ▶김모 반부패과장은 이현철 안양지청장에게 ▶이 지검장 자신은 배용원 안양지청 차장검사에게 이 검사의 범죄와 관련된 수사를 가로 막도록 지시했다고 봤다.
 
이 지검장은 배 차장검사에 전화해 "김학의 출금은 법무부와 대검이 이미 협의된 사안이고 서울동부지검장도 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며 이 검사의 범죄혐의 발견 사실을 검찰총장과 수원고검장에 보고하지 못하게 하는 동시에 관련 수사를 더이상 진행하지 못하게 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 당시 수사지휘과장에겐 이현철 지청장에 같은 내용을 전달하도록 지시했으며 실제 당시 과장이 이 지청장에 "안양지청 차원에서 해결해달라. 이 보고는 안 받은 것으로 하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공소장에 이규원 검사의 수사 중단의 요구의 최종 윗선을 청와대 민정수석실로 지목하기도 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 검사는 그 무렵 자신이 수사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사법연수원 36기 동기로 평소 친하게 지내던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당시 선임행정관)에 이 사실을 알렸다. 이 비서관은 다시 이를 상급자인 조국 당시 민정수석에 전하면서 “이규원 검사가 곧 유학 갈 예정인데 검찰에서 이규원 검사를 미워하는 것 같다. 이 검사가 수사를 받지 않고 출국할 수 있도록 검찰에 얘기해달라”라고 말했다. 조국 수석은 이 내용 그대로 윤대진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전했고 윤 검찰국장은 이현철 안양지청장에 "이규원 검사가 곧 유학을 가는데 출국에 문제가 없도록 해달라"고 말하면서 조국 수석의 요구사항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또 대검과 법무부는 수사팀이 법무부 출입국본부 A 직원과 B 서기관에 대해 출금의 불법성에 대해 조사하자 경위서를 내라고 지시하기도 했다.(7월 1일자 '수사의뢰 대상자 A 조사 경위 및 B 통화 경위 보고서').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이 차규근 출입국본부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뒤 윤대진 당시 검찰국장을 불러 "나까지 조사하겠다는 것이냐"라며 강하게 질책하며 경위 파악을 지시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이현철 지청장은 같은 해 7월 2일 배용원 차장검사 및 수사팀과 회의에서 "법무부와 대검에서 긴급 출금 위법여부에 대해선 수사를 하지 못하게 하면서 또 경위서를 작성하라고 하고 대검은 빨리 사건을 마무리하라고 독촉하니 더이상 수사를 못하겠다. 수사의뢰된 부분만 정리해 사건을 마무리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결과 보고서에 추가된 문구…“더 이상의 진행 계획 없음”

결국 이같은 수사 외압 끝에 안양지청은 7월 3일 “수사의뢰 대상자 전원 불기소처분 하겠다”는 취지의 수사결과 보고서를 작성해 대검 반부패강력부에 보고했다.
 
이 지검장은 자신의 '범죄 혐의 발견 보고 금지 및 수사 중단 지시'가 향후 문제되지 않도록 안양지청 스스로 수사를 중단한 것처럼 선임연구관을 통해 “2. 긴급출국금지 부분. 야간에 급박한 상황에서 관련 서류의 작성절차가 진행되었고, 동부지검장에 대한 사후보고가 된 사실이 확인되어 더 이상의 진행 계획 없음"이란 문구를 추가해 7월 4일 다시 보고하도록 했다고 한다.
 
이에 검찰은 “피고인이 안양지청 수사팀 검사들의 의사에 반하는 최종 수사결과보고서를 작성하여 제출하게 함으로써, 안양지청장 이현철 및 안양지청 수사팀 검사들의 수사권 행사를 방해하고 이들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 지검장은 공소장 주요 내용에 대한 중앙일보의 입장 요청에 13일 밤까지 답을 하지 않았다. 그는 이날 거취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상 출근했다. 전날 수원지검 수사팀의 기소가 예정되자 ‘개인 사정’을 이유로 하루 휴가를 냈었다. 
 
김수민·정유진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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