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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차는 병원 아닌 장례식장 갔다, 수상한 中고교생 추락사

지난 10일 오전 중국 청두의 제49중 교문 앞에서 전날 의문의 추락사로 숨진 린 모군의 어머니 루 씨가 아들의 영정을 품에 안고 오열하고 있다. [루씨 웨이보 캡처]

지난 10일 오전 중국 청두의 제49중 교문 앞에서 전날 의문의 추락사로 숨진 린 모군의 어머니 루 씨가 아들의 영정을 품에 안고 오열하고 있다. [루씨 웨이보 캡처]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시의 명문 고등학교 교정에서 발생한 석연찮은 의문사에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유가족과 여론 반발이 커지고 있다.
어머니의 날(모친절)이던 지난 9일 오후 6시 49분 청두시 청화(成華)구의 명문인 49중(한국의 중·고등학교)에서 재학생이 떨어져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현장에 도착해 사망한 린(林) 모 학생(남·16·고2)을 발견하고 조사 등 사건을 처리했다고 11일 오후 청두시 공안국 청화분국이 공식 발표했다. 공안은 발표문을 통해 현장 검증과 탐방조사, 감시카메라 영상, 전자 데이터 검증, 시신 부검 등을 통해 린 군이 추락으로 사망했으며 형사 사건을 배제했다. 11일 오후 공안기관은 “해당 학생은 개인 문제로 인해 생명을 가볍게 여겼다”는 기본판단을 발표하면서 법규에 따라 조사 결론을 가족에게 알렸으며 가족은 조사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시민들은 유언비어를 믿거나 전달하지 말고 깨끗한 인터넷 환경 조성과 양호한 사회질서를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청두 고교생 추락사에 부모 “석연찮다” 호소
“출동 응급차, 왜 병원 아닌 장례식장 직행하나”
경찰 “사망자 개인 문제, 유언비어 믿지 말라”
발끈 中 네티즌, ‘의문’ 해시태그 5억여회 조회

9일 숨진 청두 49중 고등학생의 어머니가 11일 오전 당국의 발표를 믿지 못하겠다며 진상 규명을 요구한 웨이보 게시물. [웨이보 캡처]

9일 숨진 청두 49중 고등학생의 어머니가 11일 오전 당국의 발표를 믿지 못하겠다며 진상 규명을 요구한 웨이보 게시물. [웨이보 캡처]

하지만 유가족의 반응은 당국 발표와 결이 달랐다. 숨진 린 군의 어머니 루(魯) 씨는 ‘49중 린모 학생의 어머니’란 아이디로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당국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는 글을 연달아 올렸다. 루씨는 먼저 10일 새벽 “9일 오후 5시 40분 아이를 학교로 태워준 뒤 9시에 학교로부터 ‘아들이 이미 죽었다’며 ‘사인은 건물에서 추락’이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사건 직후 상황을 알렸다. 루씨는 이날 정오 경 다시 “경찰로부터 응급차가 8시반에 학교에 도착했을 때 아들의 심장은 멈춘 상태였고 병원으로 가지 않고 직접 장례식장으로 갔다는 말을 들었다”고 적었다. 웨이보에는 자신이 교문 앞에서 아들의 영정을 안고 오열하는 사진을 함께 올렸다. 사진 속 학교 건물에 “진리와 진실을 구하고, 선함과 아름다움에 이른다(求眞求實 至善至美)”는 교훈이 묘한 대조를 이뤘다.
10일 오후 2시 세번째 글에서는 “오늘 아침 감시카메라를 봤다. 유독 사건 발생 부분만 감시카메라가 없다”며 “이런 뉴스를 많이 봤지만 내게 일어날 지는 생각 못했다”며 비통해했다. 11일 오전 8시에 올린 마지막 글에서는 “오늘 청화구가 발표한 성명을 나는 인정할 수 없다. 발표 내용에 너무 많은 의문이 존재한다”며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합동조사팀은 “가족이 조사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고 루씨는 현지 매체와 연락이 두절됐다.
지난 11일 청두시 청화구 공안분국이 9일 발생한 49중 고등학생 사망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 발표문 [웨이보 캡처]

지난 11일 청두시 청화구 공안분국이 9일 발생한 49중 고등학생 사망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 발표문 [웨이보 캡처]

루씨의 사연이 전해지자 49중 학부형과 시민들이 교문 앞에 모여 린군을 추모하는 한편 “진상! 진상! 진상!”을 외치며 시위를 시작했다고 홍콩의 탐사매체 이니티움미디어(端傳媒) 등이 보도했다. 익명을 요청한 49중 재학생은 “솔직히 의혹이 너무 많다. 경찰 발표를 믿을 수 없다”며 “중국의 공식 발표는 신뢰 여부를 묻는 게 아니라 복종 여부를 묻는다”며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말했다.
중국 매체도 나섰다. 남방도시보와 21세기경제보도는 사건 전말을 자세히 전하며 네 가지 의문점을 제기했다. 첫째, 청화구 합동조사팀의 “개인 문제로 인한 생명경시”라는 판단의 근거는 무엇인가? 둘째, 구급차는 왜 두 시간이 지나서야 늑장 도착했나. 셋째, 시신은 왜 장례식장으로 직접 보내졌으며, 이미 화장된 것인가? 넷째, 사건 당시 감시카메라 영상은 온전히 존재하는가.
중국의 인터넷도 뜨겁다. 웨이보에는 ‘#청두학생추락사망사건에많은의문점#’이란 해시태그가 13일 오전까지 5억8000만 뷰와 5만8000여건의 토론을 기록할 정도다. 그러자 관영 매체가 수습에 나섰다. 신화사는 “14억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귀중하다. 생명을 대할 때는 사람이 근본임을 기억하라”는 평론을 내고 당국의 각성을 촉구했다. 중국중앙방송(CC-TV)도 “증거가 하나 있을 때 한마디 말을 해야 의문을 해소할 수 있다”며 사건 증거를 투명하게 밝힐 것으로 요구했다.
청두 고등학생 사망 사건의 파장이 커지자 관영 신화사가 11일 공식 SNS를 통해 현지 당국의 신중한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웨이보 캡처]

청두 고등학생 사망 사건의 파장이 커지자 관영 신화사가 11일 공식 SNS를 통해 현지 당국의 신중한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웨이보 캡처]

하지만 현지 당국은 고압적 태도로 일관했다. 49중 학교 주위에는 고인을 추모하려는 시민을 감시하는 경찰과 사복 경찰의 경비가 삼엄해졌다. 사진을 찍던 시민이 경찰 버스로 연행돼 구타당한 일도 있다고 RFA는 전했다. 11일에는 청두시에서는 인터넷 속도가 늦어지고 중국의 해외 인터넷 차단을 우회하는 가상사설망(VPN) 접속도 어려워졌다.
이니티움은 11년전 당시 고3이던 딸이 교내에서 급사한 뒤 2년이 넘도록 당국과 소송을 벌였지만 한마디 사과도 듣지 못했다는 한 아버지를 49중 교문 앞에서 만난 이야기를 전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현지 공안 당국은 12일 심야에 린군의 교내 행적을 폐쇄회로TV 영상과 함께 공개했다. 
이번 고교생 의문사 사건에 샤밍(夏明) 미국 뉴욕시티대 정치학 교수는 “중국 당국은 사건이 발생하면 진상 규명 대신 정권 보호가 최대 임무”라며 “돌발 사건이 터지면 당국은 사건 해결보다 집단 시위로 번지지 않도록 회피와 감추기에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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