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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일하고 싶어하지 않아" … 퍼주기 수당 美 980만명 실업에도 구인난

일할 사람이 없다고 호소하는 미국 텍사스주 맥도널드 매장 안내문. [사진 틱톡]

일할 사람이 없다고 호소하는 미국 텍사스주 맥도널드 매장 안내문. [사진 틱톡]

 
"인원이 부족합니다. 출근한 직원들에게 조금만 인내심을 가져주세요. 아무도 더 이상 일하고 싶어하지 않네요."

미국, 실업자 980만 명, 채용 공고는 812만 개
공화당 "실업 급여 풍족해 근로 의욕 꺾는다"
민주당 "감염 걱정, 보육 해결 안 돼 못하는 것"
백신 접종 후 경기 회복세 찬물 끼얹을까 우려

 
지난달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맥도널드 매장 내 '승차 주문' 메뉴판 옆에 이런 안내문이 내걸렸다. 백신 접종 효과로 경기가 되살아나 손님이 몰리지만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난감한 매장 측이 붙였다.
 
한 손님이 이를 짧은 동영상으로 찍어 틱톡에 올리자 조회 수 140만 회를 넘기며 화제가 됐다. 공감을 나타내는 '좋아요' 개수는 9만7000개를 넘었다. 온라인에는 '아무도 일하고 싶어하지 않아(nobody wants to work anymore).'란 표현이 밈(meme·문화 전달 요소)으로 돌고 있다.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넘쳐나는데,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일손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인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4월 기준 미국 실업률은 6.1%다. 실직자 수는 980만 명에 달한다. 하지만 사람을 구하는 일자리 수도 그에 육박한다. 3월 채용 공고는 2월보다 8% 늘어난 812만 건으로, 2000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실제 채용 인원은 600만 명으로 전달보다 3.7% 증가에 그쳤다. 실업자도 많고, 일자리도 많은 셈이다.
 
 미국은 백신 접종으로 경제 활동이 재개되면서 실업자도 많지만 구인난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한 슈퍼마켓이 채용 안내문을 내걸었다. [AP=연합뉴스]

미국은 백신 접종으로 경제 활동이 재개되면서 실업자도 많지만 구인난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한 슈퍼마켓이 채용 안내문을 내걸었다. [AP=연합뉴스]

 
그 원인을 놓고 정치권과 경제 전문가들이 논쟁을 벌이고 있다. 공화당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경기를 부양한다며 돈을 너무 많이 풀어 근로 의욕을 꺾은 게 주요인이라고 주장한다.

 
미국 50개 주의 주당 실업급여는 평균 387달러다. 여기에 연방 정부가 주당 300달러를 더 준다. 일부 주는 주당 600달러를 추가로 얹어주기도 한다. 지난 3월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1조9000억 달러 규모 미국구제법안(America Rescue Plan)에 따른 것이다. 
 
실업 급여를 시간당 임금으로 환산하면 16달러꼴이라고 파이낸설타임스(FT)는 전했다. 연방 최저임금(시간당 7.5달러)의 두배를 넘는다. 저임금 일자리일수록 실업수당이 급여보다 많게 된다. 
 
이에 따라 근로자들이 일터로 나오려 하지 않는 데 당연하다고 공화당은 바이든 정부를 공격한다. 미 상공회의소는 추가 실업급여를 당장 없애야 한다고 의회에 촉구하고 나섰다. 
 
급기야 헨리 맥매스터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를 비롯해 공화당 소속 6개 주 주지사는 당초 연방 정부가 약속한 시한보다 두 달 앞당겨 6월 말까지 추가 실업 수당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맥매스터 주지사는 "코로나19 초기에는 취약 계층에게 단기적으로 금전적 지원을 하려는 취지였으나, 지금은 근로자들이 일터로 돌아오도록 격려하는 게 아니라 집에 계속 머물라고 장려하는 데 돈을 쓰는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와 민주당은 일자리 '미스매치'와 경기 부양책은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0일 "그에 대한 많은 증거를 보지 못했다"면서 실업 급여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절하했다.
 
근로자들이 코로나19 감염을 두려워하거나 아직 학교가 대면 수업을 완전히 재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육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근로자, 특히 여성들이 일터로 나오지 못하는 것이라고 풀이한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노동 시장이 변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음식점, 제조업 등 대면 근무가 필수인 저임금 노동자들이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출근할만한 가치가 있는 일자리인가에 대한 회의를 갖게 됐고, 학업과 훈련을 거쳐 직업 전환을 시도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있다. 
 
 
영국 가디언은 '코로나 실직'을 계기로 단순 사무직에서 교육 훈련을 통해 웹 프로그래머 및 개발자로 변신을 준비하고 있는 오하이오주의 라샨타노울스의 사례를 소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3월 숙박과 음식업에서 채용 공고 100만 개가 사람을 찾지 못했다. 이 업종 평균 임금이 시단당 16.63달러인데, 실업 급여와 같은 수준이거나 더 낮기 때문에 자리가 채워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일손 부족은 음식점 등 서비스업과 식품 가공공장 등 제조업체에서 주로 나타난다. 시리얼 회사 포스트와 미 최대 육류업체 타이슨푸드는 직원을 구하지 못해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로스앤젤레스의 한 음식점 사장은 15명을 면접 보기로 했는데, 당일 12명이 나타나지 않았고, 1명은 출근 첫날 그만둬 겨우 직원 1명을 구했다고 전했다. 차량 공유업체 우버는 1년 전보다 운전기사가 22% 줄었다. 그런데 경제 재개로 수요는 늘어나 운임은 오르고 있다.
 
백신 접종으로 얻은 경제 회복의 모멘텀을 일손 부족으로 인해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달 일자리 증가는 26만 개에 그쳤다. 전문가 예상치인 100만 개의 5분의 1수준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추가 실업 수당 지급이 끝나는 9월이 되면 실업과 구인 현황이 보다 명확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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