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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관악 청춘들의 좌우명 "티끌모아 투자해야 태산된다"

싱글세대가 올해 처음 9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국내 인구는 사상 처음으로 감소했음에도 ‘1인세대’는 2016년 744만명에서 지난해 906만명까지 불어났다. 정부는 향후로도 세대분화 속도가 더욱 빨라져 1년 내에 싱글세대가 100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포분열을 하듯 싱글세대가 증가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젊은세대들이 역대급으로 독립선언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독립기를 통해 우리 사회가 지닌 고민과 세대분화 양상 등을 짚어봤다. 특별취재팀
 

[싱글즈]⑦
“대학 나와도 돈 없으면 자립 불가능” MZ세대 독립기

독립은 의지만으론 되지 않는다. 최소한의 경제자립이 필요하다. 아직 경제적 지지기반을 쌓지 못한 많은 청춘들이 반지하나 원룸, 경제적 부담이 덜한 셰어하우스를 찾는 이유기도 하다. 이 때문에 젊은층의 고민은 항상 경제 독립과 맞닿아있다. 전국에서 1인세대가 가장 많은 수원시. 이곳에서 자립을 선언한 청년을 만났다.
 
윤준식(오른쪽) 씨와 윤태훈(왼쪽)씨. 전국에서 1인세대가 제일 많은 경기도 수원시에서 첫 자립생활을 시작했다. 김경록 기자

윤준식(오른쪽) 씨와 윤태훈(왼쪽)씨. 전국에서 1인세대가 제일 많은 경기도 수원시에서 첫 자립생활을 시작했다. 김경록 기자

경기도청 인근의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에서 일하는 윤준식(28)씨의 직급은 대리. 윤씨는 천안에 있는 대학에 입학한 이후 기숙사 생활을 해오다 취업이 되면서 천안에서 출퇴근을 했다. 꼬박 두달을 자전거→지하철→버스를 갈아타며 버텼다고 한다. 그러다 2019년 말 자취방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자금은 군 전역 후 3~4개월간 조선소에서 용접 보조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 500만원. 조건은 무조건 '직주근접(職住近接)'. 그리고 저렴한 월세였다. 
 
전세자금대출을 하려고 은행을 찾았다. 대출은 생각만큼 만만치 않았다. 다행히도 사정을 들은 집주인이 원룸 보증금 500만원에 50만원이던 월세를, 보증금 1500만원에 30만원으로 깎아줬다. 부족한 금액은 신용대출을 받아 채웠다.
 

“티끌 모아 투자해야 태산된대요”

1인세대 900만 시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1인세대 900만 시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윤씨는 대학 4학년 때부터 재테크를 시작했다. 독립을 하고 싶었지만 부모님 손을 빌리긴 싫어서였다. 틈틈히 청약저축에도 가입하고, 주식투자도 했는데 공부를 하지 않고 무작정 투자를 하니 돈을 잃었다. 그때부턴 주식투자 책을 사다 읽기 시작했다. 지금껏 그의 책장에 쌓인 투자관련 서적은 15권. 수천, 수억원의 큰 돈을 굴리진 않지만 알뜰살뜰 생활비를 아껴가며 '투자계획'도 세워놨다. 올해 안에 3000만원을 모으고, 내년까지 전셋집을 구할 수 있는 종잣돈을 만드는 게 목표다.
 
하루는 빠듯하게 돌아간다. 출근을 해선 일을 해야 하니 퇴근을 해서야 재테크, 자격증 공부를 한다. 윤씨는 “아침에 일어나면 밤사이 미국 증시 상황을 체크하며 하루를 시작한다”며 “결혼을 할 땐 장기임대주택이나 신혼부부를 위한 행복주택으로 시작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국에서 1인세대가 가장 많은 곳은 수원시다. 수원에서 만난 윤준식씨는 "티끌을 투자하면 태산이 될 수 있다는 말에 재테크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했다. 그의 목표는 내년쯤 전세자금을 모으는 일이다. 김경록 기자

전국에서 1인세대가 가장 많은 곳은 수원시다. 수원에서 만난 윤준식씨는 "티끌을 투자하면 태산이 될 수 있다는 말에 재테크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했다. 그의 목표는 내년쯤 전세자금을 모으는 일이다. 김경록 기자

수원시에 사는 직장인 윤태훈(29)씨는 대학입학과 함께 수원으로 거처를 옮겨왔다. 고향은 인천. 기숙사에 살다 독립해 4년째 1인세대로 살고 있다. 자취방은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50만원. “운 좋게도 부모님이 월세를 부담해주셔서 월급은 미래를 위해 차곡차곡 쌓고 있다”고 했다. 청약저축과 청년우대형저축으로 종잣돈을 마련 중인데 두달 전부터 주식 투자도 하기 시작했다. “친구들이 주식 이야기만 하니까 시작했는데 고점에 들어간 것 같다”며 웃었다. 
 
정성광(27)씨는 대학진학과 함께 서울로 상경하면서 자연스레 독립을 했다. 성북구에 살다 1년 전 관악구로 옮겨왔다. 직장과도 가깝지만 무엇보다 '저렴한 집값'에 끌렸다. 정씨는 “다른 곳이면 전세 기본이 8000만~9000만원인데 이곳엔 4000만원짜리 전셋방도 있다”며 “성북구에 살 땐 반지하 방에 살았는데 싼 가격에 지상에 살 수 있으니 삶의 질이 높아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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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촌이었던 '관악구'에 사는 청년들

싱글들의 도시, 들여다보니.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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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준(30)씨 역시 월세 부담이 적은 장점에 끌려 서울 서대문구에 살다 관악구 낙성대로 이사왔다. 이웃 동네인 동작구 사당동을 생각해봤지만 같은 집 조건에 월세가 10~20% 차이가 났다. 처음엔 부모님으로부터 보증금 1000만원을 받았지만, 월급을 알뜰살뜰 모아 다시 돌려드렸다. 김씨는 “무조건 집을 살 계획이지만 현실의 장벽은 너무 높다. 우리같은 청년들은 대출을 끼지 않으면 살 수 없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그는 “집 이야기를 친구들과 하면 고민에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며 “요즘 청년들이 구직활동을 포기하고, 집을 포기하는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은 정부 정책이 청년의 현실을 이해하고 있지 못한다는 방증”이라고 꼬집었다.
 
주얼리 회사를 창업한 조은비(29)씨도 집값이 싼 이유 때문에 관악구로 이사를 왔다. 셰어하우스에 살았는데 방이 너무 좁았다고 한다. ‘요가를 방바닥에서 해보고 싶은 게 꿈’이 되면서 원룸을 구해 나왔다. “요즘 청년들은 집을 살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희망조차 가질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고통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상은 녹록지 않았다. 원룸 계약을 했지만 알고보니 그곳은 주택이 아닌 '근린생활시설'. 옛 고시원을 원룸으로 개조한 것으로 부동산에선 조씨에게 '주택'이라고 설명을 하고 정작 복비를 받을 땐 근린생활시설 기준을 책정해 10만원을 더 받았다. 
 
조씨는 “대학에만 입학하면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될 것 같았는데, 정작 독립을 해보니 세금내는 것, 집을 구할 때 알아야 할 것들에 대해선 하나도 배우지 못한 채 청년들이 사회로 나오고 있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부동산에서 계약서를 작성해야 하지만, 건축물 대장이나 토지대장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등기부등본을 어떻게 보는지 생활독립에 필요한 정보를 아는 청년이 드물다는 얘기었다.
 
조씨는 “차라리 학교에서 경제적인 부분에 대한 교육을 충분히 받고 독립했더라면 좋을 텐데, 대학만 가면 만사가 해결될 것처럼 온실 속 화초처럼 공부만 하다 사회에 나오도록 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최연수·김현예·최은경·박진호·김준희·이은지·백경서 기자, 영상=조수진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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