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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경의 미국에서 본 한국] 웨비나 외교를 넘어 대면 정상회담을 향해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대사·한미경제연구소장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대사·한미경제연구소장

지난 1년 동안 한국을 포함해 내가 갈 수 없는 곳에 있는 사람들을 나와 연결해 준 것은 웨비나(웹세미나)였다. 웨비나와 애증 관계인 건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웨비나 없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고립감을 헤쳐나간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멀리 떨어진 다양한 목소리들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온라인 세계에서 하나의 대화로 모일 수 있도록 해주는 웨비나에 고마움을 느낀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컴퓨터 화면을 응시한 채 언제 음소거를 하고, 언제 다시 해제해야 할지 기억하려고 애쓰면서 디지털화된 관계의 거리감을 좁히려 안간힘을 쓰기도 한다.
 

동맹복원과 협력활성화 최우선시
루스벨트 이래 최대 도전 직면해
한·미·일 협력, 쿼드는 힘든 고비
이해와 소통의 폭 계속 넓혀가야

최근 2주 동안 각종 웨비나의 공통 주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 100일이었다. 그는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첫 상·하원 합동 연설을 했다. ‘100일’이란 기간은 인위적인 개념이긴 하지만,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 이래로 신임 대통령들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보여주고 임기의 기조를 잡는 시기로 간주되어 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루스벨트 전 대통령 이래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극복과 경기 회복에 중점을 두고 있다. 나는 한국에 있는 동료들과 여러 웨비나에 참여해 한·미 관계의 맥락에서 바이든 취임 100일과 그 의미에 관해 토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중 패권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동맹복원과 협력 활성화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이는 블링컨 국무장관과 오스틴 국방장관이 첫 해외 순방국으로 한·일 양국을 함께 공식 방문한 점과 바이든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주재하는 첫 번째와 두 번째 대면 정상회담에 한·일 정상들을 초청한 점에서 분명히 나타났다. 21일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다룰 까다롭고 실질적인 의제들의 틀도 구체화되고 있다.
 
경제·통상 분야에서는 과거 두 번의 정권교체(오바마·트럼프) 때마다 재협상 대상이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이번엔 의제에 오르지 않았다. 이는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한·미 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다른 많은 의제들이 있다. 백악관과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미국의 리튬이온배터리 생산설비 투자에 영향을 미쳤던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간의 영업비밀 침해 분쟁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 타이 대표는 팬데믹 종식을 위해 미국이 코로나19 백신 지식재산권(IP) 보호 면제를 지지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바꾸고 있다는 성명도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12일과 22일 각각 주재한 ‘반도체 정상회의’와 ‘기후정상회의’는 한·미 공조가 무르익은 다른 분야들도 부각시켰다.
 
바이든 행정부가 강조하는 다자주의는 한국에게 기회이자 도전이다. 이 분야 역시 자기주장이 강해지고 있는 중국, 미국의 책무에 대한 의구심, 치열한 권력다툼 등 다양한 지정학적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미국이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한국은 동남아시아뿐 아니라 유럽 등 세계 각지에서 위상을 높이는 등 다자주의에 벌써 적응해 가고 있다.
 
미국은 한·미·일 3국 외교장관의 런던 회담에 이어 계속해서 한·미·일 협력을 촉구할 것이다. 이는 한국과 일본의 정치적 분위기를 감안할 때 힘겨운 고비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잠재적 격차는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의 비공식적이지만 갈수록 더 중요해지고 있는 안보협의체 ‘쿼드(Quad)’의 성격과 미래, 그리고 한국의 참여 여부와 관계 방식에 있을 것이다.
 
북한과 관련해선 오바마·트럼프 행정부의 다소 과장된 접근방식 사이의 절충안 형태로 대북정책 검토가 거의 마무리된 상태다. 바이든 행정부는 싱가포르 합의를 기반으로 북한과 대화할 자세가 되어 있음을 표명하면서 북한의 협상 준비 여부와 시기 등을 포함해 21일에 있을 한·미 정상회담의 논의 토대를 마련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100일을 돌아볼 때 많은 부분에서 나아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미국은 남북전쟁 이후 가장 심각한 정치적 위기에서 살아남았다. 미국과 전세계는 아직 글로벌 리더십과 행동을 필요로 하는 현실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미국과 한국은 여전히 이익과 가치, 상호보완적인 능력을 공유하는 최적의 동반자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더 많이 소통해야 한다. 웨비나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워싱턴 방문을 적극 환영한다.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대사·한미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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