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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4년’ 몸 낮춘 경영계 “대기업 임금인상 자제, 협력사 지원”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앞줄 왼쪽)과 만난 손경식 경총 회장. 뉴스1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앞줄 왼쪽)과 만난 손경식 경총 회장. 뉴스1

 
경영계가 국회의 규제 입법을 막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을 받아내기 위해 정부의 기조 변화에 맞춰가며 분위기 조성에 한창이다. 최근 여당 일부에서 규제 입법의 최종 심의를 맡는 법제사법위원회의 위원장 야당 양보론이 제기된 데 이어 문재인 대통령 취임 4주년 연설에서 사면론이 언급된 만큼 반기업정서를 자극하지 않도록 잔뜩 몸을 낮추고 있다.   

경총·상의, '반기업 정서' 해소 방안 찾기 골몰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1일 "올해 반기업정서 해소를 위해 노력중"이라며 "최근 대기업에 임금 자제를 요청한 것도 반기업 정서 해소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경총은 최근 삼성ㆍ현대차ㆍSKㆍLG 등 4대 그룹을 포함한 대기업 회원사에게 “2021년 임금 인상을 최소화해달라”며 “대기업의 지나친 임금인상은 중소기업이나 취약계층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고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총은 이어 “대기업이 임금 인상을 자제하고 그 재원을 중소협력사를 위해 활용해 사회적 격차해소에 나선다면, 사회통합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경영계가 기업의 투자 여력 등을 앞세워 임금인상 반대를 주장한 적은 있지만 ‘취약계층’이나 ‘격차해소’ 등을 강조한 건 이례적이다. 임금 부담 최소화라는 경영계 입장을 고수하면서 사회 통합이라는 명분을 얻겠다는 계산이란 분석이다.  
 
경총은 지난달엔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을 각각 초청해 반기업 정서 해소 방안 토론회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손경식 경총 회장은 “기업 규제 입법 강행의 원인은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반기업정서가 크게 자리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경총은 조직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반기업 정서 완화 및 국민의 기업신뢰도 제고’를 공식 업무로 지정했다.
 

자수성가 기업인과 머리 맞대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ESG 뉴스레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ESG는 환경 보전, 사회 공헌, 지배구조 개편 등 비재무적 요소를 강조하는 경영 기조다. 최태원 회장은 “기업이 사회 불평등 해소와 기후변화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대한상의는 매달 ESG 관련 주요 이슈, 국내외 정책, 기업동향, 통계지표 등을 분석해 회원사들에게 안내할 예정이다. 경영계는 ESG 경영 방식이 반기업정서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과 대한상의 직원들과의 오찬 모습. 사진 대한상의

최태원 회장과 대한상의 직원들과의 오찬 모습. 사진 대한상의

 
최 회장은 12일엔 김범수 카카오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등 서울상의 부회장단을 만나 ESG 논의를 본격화 한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논의 주제가 정해진 건 아니어서 ESG나 반기업정서 등도 모두 거론될 수 있다”고 전했다. ‘최태원 체제’에서 자수성가형 기업인들이 부회장단에 합류했을 때부터 경영계에선 “반기업정서의 표적에서 떨어져있는 인물들에게 손을 내민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13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와 함께 ‘제 1회 한ㆍ미 ESG 포럼’을 연다. 한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과 함께 ESG를 추진한다는 게 차별 포인트다. 전경련에 따르면 국내 10대 그룹 중 7곳이 ESG 위원회를 설치해 노력 의지를 대외적으로 알리고 있다. 2025년부터는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들은 ESG 실적을 공시해야 하는 의무도 진다. 송재형 전경련 ESG TF팀장은 “단순히 ‘착하게 살자’는 도덕 관념이 아닌, 환경 오염 등 위험 요소를 사전에 방지하고 이익을 더 키우기 위한 투자자의 요구에서 시작한 게 ESG”라며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공공의 선’ 효과가 증대되기 때문에 이를 통한 반기업 정서 해소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왼쪽). 사진 전경련

허창수 전경련 회장(왼쪽). 사진 전경련

“성장으로 합리화 이제 끝” 

경영계는 그동안 불법·비윤리적 행위가 불거질때마다 주장하던 ‘경제 발전 과정에서 일어난 불가피한 행위’라는 논리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는 걸 인정하는 분위기다. 실제 박용만 전 대한상의 회장은 올해 1월 “우리 사회가 기업의 성장과 수익만을 응원하고, 성장과 수익만으로 기업의 모든 행태가 합리화됐던 시대는 이제 지났다”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지난해 12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본인 재판 최후진술에서 “그 전에는 회사를 키우는게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만으론 부족했다”며 “준법문화라는 토양 위에서 검토를 거듭해 의사결정을 해야 궁극적으로 사업에 도움이 된다는 걸 알게됐다”고 말했다.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업 입장에선 ‘우리는 열심히 하는데 왜 평가가 나쁜가’라는 억울한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그럴수록 막연한 홍보 보다는 시민사회와의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재구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그동안 기업이 사회 공헌을 한다고 하면 ‘어떤 잘못을 덮으려 하나보다’라는 인식을 시민들에 심어준 게 사실”이라며 “환경 문제 해결이나 빈곤 퇴치와 같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겠다는 기업들의 선언이 경영 본질로 자리잡히지 못하고 가욋일이라는 평가를 받게 된다면, 반기업정서 해소는 영원한 목표로만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세영 세한대 경영학과 교수는 “결국 사회적 책임과 함께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는 게 기본적이고 정상적인 대책”이라고 말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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