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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 가격 치솟자 미소짓는 LS…동박(銅薄) 품귀에는 속앓이

LS니꼬동제련 직원이 1250도 용광로 앞에서 구리 주조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LS니꼬동제련 직원이 1250도 용광로 앞에서 구리 주조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LS그룹이 오는 17일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미소를 짓고 있다.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 구리 가격이 치솟으며 주요 계열사 제품 판매 가격이 덩달아 뛰고 있어서다. 10년 만에 찾아온 원자재 수퍼 사이클(장기 상승세)이 LS그룹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LS그룹은 구리 가격 상승으로 수혜를 보는 대표적 기업 중 하나다. 그룹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두 계열사의 주력 상품이 구리 가공 제품이기 때문이다. LS니꼬동제련은 구리를 제련해 전도율이 높은 전기동을 만들고 LS전선은 이를 활용해 전선을 만든다. 전선업체는 납품 계약시 판매 가격을 원자재 시세와 연동시키는데 구리로 만든 전기동은 전선 제조원가의 60~65%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구리 가격이 올라가면 LS가 판매하는 제품 판매 가격도 덩달아 올라간다. 
 
지난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하락세를 보였던 구리 가격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본격화하던 하반기부터 상승 곡선을 그려왔다. 특히 최대 수요국인 중국의 경기가 회복되자 구리값이 뛰기 시작했다. 지난 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국제 구리 가격은 t당 1만361달러를 기록했다. 2011년 2월 기록했던 역대 최고가격(1만190달러)을 10년 3개월만에 갈아치운 것이다. 미국의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구리 가격이 5년 내 t당 1만50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치솟는 구리 가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치솟는 구리 가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구리 가격 상승은 실물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 구리는 흔히 ‘닥터 코퍼(Dr. Copper, 구리 박사)’로 불린다. 구리 가격을 경기 선행지표로 보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바이든 정부가 2단계에 걸친 대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에 따라 철도, 전력망, 주택, 전기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구리 사용량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구리 가격이 상승하며 비상장 계열사인 LS전선의 실적이 상승하고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중심으로 수주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4년 전 매각한 동박(銅薄) 사업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상황은 LS그룹의 속을 쓰리게 하고 있다. 동박은 구리를 종이처럼 얇게 만든 제품으로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음극재를 만드는데 쓰인다. LS그룹은 지난 2017년 LS엠트론의 동박·박막사업부를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매각했다. 2019년 이 사업부는 SKC에 다시 매각돼 배터리용 동박사업 투자사인 SK넥실리스의 모태가 됐다.
 
SK넥실리스가 제조한 동박. [사진 SK넥실리스]

SK넥실리스가 제조한 동박. [사진 SK넥실리스]

 
최근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급성장하며 동박은 없어서 못파는 귀한 소재가 됐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세계 동박 수요는 연평균 44%씩 증가해 2025년 14조3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올해 1분기 SK넥실리스는 매출 1420억원, 영업이익 167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SKC 역시 동박사업의 덕을 봤다. 올 1분기 SKC의 매출은 7846억원, 영업이익 818억원으로 10년만에 분기 최대 실적을 다시 썼다. 
 
공교롭게도 LS엠트론은 동박사업을 정리한 이후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미래 먹거리 사업을 팔고 트랙터, 사출기 등 기계 사업 위주로 재편한 것이 실책이 아니었냐는 지적이 나온다.
 
LS그룹 관계자는 “당시 동박사업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룹 재무구조상 투자를 지속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LS엠트론은 최근 북미 트랙터 시장에서 좋은 실적을 내고 있어 올해는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KKR은 LS그룹의 동박사업을 3000억원에 인수해 2년 만에 1조2000억원에 되팔았다”며 “세계 각국의 친환경 정책 기조를 감안할 때 동박사업 매각은 매우 아쉬운 결정이 아닐 수 없다”고 평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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