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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잠수사, 네티즌 수사대…시민들 왜 '정민씨'에 공감하나

10일 오후2시쯤 서울 반포 한강공원에서 손씨 친구의 휴대전화를 수색하기 위해 자원으로 나선 민간 잠수부, 안전요원, 민간수색팀장의 모습. 최연수기자

10일 오후2시쯤 서울 반포 한강공원에서 손씨 친구의 휴대전화를 수색하기 위해 자원으로 나선 민간 잠수부, 안전요원, 민간수색팀장의 모습. 최연수기자

10일 오후 2시쯤 서울 반포 한강 공원. 흐린 날씨에 민간 잠수사와 안전요원 두 명이 한강 물 속을 오르내렸다. 산소통과 잠수복을 입고 내려간 40대 민간 잠수사 김철주씨는 수색 작업을 하다가 한강 둔치로 올라와 물을 마시며 숨을 돌리기를 반복했다. 쉬는 동안에도 민간 수색팀장과 대화하며 스마트폰이 있는 추정 장소를 의논했다. 인근 주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잠수부의 수중수색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보기도 했다.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된 고(故) 손정민씨 친구의 스마트폰을 찾으려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은 이날도 계속되고 있었다. 민간 구조사 차종욱(54)씨와 그의 구조견 오투가 손씨 시신을 찾은 이후 민간 수색팀은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다이빙 교육단체인 UTR의 민간탐사팀 본부장인 김철주 잠수부는 “해상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봉사로 매번 자원해 현장 수색을 도왔다”고 수중수색에 자원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이번 수중수색은 기존의 현장과 다르게 수심이 얕고 펄이 많아 시야 확보가 안 되고 있다. 금속탐지기에는 라면 봉투, 깡통 등이 감지되는 상황이라 하나하나 손으로 확인해야 하므로 수색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수중수색은 11일까지 이틀간 반포 수상 택시 승강장을 기준으로 구역을 나눠서 진행될 예정이다. 민간 수색팀은 시민들의 자원을 받아 육상 수색도 하고 있다.
 

‘경찰 불신’에 네티즌 수사대 등장

손정민(22)씨의 사체가 발견된 서울 반포공원 부근에 손씨를 기리기 위한 추모공간이 마련됐다. 최연수기자

손정민(22)씨의 사체가 발견된 서울 반포공원 부근에 손씨를 기리기 위한 추모공간이 마련됐다. 최연수기자

정민씨 사망 사건은 과거 어떤 사건보다 시민과 네티즌의 이례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손정민’, ‘한강 공원 실종대학생’ 등의 검색어는 연일 포털 검색 사이트의 최다 검색어를 차지한다.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관심은 폭발했다. 수색 등에 도움이 되지 못한 시민들이 민간 수색팀에 ‘후원계좌를 열어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네티즌들도 부지기수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사건을 추론하며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실마리를 추적하는 ‘공동 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유례없는 관심에 대해서도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고(故) 손정민씨의 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시민이 보낸 그림 선물. 블로그 캡처

고(故) 손정민씨의 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시민이 보낸 그림 선물. 블로그 캡처

사건의 진실이 아직 미궁에 빠져있다는 점이 근본적인 이유다. 수사 과정에 대한 불신,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정황 때문에 시민들이 직접 나서게 됐다는 것이다. 정민씨의 친구 A씨가 정민씨의 스마트폰을 갖고 있었고 본인의 스마트폰은 사라진 사실이 특히 그렇다. 민간 잠수사가 한강에서 발견한 빨간색 아이폰이 A씨의 것이 아니라는 경찰의 발표에도 일각에선 “경찰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일부 시민들은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된 사건 당일의 CCTV 영상을 분석하는 글을 커뮤니티에 올리고 있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정민씨 아버지가 논리적으로 의심되는 정황을 설명하면서 이 사건에 대해 바로잡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 같다. 또 경찰의 수사에 불신이 내재해있기 때문에 수사에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이 이 사건에 감정이입을 하고 직접 나서기도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네티즌 수사대’라는 문화가 생기고 ‘직접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심리가 형성됐다고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민들의 정의감은 A씨 아버지와 가족의 직업 등에 대해 잘못된 정보가 퍼지면서 과열된 측면도 있다. 힘있는 사람이 사건을 덮으려 한 게 아니냐는 음모론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친구 아버지가 누구인지에 사람들이 주목하는 이유는 사회적 배경 때문에 억울한 일을 당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구 교수는 “권력과 사회적 지위를 가진 사람들이 무언가를 막고 있다는 답답함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대생에 대한 특별한 관심도 영향

故 손정민씨의 아버지 손현씨가 어버이날인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택시승강장 앞에서 차종욱 민간구조사를 만난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1

故 손정민씨의 아버지 손현씨가 어버이날인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택시승강장 앞에서 차종욱 민간구조사를 만난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1

일각에서는 한강 사건을 ‘평택 대학생 사건’과 비교하기도 했다. 지난달 22일 평택항 신컨테이너 터미널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이선호(22)씨가 무게 300kg에 달하는 개방형 컨테이너(FRC) 날개에 깔려 숨진 사건이다. 이씨는 군 제대 이후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다 참변을 당했다. 직장인 정모(28)씨는 “비슷한 시기에 같은 나이의 대학생에게 발생한 두 사건에서 시민들의 관심이 이렇게 다를 수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민씨 사건에 유독 많은 사람이 감정이입을 하는 현상에서 ‘엘리트 중심주의’의 단면이 나타난다는 분석도 나왔다. 구정우 교수는 “손씨에 대해 ‘전도유망한 청년’이라는 인식이 있다. 슬프지만, 비슷한 때에 발생한 평택항 사건에 관심이 덜한 것은 사회 전반에 엘리트 중심주의가 내재돼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엘리트주의로 이 사건 전체를 설명하는 게 무리가 있다”면서도 “의대생이라는 사실은 어떻게 보면 부모가 ‘성공적으로 잘 키운 아이’라고 볼 수 있는데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시민들이 안타까움을 더 깊게 공감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최연수·정희윤 기자 choi.yeonsu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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