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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 박차고 나온 여고생, 두번째 식구로 '논숙자' 택했다

싱글세대가 올해 처음 9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국내 인구는 사상 처음으로 감소했음에도 ‘1인세대’는 2016년 744만명에서 지난해 906만명까지 불어났다. 정부는 향후로도 세대분화 속도가 더욱 빨라져 1년 내에 싱글세대가 100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포분열을 하듯 싱글세대가 증가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젊은세대들이 역대급으로 독립선언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독립기를 통해 우리 사회가 지닌 고민과 세대분화 양상 등을 짚어봤다. 특별취재팀
 

[싱글즈]⑤
MZ세대들의 셰어하우스 독립기

2019년 11월 서울 강남의 한 셰어하우스.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현관문을 열어젖히자 성인 남녀의 시선이 쏠렸다. 이들은 일제히 “부모님의 허락을 받고 온 거냐”고 물었다. “어떻게 셰어하우스를 알게 됐느냐”, “왜 오게 됐냐”는 질문도 쏟아냈다. 현재 셰어하우스에서 1년 넘게 살고 있는 디자이너 왕예진(20)씨 이야기다.

교복 입은 고교생, 셰어하우스 입주하다 

논스 코워킹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는 왕예진(20)씨의 모습. 현재 논스에서 1년 넘게 생활중이다. 최연수기자

논스 코워킹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는 왕예진(20)씨의 모습. 현재 논스에서 1년 넘게 생활중이다. 최연수기자

왕씨는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셰어하우스 ‘논스(NONCE)’에서 생활 중이다. 그는 “셰어하우스에서 더 다양한 사람들에게 영감을 받고 싶어 고교 기숙사를 박차고 나왔다”고 말했다. 대학을 갈 게 아니라면 기숙사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왕씨는 “디자이너를 꿈꾸다 보니 학교 밖 세상에서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며 “혼자서는 벌레도 잡지 못하는 성격이라 언제든 주변에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셰어하우스에 관심을 갖게 됐다”라고도 했다. 논스에는 블록체인, 예술, 정치 등 다양한 분야 사람들이 모여있다.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왕씨의 일자리도 이 곳에서 만난 인연에서 시작됐다.
 
‘논스’는 블록체인 연구 커뮤니티에서 시작됐다. 총 5호점으로 이뤄진 이곳은 공유주택인 동시에 공유 사무실의 역할도 한다. 이곳에서 창업한 회사만 40여개로 ‘창업가의 마을’로도 불린다. 5개 호점에서 생활하는 사람은 총 100여명. 규모가 커지면서 이제는 주민 구성도 다양해졌다. 일과 공감대를 함께 할 ‘일석이조’의 커뮤니티를 찾는 MZ세대가 모여있다.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논스1호점의 모습. 이곳 1층은 라운지, 2층은 코워킹 사무실이 함께있다 최연수기자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논스1호점의 모습. 이곳 1층은 라운지, 2층은 코워킹 사무실이 함께있다 최연수기자

’논숙자’의 하루…공유오피스에서 함께 일하고 잠잔다

입주자들은 스스로를 ‘논숙자’라고 칭한다. ‘논스에 사는 사람’이라는 뜻과 ‘셰어하우스 곳곳에서 자유롭게 생활한다’는 의미를 담은 별칭이다. 논숙자들의 생활 분위기는 공용 오피스 1층 라운지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뜬금없이 놓인 큰 침대는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낮잠을 청하는 공간이다.
 
셰어하우스 구성도 독특하다. 1호점은 마을회관과 공유오피스 건물이며, 2~5호점은 5분거리 내에 위치한 단독주택 형태의 공간이다. 1호점에서 일을 마친 입주자들이 인근의 다른 호점으로 퇴근해 생활하는 방식이다.
 
왕예진씨가 머물고 있는 논스 3호점의 공용공간. 이곳에서 사람들이 모여 반상회를 열기도 하고 수다를 떨기도 한다. 최연수기자

왕예진씨가 머물고 있는 논스 3호점의 공용공간. 이곳에서 사람들이 모여 반상회를 열기도 하고 수다를 떨기도 한다. 최연수기자

입주 절차도 유별나다. 자기소개서, 면접, 투표를 거쳐 입주민을 뽑는다. 면접에 통과한 사람들은 호점별 입주민들이 찬반 투표를 한다. 운영진인 정의준(22)씨는 “면접 인터뷰는 ‘꿈이 무엇인지’, ‘꿈을 위해서 내가 무얼 노력하고 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물어본다”며 “분야와는 상관없이 입주민들 간에 서로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줄 사람들을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다보니 정작 입주민 선발은 많지 않다. 정씨는 “공간이 한정돼 한 달에 10~20명 정도 입주 문의를 하는데, 그중 한 두 명 정도가 들어오는 식”이라고 말했다. 7개월째 논스에서 생활하고 있는 디자이너 제이모(21)씨는 “헝그리정신으로 도전하는 젊은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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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입주자들이 논스 1호점 옥상에서 반상회를 하는 모습. 정의준 제공

2019년 7월 입주자들이 논스 1호점 옥상에서 반상회를 하는 모습. 정의준 제공

셰어하우스를 통한 MZ세대의 독립은 일종의 문화로 번지고 있다. 집을 공유하는 대신 꿈을 키우고, 인맥을 쌓길 원하는 MZ세대의 세태를 반영하듯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 중이다. 셰어하우스 전문 플랫폼인 컴엔스테이에 따르면 2015년 722개이던 셰어하우스는 5년 새 10배가량 증가했다. 2017년 3468개로 늘어난 셰어하우스는 2018년 5724개, 2019년 7306개까지 불어났다.
 
셰어하우스가 MZ 싱글세대의 아이콘으로 등장하면서 기업과 지자체도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와 부여군, 천안시는 직접 공유주택을 운영한다. 천안의 셰어하우스에서 거주하는 직장인 박찬미(28)씨는 비슷한 또래의 직장인과 생활하고 있다. 방 두 개짜리 공유 주택에서는 월 20만원 내외의 생활비가 든다고 한다. 셰어하우스 입주민들이 서로를 ‘두 번째 식구’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씨는 “우리 나이 또래는 이직으로 인해 주거지가 언제든 옮겨질 수 있다는 생각에 전세, 월세가 부담스러운게 사실”이라며 “보증금 없이 한 달 전에만 미리 이야기하면 퇴거가 가능한 점도 셰어하우스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존재로는 독립, 느슨한 연대 꿈꾸는 MZ”

1인세대 900만 시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1인세대 900만 시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전문가들은 MZ세대의 독립 추세가 날로 거세질 것으로 내다봤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셰어하우스는 내집 마련은 어렵지만 독립적인 성향을 추구하는 MZ세대들이 만들어낸 하나의 문화이자 거주공간”이라며 “셰어하우스 세태는 MZ세대들이 본인의 울타리를 하루빨리 만들고 싶어하는 독립적인 성향을 갖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느슨한 유대를 추구하는 특징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 교수는 또 “셰어하우스는 사회적 존재로 독립한 개인에게 연대와 유대감을 나눌 수 있는 공동체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선호도가 높다”며 “비혼과 1인가구에 관심이 많은 MZ세대들의 인식과는 달리 정부가 가정과 출산을 바탕으로 한 정책과 혜택만을 주로 내놓은 것도 MZ세대의 독립 의지를 높이는 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이런 흐름에 발맞춰 비혼 커플, 노년 동거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인정하며 민법과 건강가족지원법 개정 논의를 꺼내기도 했다. 현행 민법 779조에서 언급된 가족의 범위는 ‘배우자, 직계혈족, 형제자매’, ‘생계를 같이하는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배우자의 형제자매’로 규정한다. 정부는 이 가족 범위 조항을 삭제할 방침이다.
 
조영태 인구학자는 밀레니얼 세대의 경우 그들의 부모세대가 바로 ‘베이비 부머(1955~63년생) 세대’인 점에 주목했다. 그는 “여성의 사회적 참여가 늘어나고 부모세대가 적극적으로 세대주가 되라고 장려하는 데다 밀레니얼 세대 역시 스스로 분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전체 1인 세대 증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김현예·최은경·이은지·김준희·박진호·백경서·최연수 기자, 영상=조수진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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