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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호의 시시각각] 쿼드, 중국 눈치 볼 이유 없어졌다.

지난해 2월 중국의 H-6 전략폭격기가 대만에 접근해오자 대만 F-16 전투기가 바짝 다가가 경계 비행하는 모습을 대만 국방부가 공개했다. 지난해 초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일국양제'를 거부한다고 발언한 이후 양얀관계는 군사 충돌 직전까지 갈 정도로 악화됐으나 중국-대만 간 무역은 도리어 늘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2월 중국의 H-6 전략폭격기가 대만에 접근해오자 대만 F-16 전투기가 바짝 다가가 경계 비행하는 모습을 대만 국방부가 공개했다. 지난해 초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일국양제'를 거부한다고 발언한 이후 양얀관계는 군사 충돌 직전까지 갈 정도로 악화됐으나 중국-대만 간 무역은 도리어 늘었다. [AP=연합뉴스]

우리는 흔히 '고정관념의 노예'가 되곤 한다. 인도·태평양 4개국 협의체(쿼드·Quad) 가입을 둘러싼 찬반 논란에서도 이런 잘못이 빚어진다. 현재 '쿼드는 중국을 막기 위한 안보 협력체로, 한국 가입 시 중국의 경제 보복을 당하게 된다'는 명제가 참인 것처럼 돼 있다. 

아시아판 나토로 발전할 공산 적어
인도는 독자적 대중 외교 방침 천명
한국, 만만한 나라라는 인식 벗어야

그럼에도 가입 찬성파는 쿼드에 안 들어가면 한국은 미국의 2류 동맹국으로 추락한다고 경고한다. 그러면서 "혈맹인 미국 편에 서야 북한과 중국의 위협을 막을 수 있다"는 논리를 편다. 반대론자들은 미·중 사이에 낀 한국으로서는 한쪽 편을 드는 건 위험천만한 일로 본다.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THAAD)체계 배치로 빚어진 중국 측 경제 보복의 피해가 컸던 건 사실이다. 그러니 '전략적 모호성'이란 이름으로 쿼드 가입 여부를 밝히지 말자고 주장한다. 사실상 참여를 거부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런 이분법적 사고가 옳은가. 먼저 쿼드가 중국 견제용 안보 공동체라는 인식부터 살펴보자.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쿼드 성격만큼 확 달라진 것도 없다. 트럼프 행정부 때는 쿼드를 중국의 부상을 막기 위한 안보 공동체로 키운다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에드 케이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선임국장이 지난 7일 열린 최종현학술원 세미나에서 ″쿼드는 아시아판 나토도, 안보동맹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에드 케이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선임국장이 지난 7일 열린 최종현학술원 세미나에서 ″쿼드는 아시아판 나토도, 안보동맹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에드 케이건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선임국장은 지난 7일 열린 한 세미나에서 이렇게 단언했다. "쿼드는 아시아판 나토도, 안보동맹도 아니다"라고. 나아가 그는 "백신, 기후변화, 사이버 안보 등 공공재적 이슈를 놓고 협력하는 모임"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구상이 이렇다면 한국이 중국 때문에 안 들어갈 이유가 없다. 
더 주목되는 대목은 쿼드의 한 축인 인도의 입장이다. 이날 발표자로 참석한 인도 전문가에 따르면 인도는 쿼드가 결코 집단안보체제로 발전하는 것을 원치 않으며 어떠한 합동군사훈련도 반대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인도 정부는 쿼드의 결정이 중국에 대한 독자적 외교정책보다 우선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즉 인도-중국 간 양자 관계는 자신들이 알아서 조율하겠다는 얘기다. 이런 판에 쿼드가 중국 견제용 안보체제로 발전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인도·태평양 협의체인 '쿼드(Quad)' 회원국 [뉴시스]

인도·태평양 협의체인 '쿼드(Quad)' 회원국 [뉴시스]

쿼드 가입 시 중국의 혹독한 보복이 가해질 거란 논리도 따져봐야 한다. 쿼드 창설 멤버인 인도·일본은 놔두고 한국만 공격한다는 건 중국 스스로 봐도 앞뒤가 안 맞는 일이다. 물론 안면 몰수하고 한국만 칠 수 있다. 이럴 경우 우리는 화웨이 사업 금지 및 코로나 원인 조사 주장 등으로 지난해 5월 이래 중국의 경제 보복을 당했던 호주의 사례를 눈여겨봐야 한다. 호주는 대중 수출 비중이 전체의 20%가 넘던 나라다. 하지만 1년간의 중국 경제 보복에도 불구, 시장 다변화 정책 등으로 전체 수출은 2.2% 감소에 그쳤다.
한편 대만의 경우 지난해 차이잉원 총통의 '일국양제(一國兩制)' 거부 발언 등으로 중국과 군사적 갈등까지 빚었지만, 대중 수출액은 2019년 918여억 달러에서 지난해 1024억여 달러로 오히려 11.5%나 늘었다. 남중국해에서 심각한 영유권 분쟁을 벌여온 베트남 역시 대중 무역이 줄기는커녕 나날이 느는 추세다. 중국과의 갈등이 꼭 경제 보복으로 이어지진 않는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한국에 보복했던 중국이 왜 대만·베트남은 그냥 놔뒀을까. 이는 각국에 대한 인식 차이 탓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간 대만·베트남은 중국의 압력에 굴하지 않았다. 반면에 문재인 정부는 사드 배치로 중국의 압력이 심해지자 2017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3불 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니 한국은 누르면 눌리는 나라라는 인식이 중국인들의 뇌리에 박힐 수밖에 없다. 요즘 각광받은 '구성주의' 이론은 각국에 대한 인식에 의해 국제정치가 이뤄진다고 가르친다. 언제까지 사드 배치, 쿼드 가입 같은 주권적 사안마저 중국의 눈치를 보며 결정할 것인가. 한국은 만만한 나라라는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중국의 간섭에서 영원히 자유로울 수 없다. 
남정호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남정호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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