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현대제철 끼임사…'왜 끼나' 254건 산재보고서 전수분석



[앵커]

집중분석, '끼임사' 보고서…죽지 않고 일할 권리



기계에 끼여 숨지는 사고를 '끼임사'라고 부릅니다. 겉으론 기계에 끼인 거지만, 안을 보면 노동자들은 회사의 이윤 욕심과 안전을 뒷전에 둔 효율 우선주의에 끼여 사고를 당하고 있습니다. 사흘에 한 명꼴로 이 끼임사로 목숨을 잃고 있고, 지난주에만 해도 두 명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저희는 '후진국형' 사고로 꼽히는 끼임사가 되풀이되는 이유와 그 대안을 찾기 위해서 두 달 간 수백 건의 사고를 분석해왔습니다. 이 내용은 잠시 뒤에 김지성, 어환희 기자가 전해 드리고, 우선 이틀 전 현대제철 사고부터 짚어 보겠습니다. 방호 울타리와 안전 센서만 있었어도 막을 수 있었을 거란 지적이 나옵니다.



정영재 기자입니다.



[기자]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1열연공장 안쪽입니다.



지난 8일 노동자 김모 씨가 숨진 곳입니다.



철광석을 옮겨주는 설비 아래를 점검하다 사고를 당했습니다.



좌우로 움직이는 설비 장치에 머리가 끼인 겁니다.



[현대제철 노동자 : 되게 위험해요. 움직일 때 최대한 자세를 숙여서 (설비가) 움직여서 섰을 때 들어가서 공간을 잡아서 앉아서 쪼그려서.]



일상적인 점검을 하거나 이상이 생기면 수시로 들어가야 하는 곳입니다.



좁고 어두워 사고가 나기 쉽습니다.



하지만 방호 울타리나 센서 같은 안전장치는 없었습니다.



[최병률/금속노조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노동안전보건차장 : 수차례 가열로 하부 작업공간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했지만 현대제철 사업주는 방호울(타리) 하나 설치하지 않은 채 위험을 방치했다.]



현대제철도 안전 조치가 일부 미흡했다고 인정했습니다.



다만 노조와 주기적으로 안전 문제를 고쳐나가고 있다면서 노조측이 해당 설비의 개선 요구는 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사고가 난 1공장에만 같은 설비 4대가 있습니다.



당진제철소 5개 공장을 합하면 20대가 넘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사고가 난 설비 1대만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습니다.



노조는 노동청을 찾아 항의했습니다.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같은 설비에서 또 사고가 날 우려가 있다면 함께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경환/고용노동부 천안지청장 : 동일 작업 범위에서 사고 위험이 현저하게 있는지 이 부분을 저희들이 조사하고 있습니다.]



사망 사고가 난 설비는 그동안의 근로 감독에서 한 번도 문제가 지적된 적이 없었습니다.



[기자]



끼임 사고는 이런 '공장'에서 가장 많이 일어납니다.



특히 규모가 작은 사업장에서 더 쉽게 다치고, 또 죽었습니다.



끼여서 숨진 노동자 네 명 가운데 세 명이 50인 미만, 영세한 규모의 사업장에서 일하다 사고를 당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받지 않는 곳들입니다.



지난 3년 간 사고 원인은 안전 장치가 부실해서, 혹은 안전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은 탓이 컸습니다.



놀랍게도 기계 전원을 끄지 않은 것도 주된 이유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여기에 하나 더 주목할만한 사실은 기계로 실제 작업을 할 때보다 작업을 멈추고 기계를 정비하거나 청소하다 사고를 당한 경우가 더 많았다는 겁니다.



왜 작업을 멈췄는데, 정작 사고는 더 많이 나는 걸까요.



실제 사고를 당한 노동자를 만나봤습니다.



[장모 씨/현대제철 하청 노동자 : 컨베이어벨트 쪽 가면 몸이 닭살도 많이 돋고 심장이 너무 많이 뛰고…]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기계 정비 일을 하는 장모 씨, 몸 곳곳엔 2년 전 사고 흔적이 뚜렷합니다.



장씨는 컨베이어 벨트에 작업용 발판을 설치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하청업체 소속인 장씨는원청인 현대제철 직원에게 전원을 차단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정비 작업 도중 갑자기 기계가 돌아가면 몸이 끼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장모 씨/현대제철 하청 노동자 : '시건(전원 차단) 필요 없냐' 물어보니까 시건 필요 없대요. 그 직영 분이 '하나도 안 위험하다, 작업해라' 그랬어요.]



어쩔 수 없이 작업을 시작한 장씨, 걱정했던 일이 일어났습니다.



[장모 씨/현대제철 하청 노동자 : 용접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기계가 돌아간 거예요. 제가 옆으로 누워서 딱 꼈어요, 뼈가 점점 부서지면서 아프고 다리 탈골되고 골반 다 부서진 거죠.]



사고 전 작성된 작업허가서와 점검표입니다.



전원 차단 항목에'X'자 표시이거나 빈칸으로 남겨져 있습니다.



장씨는 올해 초 또 끼임 사고를 당할 뻔 했습니다.



[장모 씨/현대제철 하청 노동자 : 설비 체인 교체 작업하고 있는데요, 갑자기 체인이 도는 거예요. 바로 (손을) 뺐죠. (바로 안 뺐으면) 손 말려들어가 손 잘렸겠죠.]



사고 이후 작성된 현대제철 측 대책 회의 문서입니다.



'해당 개소 ILS 시건 위치를 모르고 있었다'고 적혀있습니다.



기계 전원을 어디서 꺼야 하는지조차 알지 못했다는 의미입니다.



비슷한 이유로 사고가 반복되지만, 안전 조치를 요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서현수/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노동안전보건부장 : 안전상 문제로 거부한다든지 했을 때 (원청업체가) 오더(일감)를 뺀다든지, 굳이 해도 되지 않을 잡일 시킨다든지, 페널티라든지 이런 게 있으니까…]



사정이 이렇다 보니 끼임 사망사고 가운데 절반 이상은 장씨처럼 전원을 완전히 끄지 않은 기계를 청소하거나 수리하다가 발생했습니다.



결국 시간과 비용 문젭니다.



[제조업 노동자 : 안전하게 작업하는 방식은 결국 생산량이 안 나오게 되고 그러다 보니 이렇게 급하게 작업하게 되는 게 아닌가…]



현대제철 측은 "현대제철 직원이 현장과의 의사소통 오류로 기계를 다시 가동하도록 지시했고, 전원 차단이 제대로 돼 있지 않았다"면서도 "장씨의 전원 차단 요구를 묵살한 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끼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 교육을 강화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입장을 밝힌지 하루만인 지난 8일 현대제철 노동자 한 명이 또 끼여 숨졌습니다.



[앵커]



한 노동자는 컨베이어를 점검하다가 몸이 끼여서 숨졌는데, 기본적인 안전 장치도 없었습니다. 실제로 사고가 난 사업장의 세 곳 가운데 두 곳은 이렇게 안전 관리가 부실했습니다. 왜 이렇게 안전은 뒷전으로 밀리는 건지 어환희 기자가 사업장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기자]



사무용품 제조 사업장입니다. 끼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어떤 것들을 하고 있을지 둘러봤습니다.



줄지어 있는 프레스 기계, 양 옆으로는 안전장치가 빨간 불빛을 내고 있습니다.



작업을 하다가 몸이 기계 가까이 가게 되면 이렇게 센서가 감지해서 기계가 멈춥니다.



불꽃을 내며 작업하는 산업용 로봇에는 사람 키만한 울타리를 세웠습니다.



[김기성/안전보건공단 충남지역본부 지역2부장 : 전원이 차단된 것으로 착각해서 들어갈 때에 불시 가동되면 상당히 위험하죠.]



그런데 법적으로 설치해야하는 이런 안전장치가 잘 갖춰진 사업장은 많지 않습니다.



3년치 재해조사보고서를 분석해보니, 끼임사의 69%가 안전 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일어났습니다.



사업장이 안전에 신경 쓰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요?



현장에선 가장 큰 이유로, 비용을 꼽습니다.



이 사업장이 지난해 안전조치에 들인 돈은 7천만 원입니다.



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절반 정도를 지원해줬기 때문에 가능했지만 영세 사업장일수록 부담은 더 큽니다.



[이풍성/한솔스틸 관리부 차장 : (보통) 지원사업도 모르고 있을뿐더러 어쨌든 쉽지 않은 비용이잖아요. 컨설팅이나 도움 없이는 쉽지 않은 부분이고…]



정부 관리도 문제입니다.



택배노동자 A씨는 분류작업을 하다 컨베이어 벨트에 손가락이 끼이면서 절단됐습니다.



[A씨/택배노동자 : 세 달 뒤에 복귀했는데 아무 일 없듯이 거기 들어가서 작업을 하는 거예요. 실망감은 말도 못 했어요. 사고가 난 당사자로서 그렇게 간곡하게 부탁했는데도…]



[최명선/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 : 거의 사업장 감독을 안 나가고, 감독을 해서 무언가를 지적하고 개선했느냐에 대해서 대개 서류 검토로 끝내 왔거든요.]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현행법은 사업장 스스로 위험 요인들을 파악해서 없애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정작 처벌 조항은 없습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 : 통상 임의규정이라고…소규모 사업장들의 이행률이 조금 낮은 실정이긴 해요.]



이러다보니 100인 이상 사업장은 80% 이상이 위험성 평가를 하지만 5인 미만은 9%에 그쳤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위험성 평가에 처벌 규정을 넣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감독의 경우, 올해부터 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재방문해 확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내일(11일)도 끼임사 보도를 이어가겠습니다. 현장 여기저기에서 발견된 낡은 기계들, 또 임의로 개조한 기계들의 문제점을 짚어 보겠습니다.



(영상취재 : 이완근·신동환·박세준·이병구 / 영상디자인 : 신재훈·김윤나·김충현 / 영상그래픽 : 김지혜)

JTBC 핫클릭

현대제철 당진공장서 작업 노동자 참변…끼임 사고 추정 300㎏에 깔려 숨진 이선호 씨…하청·재하청 '죽음의 사슬'



Copyright by JTBC(https://jtbc.joins.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