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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연결해줄테니 돈 달라" 은밀한 거래 딱 걸린 英여왕 사촌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사촌인 마이클 켄트 왕자가 왕실의 지위를 내세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연결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으려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AP=연합뉴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사촌인 마이클 켄트 왕자가 왕실의 지위를 내세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연결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으려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AP=연합뉴스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의 사촌인 마이클(79) 왕자가 왕실의 지위를 내세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연결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으려 했다고 영국 언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 정부가 푸틴의 정적인 알렉세이 나발니(45)를 수감시킨 것에 반발해 유럽연합(EU) 등이 제재에 나선 상황에서, 영국 여왕의 친척이 은밀한 거래를 하려 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아끼는 친척 중 한 명이라 파장은 더욱 크다.

 

“한국 금 투자회사 가장해 잠입 취재”

영국 선데이타임스 등 기자들은 '해동의 집'이라는 가상의 금 투자 회사를 꾸미고 홈페이지까지 만들어 마이클 왕자를 취재했다. [더타임스 캡쳐]

영국 선데이타임스 등 기자들은 '해동의 집'이라는 가상의 금 투자 회사를 꾸미고 홈페이지까지 만들어 마이클 왕자를 취재했다. [더타임스 캡쳐]

 
가디언 등은 영국 노동당 관계자를 익명으로 인용해 “마이클 왕자가 푸틴과 만나게 해준다며 돈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왕자가 특권적 지위를 이용해 비밀스러운 거래 시도를 한 셈이다. 이는 관련 정보를 입수한 기자들의 잠입 취재로 드러났다.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선데이타임스와 채널4 소속 기자들은 ‘해동의 집(House of Haedong)’이라는 가짜 회사를 고안해냈다. 이들은 유령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한국에 기반을 둔 금에 투자하는 (소규모 고객을 상대로 하는) 부티크 펀드투자 회사’라고 소개했다.
 
이후 해동의 집 임원으로 가장해 마이클 측근들에게 접근했다. 금은 군주제의 역사와 관련이 있다며 “왕족과 연계돼있으면서 (러시아) 대사 역할을 할 수 있는 당신 같은 인물을 고문으로 모시고 싶다”고 제안했다. 모스크바 지사를 설립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모두 가짜였다.
 
마이클 왕자가 줌으로 화상 회의에 직접 참여한 모습. [더타임스 캡쳐]

마이클 왕자가 줌으로 화상 회의에 직접 참여한 모습. [더타임스 캡쳐]

 
더타임스에 따르면 마이클 왕자는 직접 화상회의에 참석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 3월, 기자들은 각각 런던과 서울 지사로 위장된 공간에서 마이클과 줌으로 만났다. 실제론 영국 모처에 있는 사무실이었다. 가디언에 따르면, 마이클은 20만달러(약 2억2300만원)을 주면 영국 왕실의 인증서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해동의 집을 홍보하는 연설을 켄싱턴 궁에 위치한 자신의 집을 배경으로 할 수 있다고도 했다.  
 
더타임스는 “마이클이 러시아와의 오랜 인연을 바탕으로 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고 장담했다”며 “푸틴 대통령이 크렘린의 가장 권위 있는 상 중 하나인 ‘우정 훈장’을 수여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회의가 끝난 뒤 마이클의 측근인 사이먼 리딩은 “마이클 왕자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비공식 러시아 대사”라고까지 말했다고 한다.
 

마이클 “사실 아냐”…“국제법 위반 러 접근 도와” 비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야권 지도자인 알렉세이 나발니를 암살하려 시도하고 수감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야권 지도자인 알렉세이 나발니를 암살하려 시도하고 수감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영국 BBC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마이클 왕자는 “푸틴과는 2003년에 한 번 만났을 뿐 이후 접촉한 적 없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측근 사이먼 리딩도 성명을 내고 “실수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영국 내 분위기는 좋지 않다. 더타임스는 “영국 여왕의 친척들이 왕정의 명예를 손상하고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며 “마이클이 러시아에서 거액을 번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전했다. 언론들은 특히 EU 등이 러시아의 국제법 위반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독재 정권에 접근할 다리를 놔줬다는 점을 비판했다. 더타임스는 마이클과의 화상 회의 하루 전날, EU와 미국이 나발니 암살 시도 등에 반발해 새로운 제재를 하겠다고 밝힌 날이었다고 강조했다.  
 

마이클, 여왕 결혼식 날 같이 입장

마이클 왕자는 1947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 결혼식에서 윌리엄 왕자와 함께 페이지 보이 역할을 했다. AFP=연합뉴스

마이클 왕자는 1947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 결혼식에서 윌리엄 왕자와 함께 페이지 보이 역할을 했다. AFP=연합뉴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마이클 왕자는 엘리자베스 여왕이 매우 좋아하는 친척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마이클의 아버지인 켄트 조지 왕자는 조지 5세의 넷째 아들이자, 여왕의 아버지인 조지 6세의 동생이다. 마이클은 5살 되던 해 열린 엘리자베스 여왕의 결혼식에서 페이지 보이(신부와 함께 입장하는 소년)를 맡기도 했다.
 
왕실에서 일하진 않지만, 여왕을 대신해 행사에 참석한 사례도 많다. 왕족 홈페이지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전엔 일 년에 약 200여 건의 행사에 여왕 대신 참석했다. 홈페이지는 그를 ‘러시아어를 배운 최초의 왕족’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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