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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코퍼’ 구리 몸값 10년래 사상최고치…"t당 2만달러 간다"

지난 2006년 중국 장쑤성 바오잉시의 한 전기 케이블 공장에서 직원이 구리선을 정리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06년 중국 장쑤성 바오잉시의 한 전기 케이블 공장에서 직원이 구리선을 정리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구리의 몸값 상승세가 무섭다. 10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는 세계 경제가 미국을 중심으로 ‘가동’을 시작한 데다, 전기차·반도체·신재생에너지 등에서 구리의 존재감이 갈수록 커지기 때문이다.

 
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국제 구리 가격은 t당 1만361달러로 전날보다 3.35% 상승하며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1만417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로써 구리 가격은 2011년 2월 기록했던 역대 최고가격(1만 190달러)을 10년 3개월 만에 갈아치웠다.
 
치솟는 구리 가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치솟는 구리 가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닥터 코퍼’ 10년 만 사상 최고치…경기 회복 신호?

지난 2월 러시아 북서부 무르만스크에 있는 한 구리 채굴 기업의 공장에서 직원이 보관중인 구리판을 보고 있다.[AFP=연합뉴스]

지난 2월 러시아 북서부 무르만스크에 있는 한 구리 채굴 기업의 공장에서 직원이 보관중인 구리판을 보고 있다.[AFP=연합뉴스]

원자재 시장에서 구리는 ‘닥터 코퍼(Dr. Copper)’로 불린다. ‘구리 박사’란 뜻으로 구리를 경제 전문가처럼 표현한 말이다. 구리의 국제 가격만큼 세계 실물경제를 판단하는 데 유용한 지표가 없기 때문이다. 구리는 각종 공산품 원료로 다양하게 쓰인다. 구리 수요가 늘어 가격이 오르면 경기 호황 징후로, 가격이 내려가면 경기 침체 징후로 여겨진다. 대표적인 경기 선행지표다.
 
최근의 구리값 상승도 세계 경제 회복의 신호로 해석된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여파로 세계 경제 회복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구리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구리는 지난해 초 코로나19가 대유행한 후 하락세를 보였지만 지금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며 “아직 저소득·중산층 국가에서 코로나 기세가 여전하지만, 투자자들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각국의 경기부양책과 백신 보급이 세계 경제를 촉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전기차·반도체 핵심원료 “구리는 새로운 원유”

지난달 19일 경기도 안성시 원곡면 경부고속도로 안성휴게소 서울 방향에 설치된 초고속 전기차 충전소가 전기차들로 가득 차 있다. [뉴스1]

지난달 19일 경기도 안성시 원곡면 경부고속도로 안성휴게소 서울 방향에 설치된 초고속 전기차 충전소가 전기차들로 가득 차 있다. [뉴스1]

산업 구조의 변화도 구리의 몸값을 올리고 있다. WSJ은 “전 세계가 화석연료를 줄이려고 더 노력함에 따라 구리가 앞으로 대량 소비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라고 전했다. 
 
각국이 운송수단에선 전기차, 에너지에선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모색 중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구리는 빠질 수 없는 원료다. 구리는 전기와 열 전도성이 뛰어난 데다, 쉽게 구부리거나 펴고 자를 수 있어 합금처리와 가공도 쉽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이 경쟁을 벌이는 전기차 배터리와 반도체 분야에서 구리의 존재감이 크다. 전기차 배터리 음극재와 반도체 배선의 원료가 구리다. 미국 헤지펀드 리버모어 파트너스의 창업자 데이비드 뉴하우저가 CNBC에 “구리는 ‘새로운 원유’라고 평가한 이유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기차에 투입되는 구리의 양이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4배 이상 많다”며 “전기차 배터리 외에도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시스템 내 전기가 필요한 모든 곳에 구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린뉴딜로 수요 폭증해도 공급 여력 없어  

지난 2015년 칠레 벤타나스에 있는 한 구리 제련소에서 노동자가 작업을 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15년 칠레 벤타나스에 있는 한 구리 제련소에서 노동자가 작업을 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향후 구리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인프라 투자(그린뉴딜)정책을 천명하고 있어서다. 유럽연합(EU) 역시 온실가스 배출을 ‘0’으로 만드는 탄소 중립 실현에 힘쓰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국가의 에너지 정책목표가 현실화되면 2040년 구리 수요가 2020년보다 75%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반면 공급은 늘어나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세계 1위 구리 생산국 칠레에선 주요 항구와 구리광산 노동자들이 정부의 연금정책에 반발해 지난달부터 수일째 파업을 하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주요 구리 생산국의 투자 여력은 줄고 있다. 김소현 연구원은 “구리 광산국의 신규 광산 개발 프로젝트는 원광 등급 저하 등으로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원광 등급이 떨어질수록 채굴과 제련·정련에 비용과 에너지가 더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3년 내 재고 바닥…5년 내 2만 달러 간다”

구리 가격은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현재 구리 공급망이 다가올 수요 폭증에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며 “2025년까지 구리 가격은 t당 1만50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최대 원자재 중개업체인 글렌코어의 이반 글라센버그 최고경영자(CEO)도 “세계 주요국이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는 목표에 맞추려면 매년 100만t의 구리를 더 생산해야 한다”며 “까다로워진 구리 생산 여건을 고려하면 구리 가격은 1만5000달러까지 올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BoA의 마이클 위드머 원자재 전략가는 “공급이 증가하지 않으면 구리 재고는 3년 이내에 바닥날 것”이라며 “2025년 구리값은 t당 2만 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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