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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음악 듣고싶은 청중에 딱 맞았다…'네오클래식'의 약진

루도비코 에이나우디. [사진 유니버설뮤직 코리아]

루도비코 에이나우디. [사진 유니버설뮤직 코리아]

 
영화 ‘노매드랜드’와 ‘더파더’는 지난달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목 받은 두 작품이다. ‘노매드랜드’는 작품상, 여우주연상과 감독상을,  ‘더파더’는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루도비코 에이나우디의 ‘세븐 데이스 워킹’
영화 ‘노매드랜드’ ‘더파더’ 삽입곡으로 등장

 
두 영화엔 음악적 공통점이 있다. 이탈리아 작곡가 루도비코 에이나우디(66)의 음악이다. 더 이례적인 일은 두 영화가 선택한 곡이 이 작곡가의 같은 작품이었다는 사실이다.
 
에이나우디는 2019년 ‘세븐 데이스 워킹(Seven Days Walking)’이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18년 한달 동안 알프스 산맥의 같은 산책로를 걸으며 얻은 아이디어를 첫째날(Day 1)부터 일곱째날까지 나눠 음악으로 옮겼다. 나비, 안개, 바람, 달과 같은 자연을 제목으로 하는, 모두 80곡짜리 작품이다. 7개월에 걸쳐 발표됐고, 총 재생시간이 7시간에 이른다. ‘노매드랜드’에는 첫째날의 ‘황금 나비(Golden Butterflies)’와 셋째날의 ‘옅은 안개(Low Mist)’가 쓰였다. ‘더파더’에는 ‘세븐 데이스 워킹’ 시리즈의 다섯 곡이 사용됐다.
 
에이나우디는 두 영화의 음악감독이 아니었다. 다만 삽입곡으로 사용됐을 뿐이다. 하지만 두 영화의 같은 음악 선택은 에이나우디의 위상을 보여준다. 에이나우디는 ‘명상’‘사색’이라는 21세기 음악의 키워드를 선두에서 이끌고 있다. 단순하지만 잘 조탁된 구절을 반복하며 자연과 세계를 담는다.
 

듣기에 좋다

루도비코 에이나우디의 음악을 사용한 영화 '노매드랜드'의 OST 커버. [사진 유니버설뮤직코리아]

루도비코 에이나우디의 음악을 사용한 영화 '노매드랜드'의 OST 커버. [사진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에이나우디의 출발은 클래식 음악이었다. 독일의 피아노 제조사인 스타인웨이와 인터뷰에서 에이나우디는 “바흐, 쇼팽 같은 기본적 클래식 음악을 듣고 연주하며 자랐다”고 했다. 밀라노 음악원에 진학해 클래식 음악에 뿌리를 둔 20세기 현대 음악을 공부했다. 작곡가 불레즈, 슈톡하우젠 같은 20세기의 전위적 흐름에 뛰어들어 조성이 없는 음악을 써냈고 각광받았다. 하지만 그는 “20세기 음악의 어법으로는 내가 쓰고 싶은 음악을 만들 수 없다는 점을 깨닫고 전통적 조성이 있는 곡을 쓰기 시작했다”고 기억했다.
 
따라서 에이나우디의 음악은 21세기의 음악이지만, 불협화음 대신 협화음, 비조성 대신 조성을 사용한다. 청중에겐 듣기 쉽다. 현대적이라기보단 자연적이다. 에이나우디가 1990년대부터 쓰기 시작한 ‘자연적’ 음악에 대중이 반응했다. 지금까지 그의 음악은 영국 BBC, 미국 NBA의 뉴스와 스포츠 등 다양한 영상부터 광고까지 80여곳에 사용됐다.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인 디저(Deezer)는 2020년 클래식 카테고리에서 가장 많이 스트리밍된 음악가가 에이나우디였다고 발표했다.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가 3위, 영화 음악가 존 윌리엄스가 5위였다. 음반사인 유니버설 뮤직 코리아에 따르면 에이나우디의 2020년 디지털 한국 내 매출은 2018년에 비해 두배가 됐다.
 
관심과 인기는 접근성에서 온다. 음악 칼럼니스트 정만섭은 “풍부한 서정성이 돋보인다”고 에이나우디를 소개했고, 류태형은 “‘현대음악=난해함’을 깨며 등장한 다수 작곡가들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재우고, 위로한다

2016년 시드니에서 열린 '잠 콘서트'. 네오 클래식 음악가인 막스 리히터의 곡 '슬립(Sleep)'을 청중이 8시간동안 들으며 잠을 잤다. [사진 유튜브 캡처]

2016년 시드니에서 열린 '잠 콘서트'. 네오 클래식 음악가인 막스 리히터의 곡 '슬립(Sleep)'을 청중이 8시간동안 들으며 잠을 잤다. [사진 유튜브 캡처]

에이나우디는 ‘네오 클래식(Neo Classic)’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선구자로 불린다. 뿌리는 클래식 음악에 두고 있지만 동시대 청중의 감각과 닿아있는 ‘신(新) 클래식’이라는 뜻이다. 공연계, 음반계 등에서 최근 사용되기 시작한 용어다. 도이치그라모폰, 데카 등을 보유한 음반사 유니버설 뮤직은 6년 전에 장르 분류에 ‘네오 클래식’을 추가했다.
 
2016년엔 데카 산하에 네오 클래식을 전문으로 하는 음반 레이블 ‘머큐리KX’를 설립했다. 유니버설 뮤직 코리아의 이용식 상무는 “명상적이라는 점에서 80년대 조지 윈스턴, 야니 등으로 대표되는 ‘뉴에이지’ 음악과 비슷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종교적 색채 없이 클래식 음악의 전통을 분명히 하는 장르”라고 했다.
 
네오 클래식에 속한 음악가들은 휴식과 정신적 치유를 적극적으로 추구한다. 영국의 작곡가 막스 리히터는 신경 과학자와 함께 연구해 자면서 듣는 8시간 30분짜리 음반 ‘잠(Sleep)’을 2015년 발표했다. 아이슬란드의 비킹구르 올라프손은 고국의 자연을 음악에 담아 전한다. 한국 태생의 이루마도 네오 클래식 음악가로 분류된다. 그는 지난해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움직임이 크지 않고 단순하게 보이지만 균형을 가지고 있어 후대에 고전으로 분류될 만한 음악이 네오 클래식”이라며 “자연친화적이고 사람들을 위로한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19일에는 세계수면학회가 정한 날을 맞아 네오 클래식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묶은 음반 ‘세계 수면의 날’도 출시됐다. 여기에는 에이나우디, 이루마, 리히터를 비롯한 18명의 음악이 들어갔다. 류태형은 “21세기 사람들은 음악에서도 평온과 명상을 바란다. 네오 클래식이 이런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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