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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안죽노" 칫솔에 락스 칙~…남편 경악케 한 몰카 속 아내

[중앙포토]

[중앙포토]

#2년 전부터 갑자기 위장에 통증이 시작됐다. 이듬해 건강검진에서 위염·식도염 진단을 받았다. 비슷한 시기 칫솔에서 락스 향이 느껴졌다. 화장실엔 평소 보지 못했던 곰팡이 제거용 락스 두 통이 더 있었다. 아내가 의심스러웠다. 화장실에 카메라와 녹음기를 설치했다.
 
대구지법 제12형사부는 10일 A씨(47)의 통신비밀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각각 무죄와 선고유예를 내렸다고 밝혔다. 선고유예는 선고를 유예한 뒤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면소(免訴)된 것으로 보는 제도다.
 
부부는 갈등으로 2008년부터 각방을 써왔다. 그러던 중 2014년으로 아내 B씨(46)의 늦은 귀가에 외도를 의심한 A씨는 그가 잠든 사이 휴대폰에 비밀번호를 입력해 C씨와 서로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열람했다. 대화 내용엔 '늙어서 같이 요양원 가자' '추석에도 카톡해도 되느냐' '만나자' 등의 내용이 있었다고 한다. 
 
이후 A씨는 2020년 1월 건강검진에서 위염·식도염 진단을 받은 뒤 자신의 칫솔에서 락스냄새가 나는 것에 생각이 미치자 또다시 B씨를 의심하게 된다. 칫솔의 방향을 자신만이 알 수 있도록 맞춰놓고 출근했다. 하지만 퇴근 뒤 칫솔의 위치가 바뀌어 있자 녹음기와 카메라를 이용해 녹음·녹화를 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반전이 있었다. 화장실에서 무언가를 뿌리는 소리와 함께 '안 죽노('죽나'의 사투리)' '락스물에 진짜 쳐 담그고 싶다' '몇 달을 지켜봐야 하지' 등 혼잣말하는 소리가 녹음기에 녹음된 것이다. B씨는 녹음된 내용이 집안 청소를 하면서 나온 소리라고 반박했다. 이 밖에도 A씨는 아내가 친구와 '다른 남자와의 성관계'를 소재로 전화 통화를 하는 내용을 듣자 이를 녹음하기도 했다.
 
결국 지난해 4월 A씨는 수집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법원에 피해자 보호 명령청구를 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B씨가 주거에서 즉시 퇴거하고 직장 등 100m 이내 접근을 금지하는 임시 보호 명령을 내렸다. 또 같은 달 14일 대구지검에 수집한 자료를 증거로 제출하며 B씨를 살인미수로 고소했다. 검찰은 B씨를 위험한 물질인 곰팡이 제거용 락스를 사용해 상해를 가하려고 했으나 미수에 그친 혐의(특수상해미수)로 기소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A씨는 이 증거자료로 인해 자신도 재판을 받게 된다. 재판부는 아내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열람한(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선고유예를, 녹음기·카메라를 설치해 타인(아내와 제삼자) 간 대화를 녹음한(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죄는 우발적으로 이뤄졌고 경위에 참작할 바가 있고 범행 이후 5년이 훨씬 넘도록 피해자 B씨가 문제 삼지 않고 부부관계를 계속 유지했다"며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은 녹음의 범위를 증거 수집을 위한 범위로 제한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범행에 관한 증거를 확보하고 자신의 신체와 건강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써 행위의 동기와 목적이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범행 여부 및 방법, 정도를 파악하고 자신의 신체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해 위와 같이 피해자의 언동을 녹음·녹화하고 증거를 수집하는 것 외에 이를 대체할 만한 다른 적절한 수단을 찾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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