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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구나 싶을 때 의료진 고생 깨달았다" 완치 노인 1억 기부

신현봉(왼쪽)씨가 지난 6일 서울 서대문구 서울적십자병원에서 1억원을 기부하고 문영수 원장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신씨는 입원 전 자신의 사진을 다 버려 자신이 나온 사진 한 장 없다고 한다. 사진 서울적십자병원

신현봉(왼쪽)씨가 지난 6일 서울 서대문구 서울적십자병원에서 1억원을 기부하고 문영수 원장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신씨는 입원 전 자신의 사진을 다 버려 자신이 나온 사진 한 장 없다고 한다. 사진 서울적십자병원

“온종일 마스크와 방진복을 못 벗고 일하는 의료진을 직접 보게 되니 감사함과 존경심을 크게 느꼈습니다.”
팔순 노인의 감사 인사는 말뿐이 아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렸다가 완치된 신현봉(80)씨는 자신을 치료해 준 의료진과 병원에 1억원을 기부했다. 지난 6일 자신이 입원했던 서울적십자병원에 기부를 하며 신씨는 “코로나19 연구를 위해 써달라”고 했다.

코로나 확진으로 서울적십자병원 입원
“방진복 못 벗는 의료진 헌신 고마워”


 
서울적십자병원 전경. 사진 대한적십자사

서울적십자병원 전경. 사진 대한적십자사

신씨는 지난해 12월 28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운동 삼아 산만 왔다 갔다 하던 터라 확진 다섯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감염 경로는 모른다. 입맛이 뚝 떨어지는 등 이상 증상을 겪다가 설마 하고 받은 보건소 검사에서 확진을 알게 됐다.
 
확진을 알리는 문자 메시지는 ‘사망 선고’와도 같았다고 한다. 8년 전 폐렴 증상으로 병원 치료를 받은 적도 있고, 고령이었기 때문이다. 신씨는 “이 나이에 확진이라고 하니 서글프고 비참한 심정이었다. 못 돌아올 거라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그는 “입원 전날 입던 옷, 취미로 공부해오던 자료들, 젊을 때 찍은 사진 등을 전부 버렸다. 미국에 있는 가족에게는 ‘내가 곧 죽을 거 같으니 한국에 와서 장례를 치르라’는 말도 했다”고 말했다.
 
죽음을 예감하고 들어간 병원에서는 불안함이 더욱 심해졌다고 한다. 신씨는 “간호사가 산소를 코에 넣는 기계를 설명해주면서 잠결에도 그 기계가 떨어지면 안 된다고 했다. 그게 곧 죽는다는 얘기로 들려 불안하고 겁이 났었다”고 말했다. 그러던 그에게 문득 또 다른 깨달음이 찾아왔다. 의료진을 보면서다.
 
신씨는 “의료진들이 밤낮으로 고생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봉사 정신이 없으면 안 되는 일이다”라고 했다. 그렇게 신씨는 입원 3일 만에 1억원을 기부하기로 결심했다.
 

“코로나19는 무서운 병…극복 염원” 

지난 5일 울산 남구 문수축구경기장에 마련된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한 아이가 아빠 품에 안겨 검사를 받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뉴스1

지난 5일 울산 남구 문수축구경기장에 마련된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한 아이가 아빠 품에 안겨 검사를 받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뉴스1

입원 기간에 온몸 혈관이 선명하게 비쳐 보이는 등 공포의 순간도 겪었다. 원인도 모르게 혈관이 피부 위로 드러나 손등 등이 새카맣게 보였다고 한다. 또 식욕이 없거나 침이 마르는 등 평소 몸 상태와 다르던 나날이 이어졌다.
 
의료진의 노력 끝에 입원 17일 만인 올해 1월 중순 완치 판정을 받았다는 신씨는 “죽을 고비를 넘긴 뒤 곧 퇴원하게 될 것이라는 의료진 말을 듣게 되자 날아갈 듯 기뻤다. ‘제2의 인생’을 시작한 기분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중환자실로 보낼까 봐 매일 불안했는데 ‘살았다’ 싶으니 그때부터 기력을 조금씩 회복했다”고 덧붙였다.
 
신씨는 “자영업자·영세상인 등 고통받는 사람이 정말 많다. 무너진 경제가 언제 회복될지 막막하다. 적은 돈이지만 코로나19 극복에 쓰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영수 서울적십자병원 원장은 “신씨의 격려가 장기간 코로나19 전담병원 운영으로 지친 의료진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기업가는 아니지만…전 재산 기부”

돈뭉치. 사진 픽사베이(Pixabay)

돈뭉치. 사진 픽사베이(Pixabay)

신씨는 12년 전에도 장학금 성격으로 3억5000만원을 은행에 기탁한 적 있다고 한다. 사후엔 전 재산 약 10억원을 사회에 환원할 생각이다. 그는 “죽으면 저승에 가져갈 것도 아니고, 자식에게 물려주는 거보다 주고 싶은 사람에게 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사회에 받은 걸 감사하는 마음으로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왕 기부를 결심했다면 온 동네가 알게 해야 한다”는 신씨의 기부 철학은 그의 소망과 맞닿아 있다. “큰 사업을 운영해본 적도 없고, 기업을 경영한 것도 아니라 기부 금액이 그들처럼 크지 않습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평범한 사람인데, 나보다 어려운 사람에게 번 돈을 기부하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주변에서 이런 결심에 많이 동조하고 자극받아 뜻을 같이해줬으면 합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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