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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4년…정의용 "남북관계 A학점" 박지원 "대화 다 끊겼다" [장세정의 시선]

2019년 6월 이희호 여사 별세 당시 박지원 김대중평화센터 부이사장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조화를 들고온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을 판문점에서 만나는 모습. [사진 통일부]

2019년 6월 이희호 여사 별세 당시 박지원 김대중평화센터 부이사장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조화를 들고온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을 판문점에서 만나는 모습. [사진 통일부]

문재인 정부가 10일부터 집권 5년 차에 들어간다. 4·7 보궐 선거에서 드러난 성난 민심처럼 지난 4년에 대한 평가는 싸늘하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7명의 대통령 중 가장 높은 취임 직후 직무 수행 평가(갤럽 기준 84%)를 기록했으나 민심 역주행을 반복하다 최근엔 지지율이 추락해 레임덕 징후까지 보인다. 

정의용 "지난 4년 외교·안보 A 학점"
"문 대통령 판단은 신속하고 정확"
박지원 "남북, 6·15 전으로 돌아가"
핵심 2인 현실 인식 180도 달라
10일 대통령 4주년 회견 답변 주목

 역대로 대통령 지지율에는 내치에서 민생 경제의 영향이 크고, 외치는 남북 관계 향방이 큰 영향을 준다. 문 대통령 지지율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국민이 체감하는 민생 경제는 개선 기미가 별로 없고, 지난 4년간 롤러코스터를 탔던 남북 관계는 지금도 한겨울 같다. 
 돌아보면 문 대통령 취임 첫해 한반도엔 무력 충돌 우려가 컸으나 2018년 2월 평창 겨울 올림픽을 계기로 화해 무드가 조성됐다. 그해 4월에는 남북 정상회담이, 6월에는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성사돼 한반도에 평화 시대가 열리는 듯했다. 하지만 2019년 2월 북·미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미 관계와 남북 관계가 동시에 얼어붙었다. 2018년에 합의한 9·19 평양 공동선언도 북한의 몇 차례 도발로 유명무실해졌다.

 그렇다면 5년 차를 맞은 지금 문 정부의 지난 4년 남북 관계를 포함한 외교·안보 분야를 냉정하게 평가해 봐야 한다. 정확한 평가가 선행돼야 남은 1년이라도 허송세월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침 21일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워싱턴에서 첫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으니 타이밍이 나쁘지 않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4월 21일 관훈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4월 21일 관훈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북 및 외교·안보 분야 평가와 관련해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박지원 국정원장의 상반된 인식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 정 장관은 지난달 관훈토론회에서 지난 4년의 외교·안보 성과를 자화자찬했다. 기조연설에서 "앞으로 남은 임기 중에 그간 추진해온 외교 정책을 잘 마무리해 다음 정부에 잘 이어질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소임"이라고 말해 기존 정책을 옹호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패널들의 비판적 질문과 냉정한 평가가 쏟아졌지만 물러서지 않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2017년 5월부터 3년여 국가안보실장이란 중책을 맡아 대통령 바로 옆에서 외교·안보 전략을 지휘해온 당사자라 공개된 자리에서 정책 실패를 자인하기가 쉽지 않아서 저러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자존심을 버리고 북한에 올인했지만, 북한의 핵무장이 강화되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상황이 악화했는데도 현실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낙관하는 정 장관의 진심이 궁금했다.
 토론회가 끝난 뒤에 몇 가지 추가 질문을 던질 기회가 있어서 지난 4년 남북 관계와 외교·안보 분야에 대해 학점을 매겨보라고 제안해봤다. 정 장관은 주저 없이 "과거 정부에 비하면 A 학점이다. 박근혜 정부가 너무 잘못했다"고 말했다. 한 걸음 더 나가 "참여정부 때보다 성과를 많이 냈다"고 자평했다. "대통령의 외교·안보 분야 판단은 신속하고 정확했다"며 확신에 찬듯한 표정을 보면서 더는 문답이 의미 없어 보였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지난 2월 문재인 대통령에게서 임명장을 받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지난 2월 문재인 대통령에게서 임명장을 받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박지원 국정원장이 2020년 7월 임명장을 받고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하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박지원 국정원장이 2020년 7월 임명장을 받고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하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런데 얼마 뒤 정 장관과는 180도 다른 박지원 국정원장의 솔직한 의중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지난해 6월 북한의 개성 남북 공동 연락 사무소 건물 폭파 도발 이후 취임한 박 원장은 남북 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하려고 동분서주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얼마나 답답했던지 박 원장은 친분 있는 인사들에게 "대화 채널이 모두 끊겼다. 남북 관계가 2000년 6·15 공동선언 이전 상태로 되돌아갔다"며 고충을 호소했다고 한다. 고 김대중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사상 첫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주역의 눈에 작금의 남북 관계가 암담해 보였던 것 같다. 
 문 대통령이 임명한 외교·안보 분야 두 핵심 인사의 현실 인식이 이처럼 극과 극이라 믿기지 않는다. 남북 대화와 대북 문제에 정통한 전문가는 "북한이 사실상 핵무기를 보유한 상황에서 남북 핫라인조차 끊겼다면 그만큼 국가안보가 위기에 노출됐다는 의미"라며 우려했다. 그는 "6·15 이전보다 나빠졌다"고 비판했다.
 백신 스왑(맞교환) 요청으로 드러난 불편한 한·미 동맹 실상과 심각한 한·일 갈등을 제외하고 남북 관계에만 국한해 지난 4년을 평가하더라도 정 장관과 박 원장의 인식 차이는 놀라울 따름이다. 누군가는 태연한 거짓말로 진실을 가린다고 볼 수밖에 없지 않은가.
2019년 6월 이희호 여사 빈소에서 질문에 답하는 박지원 현 국정원장과 정의용 현 외교부 장관.[중앙포토]

2019년 6월 이희호 여사 빈소에서 질문에 답하는 박지원 현 국정원장과 정의용 현 외교부 장관.[중앙포토]

 그러니 국민은 진실을 알아야 한다. 마침 문 대통령 취임 4주년 특별연설과 즉석 기자회견이 10일 열린다니 문 대통령의 솔직한 생각을 듣고 싶다. "박지원 원장과 정의용 장관 중에 누구 말이 진실인가요. 대통령님."
장세정 논설위원

장세정 논설위원

장세정 논설위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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