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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컬렉션에 신여성 화가 나혜석·백남순 희귀작 나란히···

나혜석의 '화녕전작약'. 1930년대 중반에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나혜석의 '화녕전작약'. 1930년대 중반에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나혜석(1896~1948)과 백남순(1904~1994). 100여 년 전 일제강점기에 활약한 한국 1세대 여성 미술가들이다. 두 사람 모두 도쿄여자미술학교에서 공부를 했고, 프랑스 파리에서 그림 공부를 했다. 일찍이 그림 그리기에 '진심'이었던 이들은 활발히 작업하며 많은 그림을 그린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까지 전해지는  그림은 손에 꼽힐 정도로 드물다. 한국 문화사에 서글픈 족적을 남기고 간 여성들이다. 
 

국립현대미술관 기증품 중에
1930년대 대표 희귀작 포함돼

그런데 이들의 그림이 최근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미술품 가운데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나혜석의 '화녕전작약'과 백남순의 '낙원'은 각각 1930대 그려진 것으로, 1400여 점의 기증 미술품 가운데 '대표 희귀작'으로 꼽혀 눈길을 끈다. 
 

나혜석의 '화녕전작약' 

'화녕전작약'은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로 꼽히는 나혜석이 1930년대 수원 고향 집 근처에 있는 화녕전 앞에 핀 작약을 소재로 그린 그림이다. 화녕전(화령전)은 조선 시대 순조가 정조를 기리기 위해 화성행궁 옆에 지은 건물로, 수원에서 태어나 자란 나혜석에겐 매우 친근한 공간이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 그림을 가리켜 "빠른 속도감으로 날아갈 듯한 필체와 강렬한 색채 표현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것은 나혜석이 남편 김우영과 이혼한 뒤 1934년 '이혼고백서'를 발표해 엄청난 사회적 스캔들을 일으킨 후 고향 수원에 내려가 있을 때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나혜석은 생전에 약 300점가량의 작품을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현재 작품은 약 10여 점만이 전해지고 있다. 그마저도 대부분 진위 논란에 휩싸여 있다. 최열 미술평론가는 "현재 남아 있는 나혜석 작품은 그 수가 매우 적고, 그나마 상당수가 진위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 논란이 분분하다"며 "그중 '화녕전작약'은 손에 꼽히는 진품으로 평가받는다"고 말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도 "나혜석은 조선총독부가 주관한 조선미전에 총 18점을 출품했다"면서 "그때 그림이 제대로 남아 있었다면 진위를 가리는 데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됐을 텐데 지금 단 한 점도 남아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화녕전작약'은  진위평가의 가장 기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나혜석은 수원에서 2남 3녀 중 둘째 딸로 태어났다. 서울 진명여자고등보통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최초의 조선인 여학생으로 도쿄여자미술학교에서 서양화를 공부했다. 1921년 첫 개인전을 성공적으로 연 나혜석은 조선미전에서 수차례 입선과 특선을 거듭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1927년 남편과 유럽시찰 여행을 했으나,파리에서 만난 최린과의 불륜으로 남편에게 이혼을 당한다. 1934년에 그는 잡지 '삼천리'에 '이혼고백서'를 쓰고  최린을 상대로 정조 유린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중섭의 스승, 백남순의 유일한 작품   

백남순의 '낙원'. 1937년작. 병풍 형식에 그려진 캔버스 유화 작품이다.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백남순의 '낙원'. 1937년작. 병풍 형식에 그려진 캔버스 유화 작품이다.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또 다른 희귀 작은 이중섭의 스승이기도 했던 여성 화가 백남순의 유일한 1930년대 작품 '낙원'(1937)이다. 백남순은 나혜석과 마찬가지로 도쿄여자미술학교에서 서양화를 공부했으며 1920년대에 일찍이 파리 유학을 떠났다. 그곳에서 미국 예일대 출신의 임용련(1901~?)을 만나 결혼한 후 1930년에 귀국했다. 
 
유학에서 돌아온 임용련과 백남순은 함께 평안북도 정주의 오산고보에서 영어· 미술 교사로 재직했고, 그곳에서 이중섭, 문학수 등 제자들을 가르쳤다. 현존하는 사진 자료엔 오산고보 미술반에 백남순의 '낙원'이 펼쳐져 있다. 백남순과 임용련이 그린 그림은  6.25 전쟁 당시 부부의 이삿짐이 실려 있던 기차가 폭격을 당해 작품 대부분이 소실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범모 관장은 " '낙원'은 산수화 병풍 형식으로 외형을 꾸몄지만, 캔버스에 유화로 그린 그림"이라며 "기법과 그 내용에 있어서 동서융합의 특이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백남순은 미술사에서 이름이 높지만 남아있는 작품은 우리나라 통틀어 딱 한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게 바로 '낙원'이라는 얘기다. 
 
윤 관장은 이어 "임용련과 백남순은 일제강점기 엘리트 부부 화가였으나 당시 척박한 시대의 땅에 이들이 웅지를 펼칠만한 곳이 없었다"면서 "두 사람의 작품은 전쟁 때 소실됐고, 백남순의 남편 임용련은 미군정 시기 납치돼 피살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백남순은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으며 1994년 그곳에서 삶을 마감했다. 윤 관장은 "한국 근대미술사에서 매우 중요한 두 여성 작가의 희귀 작이 이번에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것은 그 자체가 사건이라 할 만큼 의미 있는 일"이라며 "이번 미술품 기증을 계기로 근대 미술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연구가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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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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