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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득 '아로니아'의 배신…어쩌다 뽑아낼 작목 1순위 됐나

기자
김성주 사진 김성주

[더,오래] 김성주의 귀농귀촌이야기(92)

귀농 2년 차를 맞이한 전남 고흥의 김상호 씨(54)는 무언가 아쉽다. 고향으로 돌아가 내가 살던 마을을 예전처럼 활기차게 만들겠다는 꿈을 꾸고 왔기에 하루하루가 재미있지만 부족한 것이 하나 있다. 농사다. 영농으로 자리를 잡아야 마을 일을 볼 텐데 아직 자리가 잡히지 않는다. 약용 작물로 귀농 자금을 받았지만 마음이 불안하다. 나름 심사숙고해 사업계획서를 만들었지만 결과는 몇 년이 더 있어야 나온다. 귀농 자금도 대출일 뿐이다. 언젠가는 갚아야 할 돈이라서 부담스럽다.
 

[더,오래]

2020 귀농·귀촌 실태조사에 따르면 귀농인의 월 생활비가 184만원이란다. 김씨는 공직에서 은퇴한 연금생활자라 생활이 크게 불편한 것은 없지만 나중을 생각하면 고민이다. 지금 시작한 작물이 과연 소득원이 될 것인지 잘 몰라서다. 그래서 짬짬이 일할 곳을 찾고 있다. 고정적인 소득원이 있어야 용돈을 쓰고 손님이 오면 대접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귀농을 하건 귀촌을 하건 조금씩은 소득이 있어야 생활이 가능하다.
 
소득을 올리는 방법은 2가지다. 창업하거나 취업하는 것이다. 귀농 준비를 하는 것은 창업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취업하는 것은 나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는 작업이다. 통틀어 내게 맞는 소득원 찾기라고 할 수 있다. 소득원 찾기 중 영농 창업은 주로 작목 선정에서 시작한다. 농작물 선정은 재배하고 수확해 판매하는 과정에서 먼저 해야 하는 작업이다.
 
눈에 좋고 몸에 좋은 건강식품으로 주목을 받으며 농가에 고소득을 안겨주는 작물로 각광받던 아로니아는 지금 주변에서 사라졌다. [사진 pixabay]

눈에 좋고 몸에 좋은 건강식품으로 주목을 받으며 농가에 고소득을 안겨주는 작물로 각광받던 아로니아는 지금 주변에서 사라졌다. [사진 pixabay]

 
작목 선정은 매우 중요하다. 농업 경영의 목적은 소득 또는 순수익의 극대화다. 그러므로 나에게 가장 많은 돈을 벌게 해줄 작목을 선정하는 게 농업 경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농업에 진입하는 귀농·귀촌인의 입장에서는 농장 경영의 중심이 될 작목을 선택해야 한다. 단, 군중심리를 따라가는 것은 삼가야 한다. 그리고 독불장군처럼 나만 다르게 하는 것 또한 위험하다.
 
작목 선정을 할 때는 결과를 스스로 책임진다는 의식을 가지고 해야 한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는 매우 위험하다. 언론에 노출되는 돈 되는 작목은 검증되지 않았다. 한동안 TV 프로그램에서 몸에 좋은 과수를 소개하고 바로 광고에 나왔다. 이른바 뒷광고다. 지금도 성행하고 있다. 그나마 수입 건강식품이 주로 나오기 때문에 묘목이나 종자 구입을 권유하는 사례가 좀 줄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보유 자원, 지역 입지 여건, 작목별 수급 현황, 생산액 현황, 생산 기술 수준, 유통 판로, 경영 안정화 방안 등 고려해야 한다.
 
한동안 유행하였던 아로니아는 지금 주변에서 사라졌다. 아로니아가 TV를 통해 소개된 것은 10년 남짓 된다. 2013년 정도로 기억한다. 그 후로 블루베리와 함께 아로니아는 눈에 좋고 몸에 좋은 건강식품으로 주목을 받으며 농가에 고소득을 안겨 주는 작물로 영광을 누렸다. 충북 단양군은 아로니아를 특산물로 육성하기로 하여 많은 투자를 하였다. 많은 농가에서 비교적 재배가 쉬운 아로니아를 작목으로 선정했다. 농업 기관에서도 아로니아를 적극적으로 추천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하다. 아로니아는 천덕꾸러기가 되어 뽑아낼 작목 1순위가 되었다. 이유는 과잉생산이었다. 외국산 아로니아 분말이 밀려들어 왔다. 가격은 형편없어졌다. 생과가 아닌 분말로 수입품이 들어오니 자유무역협정(FTA) 피해보전 직불제에도 빠져 보상도 없었다. 아로니아가 눈 건강에 좋다고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찾지 않는다. 식품도 유행이 있다. 더욱 처음에 아로니아 묘목을 추천한 세력과 나중에 분말을 수입한 세력이 같다는 의심이 든다. 추정이지만 어떤 유통 전문가의 생각이다.
 
비슷한 것이 백수오다. 흰 머리를 검은 머리로 만들어 준다는 백수오는 어느 기업이 이엽우피소를 섞어 파는 바람에 한순간에 생산과 판매가 중지됐다. 가짜 백수오 사건이다. 당시 가짜 백수오는 3000억 원어치나 팔렸다. 그 후 백수오를 재배하던 농가는 모두 주저앉았다. 지금도 백수오라고 하면 소비자는 독극물로 안다. 백수오는 억울하다.
 
작목을 먼저 정하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작목을 찾아라. 이 작물이 좋다고 권유하는 사람이 있다면 우선 의심해야 한다. [사진 unsplash]

작목을 먼저 정하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작목을 찾아라. 이 작물이 좋다고 권유하는 사람이 있다면 우선 의심해야 한다. [사진 unsplash]

 
물론 결과론이라고 볼 수도 있으나 많은 농가가 특정 특용작물에 매달렸다가 결과가 좋지 않은 것은 자신의 여건과 농업 환경 분석을 하지 않고, 먼저 특정 작물부터 정하고 나머지 영농 과정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답부터 정하고 풀이 과정을 짜 맞추었다. 시험 준비할 때 시간을 아끼려고 하던 짓이다. 부디 작목을 먼저 정하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작목을 찾기 바란다.
 
작목 선정 순서는 다음과 같다. 첫째 보유 자원 파악이다. 내가 가지거나 가질 수 있는 토지, 자금, 인력, 마케팅 능력 등의 자원을 파악하는 것이다. 둘째 재배 가능 작목을 검토하는 단계다. 이때는 지역의 주산 작목이나 신규 작목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농가 상황에 맞는 작목 리스트를 만드는 것이다. 당연히 시장성을 알아보고 수익성과 사업을 검토하는 것이다. 세 번째 단계가 작목 선정이다. 나의 보유 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적합한 작목을 선정하는 것이다. 목표 달성이 가능한 작목을 결정한다. 희망 목표가 아니라 실현 가능한 목표를 정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 단계가 경영 목표 설정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단기 목표를 실현할 사업계획서를 만들어야 한다. 추정 손익계산서도 필요하다. 필요한 돈을 조달할 자금 조달계획서도 있어야 한다. 대개 작목 선정을 하고는 바로 경작에 들어가 경영 목표 설정 단계를 지나친다. 마지막 단계에서 선정된 작목이 수익성이 없다면 다시 작목을 탐색해야 한다. 몇 차례 반복해야 내게 맞는 작목을 찾을 수 있다.
 
귀농·귀촌 희망자들에게 접근해 이 작물이 좋다고 권유하는 사람이 있다면 의심해야 한다. 그렇게 좋으면 본인이 재배해 팔면 되지 왜 소개를 하겠는가. 기획부동산 느낌이 들지 않는가.
 
슬로우 빌리지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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