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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인사이드]핵 물질도 마약처럼 은밀하게 밀수…㎏당 2000만 달러

앤드루 니콜 감독의 영화 ‘로드 오브 워(Lord of the Wars)’는 소위 ‘죽음의 상인’이라 불리는 불법 무기상들의 무기 밀거래를 소재로 한 영화이다. 우크라이나에서 흘러나온 무려 4조 원 규모의 무기가 밀거래되는데 여기에는 소총, 수류탄, 로켓 발사기, 미사일, 심지어는 탱크나 헬기, 핵무기까지도 포함된다는 줄거리다. 문제는 이러한 무기 밀거래가 영화에서나 벌어지는 일이 아닌 실제로 발생한다는 데에 심각성이 있다.

핵물질 불법거래 봉쇄해야
국제협력, 불법 자금 차단
WMD 의심 선박 검문검색

 
핵을 이용한 테러 가능성이 증대되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핵물질 불법거래를 예방하기 위한 관리체계 강화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연합뉴스]

핵을 이용한 테러 가능성이 증대되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핵물질 불법거래를 예방하기 위한 관리체계 강화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연합뉴스]

 
대표적인 사례로 2011년 6월 우크라이나와 루마니아 사이에 끼어 있는 동유럽의 작은 국가 몰도바에서 있었다. 핵무기 제조에 쓰이는 ‘우라늄-235’ 1㎏을 용기에 담아 불법으로 거래하려 한 몰도바 국적 4명, 러시아 국적 1명 등 총 6명이 체포됐다. 이들은 러시아에서 가져온 우라늄을 북아프리카 지역 국가에 ㎏당 2000만 달러에 팔아넘기려 했다.
 
2007년 11월에는 남아공에서 무장 괴한 4명이 고농축우라늄(HEU)이 보관된 ‘펠린 다바’ 원자력 연구센터에 침입했다. 이 연구센터에는 핵무기 25~30개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의 HEU가 있었다. 센터는 1만 볼트가 흐르는 전기 철조망과 최첨단 경보 시스템으로 철통 경비를 자랑했지만, 치밀하게 준비된 침입자에게는 속수무책이었다.
  
밀수업자들이 테러단체 ISIS에 팔려다 걸린 핵물질 [몰도바 경찰]

밀수업자들이 테러단체 ISIS에 팔려다 걸린 핵물질 [몰도바 경찰]

 

‘핵물질 도난’ 사건, 핵 테러 개연성 충분

2016년엔 벨기에 경찰이 파리 테러(2015. 11. 13) 용의자가 은신했던 브뤼셀의 한 아파트를 수색했다. 당시 경찰은 용의자의 아파트에서 가동이 중단된 독일 ‘율리히 원자력 연구센터’의 인터넷 검색 자료들과 책임자의 사진을 발견했다.

 
이는 ISIS 테러범이 독일 원자력 연구센터에서 핵 물질을 탈취하거나, 핵 전문가를 납치해 핵폭탄을 제조하려고 시도한 사례다. 이러한 이유로 국제사회는 더티 밤(Dirty Bomb; 방사성 물질을 이용한 테러) 또는 핵(원자력) 시설 공격 등에 의한 방사능 오염 테러의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란의 나탄즈 핵시설이 공격받아 핵물질의 정련에 쓰이는 수천 개의 기계가 파괴되거나 손상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수도 테헤란에서 남쪽으로 200㎞ 정도 떨어진 나탄즈 핵시설은 이란 핵합의(JCPOA ·포괄적 공동행동 계획)에서 금지한 개량형 원심분리기가 설치된 곳이다.
 
공격을 단행한 범인은 이란인 레자 카리미였다. 그는 나탄즈 핵시설에 폭발 장치를 심은 뒤 폭발 몇 시간 전 이란을 탈출했다고 이란 당국이 공개했다.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추진 중인 이란의 핵합의 복원을 막기 위해 이스라엘 첩보기관 모사드가 꾸민 일이다.  
 
위 사례들처럼 불법 침투에 의한 공격이나, ‘핵물질 도난’ 등의 사건이 핵 테러로 발전될 개연성은 언제든지 있다. 우리가 크게 주목하지 않아 미처 몰랐을 뿐 핵물질 또는 핵무기를 훔치거나 불법적으로 거래하려는 행위가 지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2011년 12월 31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보고서는 1993~2011년 불법거래와 관련해 확인된 사건만 2164건이라고 공개했다. 지난 3월 17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영국의 ‘통합국방외교정책 검토 보고서(IDSFPR)’에서 테러리스트 그룹이 “2030년까지 성공적인 CBRN(화학, 생물학, 방사선, 핵) 공격을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통상 핵과 관련된 테러리스트들의 행동은 4가지 정도의 시나리오로 예상된다. 첫 번째는 훔치거나 탈취한 핵폭탄에 의한 테러, 두 번째는 핵분열 물질 테러, 세 번째는 방사능 오염 테러, 마지막으로 방사능을 살포할 수 있는 폭탄(RDD)을 이용한 테러다. 따라서 핵 테러는 핵무기 또는 방사능 물질을 훔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셈이다. 테러리스트 입장에서도 굳이 핵무기를 제조하기보다는 훔치기가 더 쉬워 이를 더 선호할 수 있다.  
 
핵물질을 이용한 테러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개발 검토 중인 뮤온(소립자)을 이용한 핵물질 탐지시스템 개념도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핵물질을 이용한 테러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개발 검토 중인 뮤온(소립자)을 이용한 핵물질 탐지시스템 개념도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테러조직과 불법거래하면… 세계적으로 큰 위협 

특히 러시아, 북한, 이란, 파키스탄, 베트남, 우즈베키스탄은 핵물질에 대한 보안이 열악하다. 언제든지 핵물질이 절취되거나 불법거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더구나 러시아가 현재 관리 중인 핵탄두 수는 약 7000기나 된다. 북한도 심각하다. 최근 아산정책연구원과 랜드연구소의 ‘북한 핵무기 위협 대응’ 공동보고서는 북한이 2027년 최대 242개의 핵무기와 수십 기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보유할 것이라는 전망했다. 북한의 내부 상황에 따라 핵물질 불법거래 위험성이 크게 우려된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추정하는 국가별 핵탄두 보유량은 러시아 7000개, 미국 6800개 ,프랑스 300개, 중국 270개, 영국 215개, 파키스탄 130~140개, 인도 120~130개, 이스라엘 80개.북한10-20개(최근엔 60~80개로 추정) 수준이다. 출처: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스톨홀롬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추정하는 국가별 핵탄두 보유량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추정하는 국가별 핵탄두 보유량은 러시아 7000개, 미국 6800개 ,프랑스 300개, 중국 270개, 영국 215개, 파키스탄 130~140개, 인도 120~130개, 이스라엘 80개.북한10-20개(최근엔 60~80개로 추정) 수준이다. 출처: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스톨홀롬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추정하는 국가별 핵탄두 보유량

 
만약 암거래 상인들이나 국제범죄조직이 이들 국가에서 핵 물질을 확보해 테러조직들과 불법거래가 이뤄진다면 전 세계적으로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미국은 북한에서 핵물질 또는 핵무기 유출되는 것을 전쟁에 버금가는 국가적 위기 상황으로 상정하고 있다.  

 
따라서 핵물질 불법 사용과 거래의 예방 및 차단, 각종 핵시설에 대한 방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핵무기 재료인 고농축우라늄과 플루토늄의 보유 및 이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또 핵시설에 대한 물리적 방호를 강화하고, 핵 물질을 손에 넣으려는 국제범죄조직을 색출·검거하기 위한 국제적인 협력과 공조가 필요하다.
 
또한 이러한 불법적인 행위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해 국제범죄 조직의 불법자금을 국제협력을 통해 차단해야 한다. 원자력 시설 등 핵 관련 시설 종사자들의 정보보호 신뢰성 확보와 대량살상무기 적재 의심 선박에 대한 공해상(公海上) 검문검색도 필요하다. 
 
 핵 안보정상회의는 통제 불능 국가가 핵무기를 보유하거나 ISIS와 알카에다 등 국제 테러조직으로 핵물질이 흘러 들어가서 세계적인 문제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전략을 논의하는 정상회의이다.

핵 안보정상회의는 통제 불능 국가가 핵무기를 보유하거나 ISIS와 알카에다 등 국제 테러조직으로 핵물질이 흘러 들어가서 세계적인 문제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전략을 논의하는 정상회의이다.

 
2009년부터 2년마다 개최(2012년 한국 개최) 하는 ‘핵안보정상회의(NSS)’의 중심 어젠다(Agenda)도 핵 보안(Nuclear Security)이다. 핵물질과 핵시설을 테러집단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국제적인 협력 방안을 찾자는 게 이 회의의 중요한 목표다. NSS는 “핵테러가 국제안보에 대한 가장 도전적인 위협 중 하나이며, 강력한 핵 보안조치는 테러리스트의 핵물질 취득을 방지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은 선언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 화두만 던졌을 뿐 구체적 실행방안은 여전히 찾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부분에 대한 논의를 구체적으로 발전시켜 현실적 해결책을 마련하는 게 ‘핵안보정상회의’의 가장 큰 숙제다. 우리 외교부가 올 3월 23일 개최한 ‘아시아 핵 안보 국제워크숍’에서는 핵물질을 옮길 때 탈취를 방지하는 방안이 제시되기도 했다. IT 기술을 접목해 핵물질을 안전하게 이동하는 방안이다.
 
문제의 핵심은 핵 테러나 방사성 물질의 나쁜 이용으로부터 우리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역시 핵물질과 관련된 국가 중요 시설의 방호 시스템을 제대로 갖출 필요가 있다. 국제협력을 통한 불법자금 차단으로 핵물질 불법거래를 막는 관리체계도 절실하다. 핵물질  또는 대량살상무기 적재가 의심되는 선박 등에 대한 공해상 검문검색도 강화해야 한다.
 
이만종 한국테러학회 회장·호원대 법 경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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