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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도 못한 尹 밀어냈다…박범계 100일, 결정적 4장면[영상]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7일 취임 100일을 맞아 "백척간두 같은 나날의 연속이었다"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지난 1월 '추윤 갈등'(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수습하고 '검찰개혁의 마무리 투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등판했다. 법조계에서는 "현장 소통에 적극적"이라는 긍정적인 평가와 "검찰과 갈등 구도는 여전히 풀지 못했다" "'검찰개혁'의 구체적 그림은 보이지 않는다"는 부정적 평가가 공존한다. 박 장관의 지난 100일을 4가지 장면으로 돌아봤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6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6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1. 2월 7일: 윤석열·신현수 '인사 패싱'하고 이성윤 유임

박 장관은 추 전 장관과 차별화를 꾀했다. '추윤 갈등'의 시작이었던 '윤석열 패싱'을 의식한 탓인지 취임 직후 검사장급 인사를 앞두고 "(총장) 의견 듣는 걸 형식적으로 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윤 전 총장과 2차례 인사협의를 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 박 장관은 주말인 2월 7일 기습적으로 친정권 성향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대검 참모진을 유임하고, 서울 남강고 후배인 이정수 당시 서울남부지검장을 검찰 최고 요직인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발탁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윤 전 총장 징계 과정을 주도했지만 결국 무위에 그치게 한 심재철 당시 검찰국장도 좌천은커녕 요직인 서울남부지검장으로 보임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들어가기 전 사의를 표명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들어가기 전 사의를 표명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그즈음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윤석열 패싱'을 넘어 '신현수 패싱' 논란이 일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당시 "신 수석은 검찰과 법무부 사이에서 중재를 시도했는데, 조율이 진행되는 중에 인사가 발표돼버리니 사의를 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후속 검찰 인사에서 신 수석과 윤 총장의 의견이 일부 반영되면서 신 수석은 휴가 뒤 잠정 복귀했다.
 
이번엔 여권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폐지)을 목표로 한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카드를 꺼냈다. 윤 총장은 3월 4일 "이 나라를 지탱해 온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청와대는 즉각 사의를 수용하고 신 수석도 교체했다. 이 일로 박 장관은 야당으로부터 "추미애 버전2"라는 평가를 받게 됐다.
신현수(오른쪽)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신임 민정수석의 소개를 마친후 단상을 내려오는 가운데 김진국(왼쪽) 신임 민정수석이 기자회견을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신현수(오른쪽)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신임 민정수석의 소개를 마친후 단상을 내려오는 가운데 김진국(왼쪽) 신임 민정수석이 기자회견을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 3월 17일: '여권 대모' 한명숙 살리기에 수사지휘권 발동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3월 3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한 전국 검사장 화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대검찰청]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3월 3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한 전국 검사장 화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대검찰청]

박 장관은 3월 17일 추 전 장관처럼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여권의 대모로 불리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뇌물수수 사건 1심 당시 재소자들의 거짓 증언 의혹 사건에 대해 '대검 부장회의'를 열어 혐의 유무 및 기소 가능성을 재심의하라는 거였다. 기소를 주장하는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과 임은정 감찰정책연구관으로부터 의견을 청취하라고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검사)에게 명령했다. 역대 네 번째, 문재인 정부 들어 세 번째 수사지휘권 발동이었다. 검찰 안팎에선 곧바로 "검찰의 독립성을 무시하고 대법원 판결을 뒤집는 시도"라는 비판이 나왔다.
 
조 대행이 묘수를 냈다. 박 장관의 지시를 받아들이되, '대검 부장회의'에 전국 고검장을 참여시켰다. 친정권 성향의 대검 부장들의 공정성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였다. 회의 참석자 14명 중 10명이 불기소 의견, 2명은 기소, 2명은 기권했다. '한명숙 구하기'는 실패했다. 박 장관은 "수사지휘권 행사 취지가 제대로 반영된 건지 의문"이라며 표결 결과 언론 유출을 빌미로 참가자 전원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
 

#3. 5월 3일: 이성윤 탈락에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로 제청

검찰총장 후보에 지명된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으로 출근하던 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검찰총장 후보에 지명된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으로 출근하던 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검찰 안팎의 관심은 윤 전 총장의 후임자였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검찰총장 유력 후보로 이성윤 지검장이 거론됐다. 이 지검장은 정권 입맛에 맞는 사건만 골라서 기소한다는 비판에 서울중앙지검 내에서 리더십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반기를 들었다. 이 지검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의 주요 피의자로 기소될 가능성이 제기되자 추천위원 상당수가 투표 반란에 동참해 4명 추천후보에서 탈락시킨 것이다.
 
추천위는 조남관 대행, 배성범 법무연수원장, 구본선 광주고검장,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후보자로 선정했다. 박 장관은 이 중 추천위 추천 득표 꼴찌로 알려진 김 전 차관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해달라고 문 대통령에게 제청했다. 이 과정에서 박 장관은 차기 검찰총장에 대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상관성을 언급한 것으로 놓고 비판이 일자 "유념하겠다"며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김 후보자의 적합성 논란과 이후 검사장급 인사, 법무·검찰 간 관계 변화 등은 박 장관이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4. 다시 1월 28일: 동부구치소 집단 감염 잡았지만…. 

박범계 신임 법무부 장관이 1월 28일 오전 첫 일정으로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를 방문해 현장 점검을 하기 전 체온 측정을 받고 있다. 뉴스1

박범계 신임 법무부 장관이 1월 28일 오전 첫 일정으로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를 방문해 현장 점검을 하기 전 체온 측정을 받고 있다. 뉴스1

박 장관의 1월 28일 취임 일성은 "코로나 방역이 민생"이었다. 취임식 대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한 서울동부구치소를 찾았다. 당시는 추 전 장관이 "'윤석열 죽이기'에 몰두하다 방역 구멍에 뚫렸다"며 비판 여론이 비등하던 시기였다. 
 
교정시설의 코로나 집단 감염 사태는 시간이 지나면서 진화됐지만, 동부구치소 독방 수용자의 '양반다리 사망' 사건, 최서원(최순실)씨의 청주여자교도소 성추행 고소 사건 등 각종 사건·사고가 잇따랐다. 이에 박 장관은 4월 15일 전국 교정기관장들을 전격 소집해 "깊은 성찰의 시간과 강도 높은 혁신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질타했다.
 
박 장관은 지난 100일간 16곳의 정책 현장을 찾으며 '민생에 도움이 되는 법무행정'을 강조했다. 하지만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에 연루된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과 정권에 민감한 원전 사건을 수사 중인 대전지검과 한 건물을 쓰는 대전고검을 찾은 것을 두고는 뒷말이 나왔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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