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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칼럼] 쿼드와 한국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서울대 명예교수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서울대 명예교수

지난 3월 12일 쿼드 4개국 정상회담의 공동성명문을 자세히 읽어보면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이 눈에 띈다. 5개 항목, 700여 단어로 구성된 공동성명문에는 “중국(China)”, “군사(military)”라는 말은 한마디도 없고 군사와 관련된 “안보(security)”라는 단어도 딱 세 번 나올 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코로나, 기후변화, 핵심 기술, 반테러리즘, 고급인프라 투자, 인도주의적 지원, 재난 구제 등의 이야기들이고 어떻게 4국이 이런 영역에서 협력할 것인가에 집중돼 있다.
 

중국 언급 없는 쿼드 공동성명문
중국 포위용 군사동맹 아니다
중국 의식한 소극적 자세 바꿔야
불참 땐 중요 국제 현안서 소외

이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이유는 한국에서는 온통 쿼드가 미국이 일본·호주·인도와 연합해 중국을 군사적으로 견제하려고 추구하고 있는 안보협력체가 전부인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우리 국익의 관점에서 모든 국제적 사안들을 냉철하게 판단하려면 그 사안의 과거,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 방향까지도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쿼드에 참여할 것이냐의 여부도 마찬가지다. 쿼드의 출발 자체가 2004년 인도양에서 쓰나미 참사가 발생했을 때 임시적으로 재난 구제 차원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다 트럼프 행정부 때 미·중 관계가 악화되면서 쿼드를 대중 견제를 위한 안보협력체로 간주하는 경향이 많았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그것을 뛰어넘어 훨씬 광범한 범위의 실질 이슈 분야에서의 협력기구로 전환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엊그제 참석한 한 국제회의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이 문제를 다루고 있는 핵심 담당자 중 한 사람이 공개적으로 쿼드는 “안보기구가 아니고 ‘아시아의 나토’를 지향하고 있지도 않다”라고 말했다. 같이 참석한 미국의 인도 전문가는 인도의 경우도 쿼드에 참여하고 있지만, 쿼드를 군사동맹으로 간주하고 있지도 않고 미·중 사이에서 인도의 전략적 자율성을 포기할 의사도 없다고 진단했다.
 
쿼드는 이처럼 중국 포위와 같은 특정 목표를 갖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위에서 열거한 중요 비군사적 과제들을 협력해서 해결해감으로써 국제사회에서 공공재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그때그때 변화해나가는 국제적 연대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도 그동안 중국을 의식해서 쿼드 참여에 소극적이었던 태도를 바꿔야 할 필요가 생겼다고 본다.
 
선데이 칼럼 5/8

선데이 칼럼 5/8

한국이 쿼드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이 모든 중요 현안 분야들에서 우리는 소외될 것이다. 예를 들어 코로나 백신 보급과 관련해 상당히 다급한 것이 우리의 현재 상황이다. 기후변화, 사이버, 스페이스도 우리가 적극적으로 국제협력에 참여해야 할 분야이다. 무엇보다 핵심 기술 분야에서의 참여가 중요하다. 반도체 분야가 보여주듯 핵심 기술 분야에서 우리가 언제, 그리고 어떠한 국제 연대나 공급망에 참여하느냐가 대단히 중요한 외교안보문제가 되어버렸다. 잘못 선택하면 우리의 산업기술 능력도 강화하지 못하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국제적 영향력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할 수 있다. 고급인프라 투자 분야, 인도주의적 지원이나 재난 구제 분야에서도 한국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국제적 위상에 처해 있다.
 
게다가 북핵 문제도 여기서 논의될 텐데 한국이 빠진 채 쿼드 멤버들끼리, 예를 들어 미국과 일본이 비핵화 등 한반도 관련 주요 현안에 대한 국제적 논의를 주도한다면 한국은 핵심 당사자인데도 불구하고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 솔직히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때에 이어 지금도 북핵 문제에 관해 한국보다도 오히려 일본과 더 긴밀히 논의하는 것 아닌가 의심이 들 때가 있다.
 
한국 정부가 쿼드에 가입하기로 한다면 사전에 미국과 조용히 논의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중국의 예상되는 보복에 대하여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이다. 중국 정부는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한국 정부가 쿼드에 가입하지 않도록 압박해오고 있다. 한국 정부가 가입을 결정한다면 십중팔구 경제보복이 들어올 수 있다. 미국 정부 인사들이나 싱크탱크의 전문가들은 지난번 중국이 사드 배치에 대한 경제보복으로 나왔을 때 미국이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 일종의 미안함을 느끼고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중국이 같은 방식으로 경제 제재를 가해올 때 어떻게 대응할지 미국과 함께 방안을 준비해 놓는 게 좋을 것이다. 그러나 설령 미국이 돕지 않더라도 우리가 판단해서 가입을 결정했다면 그대로 가는 것이 올바른 주권 국가의 자세다.
 
추가로 쿼드 가입을 통해 쿼드 국가들 특히 미국 및 일본과의 관계가 개선되는 계기가 마련된다면, 그리고 한반도 문제에 대해 그들의 보다 긴밀한 협력을 끌어낼 수 있다면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딜레마, 북한 문제,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등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특수한 상황에 대한 더욱 깊은 이해와 협력을 특히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끌어낼 수 있다면 그것은 금상첨화일 것이다.
 
전경련이 최근 남녀성인 10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 조사에서는 77.7%가 한국에 더 중요한 국가는 미국이라고 답변했고, 중국이라는 답변은 12.7%에 그쳤다고 한다. 사드 보복 이후 중국에 대한 여론이 급격하게 변화한 결과일 것이다. 지금도 중국은 김치가 중국에서 유래되었다고 주장한다. 우리 정부의 정책결정자들이 쿼드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추가로 참고할만한 국민 여론의 동향이다.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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