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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지재권 면제 반대” 메르켈, 바이든 제안에 ‘태클’

인도에서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6일 뭄바이에서 한 시민이 코로나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인도에서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6일 뭄바이에서 한 시민이 코로나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의 지식재산권 면제에 대해 미국이 지지 입장을 밝히면서 국제사회에서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당장 독일이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한 반면 러시아는 찬성하고 나서는 등 각국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그런 가운데 설령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지재권 면제에 합의하더라도 세계무역기구(WTO) 차원에서 최종 합의를 이루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독 입장 차, 국제사회 갑론을박
“특허가 백신 공급 걸림돌 아냐
지재권은 혁신 원천, 보호돼야”

WTO 연내 최종 합의도 힘들어
세번째 mRNA백신 큐어백 곧 승인
냉동 아닌 냉장 보관 유통 장점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6일(현지시간) 코로나19 백신의 지재권을 중단하자는 바이든 행정부의 제안에 대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강하게 반대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현재 백신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건 특허라는 장애물 탓이 아니라 백신 생산 능력을 갖추면서도 높은 품질 기준 또한 맞춰야 하기 때문”이라며 “지재권을 면제할 경우 전 세계 백신 생산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지식 재산을 보호하는 것은 혁신의 원천”이라며 “앞으로도 계속 보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제안으로 코로나 백신 지재권 면제 논의가 급물살을 탔지만 유럽연합(EU)을 주도하는 독일이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곧바로 벽에 부딪힌 모양새다. 이와 관련, 로이터통신은 “미국의 화이자와 함께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을 만든 회사가 독일의 바이오엔텍”이라며 “이 회사도 이날 지재권 면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독일이 지식 재산 보호와 혁신이란 명분을 앞세우며 자국 백신 생산업체 보호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독일의 이 같은 입장 차이에 대해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양국 간에 의미 있는 균열이 드러났다”며 “이로 인해 WTO 차원의 지재권 면제 논의도 당분간 교착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백신 지재권이 면제되려면 WTO에 참여한 164개 회원국이 모두 동의해야 한다.
 
앙겔라 메르켈(左), 조 바이든(右)

앙겔라 메르켈(左), 조 바이든(右)

반면 러시아는 미국의 제안에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금 코로나19는 응급 상황”이라며 “러시아는 미국의 제안을 확고히 지지한다”고 말했다. 중국 역시 부정적이지만은 않은 모습이다. 중국 외교부는 “효과적이고 공평한 합의에 이르기 위해 WTO 체제에서 모든 당사자와 건설적인 논의를 하게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재권 면제 논의에 기꺼이 참여할 것”이라면서도 “유럽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규모로 백신을 수출하는 민주주의 지역”이라며 미국을 향해 뼈 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FT는 “자국민을 위해서만 백신을 쌓아두고 있는 미국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처럼 의견이 분분하자 지재권 면제가 현실화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클레트 윌럼스 전 백악관 무역자문위원은 “지금 상황으로 볼 때 지재권 면제 의제가 WTO에 정식 상정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12월 초로 예정된 WTO 각료회의 때 논의를 끝마칠 수 있어도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백신 생산 업체들은 그때까지 전 세계 백신 공급을 지속적으로 늘릴 수 있고 그러면서 특허를 포기하라는 압박도 덜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지재권 면제만으로는 백신 생산량이 크게 늘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백신 제조법 특허를 풀어주는 동시에 제조 기술까지 공개해야 생산량 증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란 점에서다. 이에 더해 코로나 백신 생산이 최첨단 수준의 생산 공정과 기술을 요구하는 만큼 제조 기술까지 공유된다 하더라도 각국이 실제로 생산 설비를 갖추고 우수한 품질의 백신을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화이자·모더나에 이어 mRNA를 이용한 세 번째 백신의 승인이 임박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6일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독일 제약사 큐어백은 3만7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 3상 결과를 이르면 다음주 발표할 예정이다. NYT는 “전문가들은 기존 mRNA 백신의 뛰어난 효능과 큐어백의 1상 결과 등을 감안할 때 전향적인 임상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큐어백은 이르면 이달 중 EU에 백신 사용 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지난해 12월 출시된 화이자·모더나 백신에 이어 세 번째 mRNA 백신이 나오게 된다.
 
특히 큐어백 백신은 냉동 보관이 필요한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과 달리 일반 냉장 온도에서도 보관과 유통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그런 만큼 초저온 보관 기술이 갖춰져 있지 않은 열대 지방과 저소득 국가에서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 NYT는 “새로운 코로나 백신은 백신의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는 국가에 커다란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노바백스의 코로나 백신도 임상 3상에서 96%의 예방 효과를 보이면서 조만간 미 보건당국의 공식 허가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와 영국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이 공동 개발 중인 백신도 올해 안에 출시되면 백신 부족 현상이 한층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서울=석경민 기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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