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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이 약자 보호? ‘부의 소득세’가 취약계층에 적합

[SUNDAY 인터뷰] 변양호 전 금융정보분석원장 

변양호 전 금융정보분석원장

변양호 전 금융정보분석원장

“청년들에게 1000만원 지원”(이재명), “1000만원 받고 2000만원 더”(이낙연), “3000만원 받고 7000만원 더”(정세균). 집권 여당의 대선주자들이 마치 도박판에서 판돈을 올리듯 현금 살포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군 복무를 마친 전역자에게 3000만원을,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사회 초년생에게 1억원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불을 댕긴 건 이재명 경기도지사다. 지난해부터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주자고 주장해 온 그는 4일 한 간담회에서 “대학 진학을 하지 않는 청년들에게 세계여행비 1000만원을 지원해주면 어떨까”라고 말했다.
 

『경제정책 어젠다 2022』 공동 출간
기준보다 적게 벌면 정부서 보조금
전 국민 기본소득 돈 많이 들어 안돼

사회적 대타협으로 규제 완화해야
평등·자유·공정한 환경 조성 필요

난 정치에 재능도 관심도 없어
좌파든 우파든 뜻 맞으면 도울 것

경제정책 어젠다 2022

경제정책 어젠다 2022

논란이 되면 아이디어 차원이라고 얼버무리지만, 지난해 총선에서 ‘돈맛’을 톡톡히 본 여당이 내년 대선을 겨냥해 또다시 현금을 뿌리겠다는 의지란 분석이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기왕 현금을 뿌릴 거면 제대로 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옛 재정경제원 금융정책국장, 금융정보분석원장을 지낸 변양호 VIG파트너스 고문 등 경제부처 장·차관 등을 역임한 5명의 기재부 출신 관료들은 최근 발간한 『경제정책 어젠다 2022』에서 ‘부(負)의 소득세’ 도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부의 소득세는 기준점을 중심으로 기준점보다 많이 버는(자산을 제외한 소득 기준) 사람은 지금보다 세금을 좀 더 내고, 그보다 적게 버는 사람에겐 정부가 그만큼 보조금 지급하는 것이다.〈표 참조〉 다만 전제가 있다.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기존 복지 시스템을 통폐합하고, 규제를 완화해 기업의 경제적 자유와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든다는 조건이다. 결과적으론 현금을 주자는 게 아니라 ‘경제 시스템을 확 바꾸자’는 제안인 셈이다. 6일 이 책을 기획한 변 고문을 서울 중구 VIG파트너스 사무실에서 만났다.
 
부의 소득세는 여권의 기본소득과 대비된다. 일종의 대안인가.
“그렇게 보는 시각이 있는데, 그런 의도에서 기획한 건 아니다. 몇 년 전부터 부의 소득세 시스템으로 가야 경제가 살고 나라가 제대로 된다는 생각을 해 왔고, 칼럼을 통해 단편적으로나마 이미 소개도 했다. 그걸 각 분야 전문가와 함께 좀 더 구체화한 것이다.”
 
그런데 왜 지금인가.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화두를 던진 측면이 있다. 우리는 단임 대통령제이기 때문에 대선이 아니면 이런 논의를 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좌파가 됐든 우파가 됐든 이 시스템을 하겠다는 정치인, 세력이 있으면 돕겠다는 의지도 갖고 있다.”
 
직접 정치를 할 수도 있다는 얘긴가.
“그건 절대 아니다. 난 정치엔 재능도 없고, 관심도 없다. 공직에 대한 욕심도 없다. 돕겠다는 건 누구 대선 캠프에 들어가 경제팀을 이끌고, 이런 걸 얘기하는 게 아니다. 부의 소득세 체계나 시스템에 대해, 이렇게 하면 좋지 않겠냐고 설명하고 조언하는 정도일 것이다.”
 
변 고문을 비롯해 이 책의 공동저자인 김낙회 전 관세청장,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최상목 전 기재부 차관은 정치적으로 ‘무색무취’다. 공동저자 모두 경제관료 출신으로서 그저 한국경제를 아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썼다는 게 변 고문의 설명이다. 인세도 받지 않는다.
 
현금 지원을 한다는 측면에선 기본소득과도 비슷하다.
“이재명 지사의 기본소득은 전 국민에게 동일한 현금 지원을 하자는 건데, 이념적으로 그게 왜 약자 보호인지 잘 모르겠다. 기초생활수급자를 대상으로 한 생계급여 등 기존의 시스템은 그대로 두고, 돈을 더 마련해서 주자는 것으로 돈도 많이 들고 역진(逆進)적이다. 우리 경제를 더 어렵게 할 수 있다. 우리가 얘기하는 부의 소득세는 적게 버는 사람을 위한 사회 안전망을 만들어 불평등을 없애고, 규제 완화를 통해 경제적 자유와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다. 평등·자유·공정은 반드시 하나의 패키지로 묶여야 의미가 있다. 이 세 가지를 동시에 하려면 사회적 대타협이 이뤄져야 한다. 이 책은 한 마디로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경제 시스템을 개조하자는 것이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사회적 대타협이 가능하리라 보나.
“가능하다기보다는 한국경제를 위해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잠재성장률이 우리만큼 급속도로 떨어진 나라가 별로 없다. 그만큼 한국경제가 쪼그라들고 있다는 얘기다. 당장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아우성이다. 일자리를 늘리려면 민간에 자유를 줘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으므로 대타협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본다. 이 시스템으로 가면 특히 좌파 진영은 의미 있는 사회 안전망(보조금)을 얻을 수 있고, 우파 진영은 규제 완화를 통한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 있다.”
 
문제는 재원과 정확한 소득 파악이다.
“평균 소득보다 적게 버는 분들만 선별해 지원하므로 기본소득보다 훨씬 적게 든다. 복지 시스템 통폐합으로 일부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소득 파악은 우리나라 세정(稅政) 능력이면 어느 정도 가능하리라 본다.”
 
변 고문은 인터뷰 말미에 “당연한 거지만,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려면 대통령 등 리더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능한 정치세력의 등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사진=전민규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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