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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스윙 위한 오일? 긴장 풀어주지만 선 넘으면 고통

[즐기면서 이기는 매직 골프] 알코올과 골프

인생이 음주로 인한 사고로 점철된 존 댈리는 자신의 재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앙포토]

인생이 음주로 인한 사고로 점철된 존 댈리는 자신의 재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앙포토]

서양에는 ‘펍 골프’ 혹은 ‘바(bar:술집) 골프’라는 게 있다. 술집에서 골프를 치는 건 아니고 골프장 각 홀을 옮겨 다니면서 골프를 하듯, 여러 술집을 다니며 음주를 하는 거다.
 

미 ‘골프다이제스트’ 음주골프 실험
맥주 2잔은 경기력 향상에 도움
4잔 넘게 마시면 흥분, 나쁜 결과

스코틀랜드선 위스키 마시며 골프
골퍼 파머·댈리 이름 딴 칵테일도

골프처럼 주로 9개나 18개 술집을 다니면서 한잔씩 하는 거니, 우리 식으로 하면 9차 혹은 18차다. 젊은이들의 학교나 회사에서 친목을 위한 게임으로 골프 의상을 입거나 골프 액세서리를 들고 가면 더 환영받는다.
 
스코어카드를 만들기도 한다. 한 모금을 한 타로 치며 홀마다 규정 타수가 있다. 예를 들어 스코어카드에 1번 홀, 파4=맥주 1파인트(473ml)라고 적혀 있다면 네 모금에 마시면 파, 다섯 모금이라면 보기다. 위스키 한잔 같은 작은 양은 파 1이다. 각 홀에 시간제한을 두기도 한다.
 
펍 골프의 스코어 카드. [중앙포토]

펍 골프의 스코어 카드. [중앙포토]

재미를 위해 약간의 변형도 한다. 예를 들어 홀에 워터 해저드 표기가 있다면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한다. 급해서 가야하면 벌타를 받아야 한다. 꼴찌는 우스운 의상을 입고 공공장소에 나가는 벌칙을 받기도 한다.
 
스코틀랜드 골퍼들은 위스키를 플라스크에 넣어 들고 다니며 라운드 중 홀짝홀짝 마시는 일이 흔하다. 비바람이 잦아 날이 추울 때가 많아 그럴 텐데, 아마 이것이 펍 골프의 유래가 아닌가 싶다. 미국에서도 라운드 중 맥주를 마시는 골퍼가 많다.
 
아널드 파머는 자신의 이름을 딴 칵테일이 있다. [중앙포토]

아널드 파머는 자신의 이름을 딴 칵테일이 있다. [중앙포토]

골프와 술은 함께 다닌다. 태생이 마초적인 느낌이 있다. 골프의 고향 스코틀랜드는 위스키의 고향이기도 하다. 한국엔 성적인 의미로 잘못 알려졌지만 이른바 ‘19번 홀’은 라운드 후 한잔하는 것이다. 술과 골프 모두 중독성이 강하다.
 
골프 성지 세인트앤드루스 캐디들의 아지트인 던비건 바에서 스코틀랜드식 폭탄주 ‘호프 앤드 호프’를 배운 적이 있다. ‘Half and half’의 스코틀랜드 사투리다. 우리말로 ‘5부 5부’로 비슷한데 잔 크기가 다르다. 맥주는 하프 파인트(285ml)이고, 양주잔도 우리 잔보다 두 배쯤 된다. 맥주와 양주를 섞지는 않는다. 양주를 ‘원샷’하고 맥주는 천천히 마신다. 화력은 핵폭탄급이었다.
 
프로 골퍼인 아널드 파머, 존 댈리의 이름을 딴 칵테일이 있고, 마스터스에 대한 헌사인 아질리아(철쭉) 칵테일도 있다. 골프와 술을 결합한 발명품도 꽤 된다. 안에 위스키를 넣을 수 있게 만든 가짜 골프공이 있다. 퍼터 모양의 파이프에서 생맥주가 나오는 캐디백도 있다.
 
한국 골퍼들도 술을 많이 마신다. 특히 9홀이 끝난 후 막걸리를 한잔해야 몸이 풀린다는 골퍼가 꽤 많다. 미국에서도 “알코올은 스윙을 위한 오일”이란 말도 한다.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존 댈리의 이름을 딴 칵테일. [중앙포토]

존 댈리의 이름을 딴 칵테일. [중앙포토]

2018년 미국 골프다이제스트가 음주 골프 실험을 했다. 골프 실력 상중하인 세 명의 골퍼 A, B, C(핸디캡 0.7, 13, 20 이상)가 맥주를 마시면서 드라이브샷 거리와 아이언샷 정확성, 짧은 퍼트 성공률 테스트를 했다. 술을 마시지 않았을 때와 맥주 2캔, 4캔, 6캔, 8캔을 마신 후 실험했다.
 
2캔을 마신 후 골프 실력이 나쁜 C의 실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평균 76야드를 치던 드라이브샷 거리가 140야드로 64야드나 늘었다. 멀쩡한 상태에서 핀에서 평균 22m 옆에 떨어뜨리던 아이언샷을 14m에 붙였다. A는 맨정신에 5개 중 3개를 넣던 퍼트를 맥주 2잔을 마신 후 4개를 넣었다. 실험에 자문한 의사는 “술 2잔을 마신 후에는 희열감이 드는 시기이며 근육을 이완시키고 긴장감을 없앤다. 경기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4잔을 마시면 흥분기에 접어든다. 참가자들은 자신감이 더 커졌다고 했다. “모든 퍼트를 다 넣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등 말도 많아졌다. 주위 사람들과 친해지기도 하는 시기다. 그러나 자제력을 잃어 입에서 욕을 내뱉기도 했다. 자칫 싸움이 날 수도 있다. 퍼포먼스는 실력자 A, B는 좋아졌고 C는 떨어졌다. 의사는 “흥분 상태라 기분이 좋아지거나 나빠진다. 핀이 구석에 박혀 있는 등 긴장감이 큰 상황에서는 술을 마신 후 더 좋은 결과가 나오기도 하지만 뇌의 밸런스와 지각 능력을 통제하는 부분이 영향을 받기 시작한다. 거리 통제력도 영향을 받는다”고 했다.
 
6캔을 마신 후 준프로 수준인 A가 “골프 클럽이 지팡이 같다”고 횡설수설했다. 참가자들은 공이 어디로 갔는지 잘 몰랐다. 자제심도 잃는다. A는 “잘 봐라. 로리 매킬로이, 더스틴 존슨 내가 쫓아간다”고 큰소리를 쳤다. 의사는 “그래서 음주운전을 하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이다. 거리 조절이 안 되며 눈은 움직이는 물건을 쫓아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인간의 뇌는 골프를 하기엔 너무나 섬세해, 티잉그라운드에 들어설 때마다 각종 걱정으로 가득 차게 되고 슬라이스, 뒤땅, 토핑, 섕크 등 수많은 재난을 초래하는지도 모른다. 알코올이 도움될 수도 있겠지만, 선을 넘으면 훨씬 더 큰 고통이 온다. 골프 스코어뿐 아니라 교통사고 같은 진짜 재난 말이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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