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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VID·CD 이어 CVIA···'핵폐기 vs 핵포기' 바이든 선택은?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정책 검토를 완료하면서 어떤 용어로 비핵화 목표를 표현할지 관심이 쏠린다. 용어 자체가 바이든 행정부가 추구하는 비핵화의 방식과 성격을 상징적으로 규정할 수 있어서다. 특히 21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 공동 성명에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어떤 용어가 담길지 주목된다. 
 

최근 G7 공동성명에 CVIA 등장...'핵 폐기' 대신 '핵 포기' 강조
미국 대북정책 따라 비핵화 용어도 달라져
부시 행정부 'CVID' → 싱가포르 합의 'CD' → 트럼프 행정부 'FFVD'
韓은 'CD' vs 日은 'CVID' 이견도

① 다시 등장한 'CVIA'...미국이 주도?

지난 5일(현지시간) 채택된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회의 공동성명에는 'CVIA'라는 다소 생소한 비핵화 용어가 등장했다. 풀어 쓰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포기'(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Abandonment)다.
통상적으로 사용해온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enuclearization)에서 'D'를 지우고 '포기(Abandonment)'를 뜻하는 'A'를 쓴 것이다. 'D'는 '비핵화(Denuclearization)' 혹은 '폐기(Dismantlement)'를 뜻한다.
 
5일(현지시간) 영국 정부가 G7 외교·개발장관회의 홈페이지에 공개한 공동성명. 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abandonment 라는 CVIA 원칙이 담겨있다. 밑줄은 기자가 표시. [G7 외교·개발장관회의 홈페이지 홈페이지 캡쳐]

5일(현지시간) 영국 정부가 G7 외교·개발장관회의 홈페이지에 공개한 공동성명. 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abandonment 라는 CVIA 원칙이 담겨있다. 밑줄은 기자가 표시. [G7 외교·개발장관회의 홈페이지 홈페이지 캡쳐]

 
G7 장관회의 성명은 2년만인데, 2019년 공동성명에선 CVID라는 표현을 썼다. 당시와 지금의 가장 큰 차이는 미국의 행정부가 교체됐다는 점이다. 전통적으로 CVID를 사용해온 유럽 국가들이 CVIA라는 용어에 합의한 사실 자체가 이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주도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2019년 4월 프랑스 다니르에서 열렸던 G7 외교장관 회의 공동성명. 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ismantlement 라는 CVID 원칙이 담겨 있다. 밑줄은 기자가 표시. [G7 외교장관회의 관련 웹사이트 캡쳐]

2019년 4월 프랑스 다니르에서 열렸던 G7 외교장관 회의 공동성명. 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ismantlement 라는 CVID 원칙이 담겨 있다. 밑줄은 기자가 표시. [G7 외교장관회의 관련 웹사이트 캡쳐]

 
이번에 등장한 CVIA의 '포기'는 북한의 자발성을 존중하는 뉘앙스가 담겼다는 지적이다. 외부 세력이 북한을 비핵화시킨다기보다는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한다는 해석이 가능해서다. 향후 북한과 협상의 여지를 남기기 위해 선택한 용어일 수 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6일(현지시간) 올리 하이노넨 국제원자력기구(IAEA) 전 사무차장이 "A(포기)는 비핵화, 폐기보다 더 완곡한 표현"이라며 "군사용 핵 프로그램은 폐기하되 민간용 핵 프로그램은 허용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실제 북한은 과거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처음 들고 나온 CVID에는 강하게 반발하면서도 '핵 포기(Abandonment)'는 수용한 적이 있다. 지난 2005년 제4차 6자회담에서 남·북·미·중·일·러 등 6개 당사국이 합의한 '9.19 공동성명'에는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핵프로그램을 포기(Abandon)한다"고 명시했다. 문안을 짜는 과정에서 '핵 폐기'와 '핵 포기'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다 어느정도 북한의 요구를 수용해준 결과였다.
 

② CVIA, 본질은 CVID?

하지만 G7 장관 성명의 구체적 표현을 보면 CVIA를 당근으로만 해석할 일은 아니다. 북한이 포기해야 하는 대상을 핵무기 뿐 아니라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포함한 모든 불법 무기"로 명시했고, 이 과정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따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안보리는 2006년 대북 결의 1718호에서 CVIA를 처음 썼는데, 핵확산금지조약(NPT)와 IAEA 규정을 엄격히 따라야 한다고 북한이 준수해야 할 여러 의무를 함께 명시하고 있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표현을 달리 했지만 CVID와 CVIA가 검증(V)과 불가역성(I)을 핵심에 두고 있다는 점에선 사실상 본질적으로 같은 개념인 셈이다.   
 

지난 4~5일(현지시간) 런던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회의에 참석한 7개 회원국과 4개 초청국 장관 단체사진 [외교부 제공]

지난 4~5일(현지시간) 런던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회의에 참석한 7개 회원국과 4개 초청국 장관 단체사진 [외교부 제공]

실제 북한은 과거 비핵화에 합의해놓고도 검증의 고비를 넘지 못하곤 했다. IAEA의 사찰과 시료 채취 등 검증을 피하려다 결국 모든게 무산됐다. 불가역성에 대해서도 북한은 2004년 외무성 대변인이 나서서 "미국이 패전국도 아닌 우리에게 무엇을 '되돌려 세울 수 있다 없다'하고 강요하려 든다"고 반발했다.  
 

③ 韓은 "CD" VS 日은 "CVID"

 
비핵화 용어와 관련해서는 한·일 간 입장차가 감지된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4월 판문점 선언과 2018년 6월 싱가포르 합의에 명시된 '완전한 비핵화', 즉 'CD(Complete Denuclearization)'를 공식 입장으로 하고 있다. 검증과 불가역성을 뺐다. 반면 일본은 최근 총리와 외상 등 고위급 인사들의 기자회견마다 CVID를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도 2018년 들어 북한과 본격적으로 대화를 시작한 뒤로는 CVID를 쓰지 않다가 저자세라는 비판을 받고 'FFVD', 즉 '최종적이고 충분히 검증된 비핵화(Final,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2018년 6월 12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서명한 합의문 [AFP=연합뉴스]

2018년 6월 12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서명한 합의문 [AFP=연합뉴스]

 

④ 바이든은 뭘 택할까...CD? CVIA? 혹은 새로운 원칙?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달 30일 대북 정책 검토가 완료됐다는 사실을 구두로 발표하며 '완전한 비핵화(CD)'라는 표현을 썼다. 한국의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식 문서상 표현을 보면 CD에는 사실상 전제가 있다. 지난달 16일(현지시간)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과 지난 5일(현지시간)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보도자료에는 CD를 언급하며 '유엔 안보리 결의를 따른다'는 조건도 꼭 함께 명시했다. 유엔 안보리 결의의 비핵화 목표가 CVID라는 점을 고려하면, 동맹국인 한국을 고려해 표현은 CD로 했지만 실질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CVID라는 걸 우회적으로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바이든 행정부는 협상 시작 전부터 CVID 혹은 CD 등 고정된 접근법을 명명하기보다는, 북한의 태도, 국내 반응, 동맹 이슈에 있어 한국의 협조 수준에 따라 유연하게 정책을 조정할 것"이라며 "표현을 어떻게 하든 대북정책의 본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미국은 협상 재개를 위해 비핵화의 최대 목표치인 CVID를 초반부터 제시하지는 않을 것이며, 북한이 반발하는 요소가 여전히 살아있는 CVIA 또한 계속 가져가긴 부담스럽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선 CD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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