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더오래]맘 안 드는 댄스 파트너일수록 당황하지 말고 여유를

기자
강신영 사진 강신영

[더,오래] 강신영의 쉘 위 댄스(54)

댄스를 하면서 그때는 심각했는데 지나고 보면 별일 아닌 일에 너무 집착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파트너와 잘 안 맞을 때 상대방을 원망하게 된다. 파트너의 잘못인 경우도 있지만, 내가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그 당시는 지기 싫은 것이다. 자존심 문제다. 그러나 그 순간은 짧게 지나간다. 여간해서 잊히지 않는 후유증으로 남은 경우 결국 파트너와 결별하게 된다. 과연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하는 후회가 남게 된다.
 
좋게 생각하면 댄스에 대한 열정 때문이었다. 누구나 그렇듯이 남들 앞에서 최고의 파트너와 최상의 표현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파트너가 내가 원하는 수준이 안되면 혹독하게 했던 것이다. 대회나 시범 때 일이다. 파트너가 좀 틀렸거나 기량이 미흡하더라도 너그럽게 눈감아 주지 못해 그 후로는 바로 헤어지거나 불편한 관계가 되는 것이다.
 
댄스 시범이나 공연, 연극 등에서 배역이나 비중을 놓고 첨예한 경쟁을 벌인다. 누구나 주역이 되고 싶어 하고 누구나 관객 앞에서 주목을 받고 싶어 한다. 그러나 조역이 있어야 주역도 있는 것이다. 당시에는 그것이 엄청 큰일이고 보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하지만 지나고 나면 이미 잊힌 일이다. 그때는 잘했건 잘못했건 이미 지금은 다른 세계에 있어 더 이상 볼 일도 없는 사람도 많다.
 
댄스는 순간의 예술이라 지나면 잊혀진다. 잘했으면 얼마나 잘했고, 못 했으면 얼마나 못 했을까. 차이는 별로 없다. [사진 unsplash]

댄스는 순간의 예술이라 지나면 잊혀진다. 잘했으면 얼마나 잘했고, 못 했으면 얼마나 못 했을까. 차이는 별로 없다. [사진 unsplash]

 
행사를 하게 되면서 단체 발표나 시범도 있게 마련이다. 정해진 파트너가 없는 경우 서로 마음에 드는 파트너와 같이 추고 싶어 한다. 별로 맘에 안 드는 파트너와 짝이 된다면 좋을 리 없다. 그럴 때 파트너에게 함부로 대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그런 경우 틀려도 그만이고 좀 서툴러도 그만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억지로 하게 되면 차마 그만둘 수 없지만 끝나고 나면 어떻게 대했는지에 따라 여운은 오래 남는다. 그 후로도 좋은 관계로 같이할 사람, 또는 더 이상 같이 하지 않을 사람으로 갈리는 것이다. 결과를 놓고 볼 때 좋은 이미지를 남기는 것이 좋다. 두고두고 고맙다는 소리를 듣게 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가장 못 하는 사람을 파트너로 받아들였다 치자. 최상의 여유를 부리는 것이다. 파트너는 틀리거나 서툴러서 미안하다며 몸 둘 바를 모른다. 여러 사람 앞에서 틀려 망신을 당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구경꾼들은 가면 그만이고 파트너는 남는다. 어느 것이 중요한지 냉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반대로 생각하기 쉽다. 실수한 것을 놓고 파트너를 힐난하고 관객들 눈치를 더 중요하게 보는 것이다. 자기는 잘했는데 파트너 실수 때문에 사람들 앞에서 스타일 구겼다는 것이다.
 
단체로 큰 무대에 설 일이 있었다. 파트너를 배정했는데 내 파트너가 운동 신경이 덜 발달한 편이었고 그나마 바빠서 연습 시간에 자주 빠졌다. 옛날 같으면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모습은 아니었지만, 끝까지 화 한 번 안 내고 무사히 공연을 마칠 수 있었다. 무대에서 실수하지 않은 것보다 내가 화 한번 안 내고 참은 것이 대견스러웠다. 결과는 파트너와 좋은 관계가 유지됐다.
 
다행히 댄스는 순간의 예술이다. 지나고 나면 잊힌다. 기억력이 나쁜 사람은 빨리 잊고 기억력이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관심이 없으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잘했으면 얼마나 잘했고, 못 했으면 얼마나 못 했을까 차이는 별로 없다.
 
성인은 야단친다고 금방 좋아지지 않는다. 그 때문에 기분이 상하면 더 하기 싫어진다. 사제지간이라도 그렇고 같은 동호인 입장이라면 더욱 승복하고 싶지 않게 된다.
 
한 대회에서 상처를 받으면 다른 대회에서도 영향을 미친다. 일등을 하면 좋지만, 언제나 일등을 할 순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일등이 아니더라도 인정하고 만족해야 한다. [사진 pixabay]

한 대회에서 상처를 받으면 다른 대회에서도 영향을 미친다. 일등을 하면 좋지만, 언제나 일등을 할 순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일등이 아니더라도 인정하고 만족해야 한다. [사진 pixabay]

 
남들 앞에서는 잘하다가도 정작 자기 아내에게는 혹독하게 대하는 사람이 있다. 여럿 앞에서 잘 보이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아내는 내 사람이라 만만하게 보는 것이다. 이 경우도 반대로 된 것이다. 남들은 남의 일이지만 아내와의 일은 내 일인 것이다. 평생 같이 살아야 할 사람이다. 남을 위해 사는 것이 중요한지 나를 위해 사는 것이 중요한지 생각해 볼 만한 일이다.
 
그런가 하면 쉽게 잊지 못하는 일도 있다. 난동을 부렸거나 사람을 일시적으로 이용해 먹다가 해를 입힌 경우다. 나를 실망시켰거나 내게 섭섭하게 했던 사람도 그렇다. 그 일이 그 사람에 대한 전체 이미지로 남는다. 사회적으로 만나는 사람의 범위가 넓어지다 보면 굳이 그런 사람을 만날 일은 피하게 된다.
 
경기 대회 결과 순위를 놓고 소란을 피우는 사람도 종종 있다. 심사 결과가 제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소란을 피우면 다음 경기에서는 심사위원들이 무서워서 좋은 점수를 줘서 순위가 나아질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그 선수는 아예 그 순위로 각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한 대회에서 남긴 상처는 다른 대회에서도 심사위원들이 또 보기 때문에 오래 간다. 일등 하면 좋지만, 언제나 내가 일등은 아닌 것이다. 일등이 아니더라도 인정하고 만족해야 한다. 인생에서 아주 짧은 한 토막의 일에 불과한 일이다.
 
아이들을 강하게 키운다고 혹독하게 조련하는 부모가 종종 있다. 나중에 성공해서 고맙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상처로 남으면 평생 간다. 그리고 그 부모가 늙으면 다 자란 아이에게 그런 대우를 받을 수 있다.
 
사람은 죽고 나면 어떤 사람으로 남에게 인식될지 중요하기는 하다. 그러나 당사자는 죽으면 그만이다. 중요한 것은 가족을 포함한 가까운 사람들이다. 소소한 일은 잊히지만, 절대로 잊지 못할 일도 있게 마련이다.
 
댄스 칼럼니스트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