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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러시아서 백신외교 펼치자, 바이든도 백신 리더십

지난달 22일 중국산 시노백 코로나19 백신을 두 번째로 접종하는 에머슨 음낭가과 짐바브웨 대통령.

지난달 22일 중국산 시노백 코로나19 백신을 두 번째로 접종하는 에머슨 음낭가과 짐바브웨 대통령.

미국 정부가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지식재산권(지재권)을 일시적으로 면제하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글로벌 제약사들의 반발을 극복하고 다른 나라에서 실제 백신을 제조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WHO “기술 공유, 기념비적 순간”
제약업계선 “기업 활동 위축” 반발
WTO 회원국 만장일치 필요한데
스위스·EU 등 반대 입장 보여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 TR) 대표는 지난 5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미국 정부는 지재권 보호의 필요성을 강력히 믿지만 지금의 팬데믹을 끝내기 위해 코로나19 백신의 (지재권) 보호를 유예하는 것을 지지한다”며 “이례적인 상황 속에선 비상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바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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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성명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19 백신 지재권에 대한 입장을 드러낸 직후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논의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 지재권 면제 방안에 대해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전날 미국의 새 백신 접종 목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받은 같은 질문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답했는데, 하루 만에 입장을 정한 것이다.
 
미국의 지재권 면제 지지는 코로나19 대응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자국 백신을 개발도상국 등에 지원하는 백신 외교를 펼쳐왔다. 미국은 백신을 충분히 확보해 백신 접종에 여유가 있지만 대부분의 국가는 백신은 물론 원료물질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미국은 제약사의 지재권을 한시적으로 면제해 저개발 국가와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한 국가를 대상으로 백신 생산을 확대해야 한다는 국제 사회의 압박을 받아왔다.
 
그동안 미 정부 내에선 이 문제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그러나 대선 전 백신 기술 공유를 공약으로 냈던 바이든 대통령이 말을 뒤집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CNN은 분석했다. 백신 기술을 공유하자고 백악관에 서한까지 보냈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의 요구도 부담이었다.
 
중국이 필리핀에 지원한 시노백 백신이 마닐라 공군기지에 도착해 하역을 기다리는 장면. [신화=연합뉴스]

중국이 필리핀에 지원한 시노백 백신이 마닐라 공군기지에 도착해 하역을 기다리는 장면. [신화=연합뉴스]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테워드로스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환영을 뜻을 밝혔다. 그는 트위터에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기념비적 순간”이라고 적었다.
 
제약업체들은 반발했다. 미국 제약업계 최대 로비 단체인 전미의약연구제조업협회(PhRMA)는 “바이든 대통령의 전례 없는 조치가 팬데믹 상황에서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안전도 해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모더나 주가는 전날보다 6.2% 떨어졌고, 바이오엔테크과 노바백스 주가 역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코로나19 백신의 지재권을 면제하자는 주장은 최근 코로나19 피해가 극심한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중심으로 나왔다. 그러나 실제 이들 개발도상국에서 백신을 만들어 공급하기까지는 걸림돌이 많다. 우선 백신 지재권을 면제하기 위해선 WTO 회원국들의 만장일치 결정이 필요하다. CNN은 미국 외 백신 제조사를 두고 있는 스위스와 유럽연합(EU)이 반대 입장을 보인다고 보도했다. 타이 USTR 대표도 성명에서 “사안의 복잡성을 고려할 때 협상에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면제 결정이 나도 다른 나라에서 당장 백신을 생산하기 쉽지 않다. 특히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은 화이자·모더나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것이다. 특허가 풀려도 다른 업체들이 단기간에 생산 기술을 습득하기 힘들다. 뉴욕타임스는 특허를 가진 제약사들이 기술 노하우를 전수해 주고 인력까지 공급하는 기술이전 과정이 수반돼야 세계 백신 공급이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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