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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 비판에 고소로 맞선 청와대 행태, 부적절했다

박경미 대변인이 4일 오후 서울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 비판 전단 배포 시민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다고 밝히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경미 대변인이 4일 오후 서울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 비판 전단 배포 시민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다고 밝히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논란이 컸던 모욕죄 고소를 취하했다. 시민단체 대표인 김정식씨는 2019년 7월 대통령을 비난하는 전단을 뿌렸다. 문 대통령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모욕죄(친고죄)로 김씨를 고소했고, 경찰은 김씨를 최근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중앙일보 보도로 사실이 알려지며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대통령의 고소 여부조차 확인해 주지 않던 청와대가 결국 그제 고소 취하를 알렸다.
 

여론 안 좋자 취하하면서도 “성찰하라”
“법대로 하자”는 권력행태 국민에겐 공포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 사안은 일본 극우 주간지를 인용하는 등 국격과 국가의 미래에 미치는 해악을 고려해 대응했던 것”이라며 “하지만 대통령으로서 모욕적인 표현을 감내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을 수용해 처벌 의사 철회를 지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변인의 브리핑이 여기서 끝났더라면 좋았을 뻔했다. 그러나 박 대변인은 “앞으로 명백한 허위 사실을 유포해 정부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는 행위에 대해서는 개별 사안에 따라 판단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악의적인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한 성찰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도 했다. 이번엔 고소를 접지만 김씨는 잘못을 뉘우쳐야 하고, 향후 비슷한 일이 생길 경우 또 고소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씨는 “북한은 문 대통령에게 ‘삶은 소대가리’라고 하는데도 가만히 있으면서 왜 국민에게만 이러냐”고 억울해 했다. 그의 행동을 잘했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김씨의 비난은 일반인이 아닌 대통령 등 권력자에 대한 것이었다. 아무리 거칠고 저열하게 느껴지더라도 권력자들은 참아내야 한다. 이는 다른 누구도 아닌, 문 대통령이 계속 해온 이야기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국민은 얼마든지 권력자를 비판할 자유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교회 지도자들과 만나선 “대통령을 모욕하는 정도는 표현의 범주로 허용해도 된다. 대통령 욕해서 기분이 풀리면 그것도 좋은 일”이라고 밝혔다. 진보 진영의 여러 인사들도 모욕죄 개정 또는 폐지를 주장해 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2013년 논문에서 “대통령 등 고위 공직자는 모욕을 당할 사실상 ‘의무’를 지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민주주의의 원리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이러니 “이 정권은 모욕죄도 내로남불인가”란 비아냥이 나오는 것이다.
 
이번 논란은 애당초 있어선 안 될 일이었다. 대통령의 입장을 십분 이해하더라도 스스로가 변호사이자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시민을 고소하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에 반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정의당도, 참여연대도 고소 취하를 요구한 것 아닌가. 김씨는 지난해 경찰이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한다고 했을 때 큰 두려움을 느꼈다고 했다. ‘법대로 하자’는 권력자의 행태가 국민에게는 공포와 겁박으로 다가간다는 현실을 권력자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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