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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골목 들어온다"···기부하고 커피마시고, 세금까지

암호화폐가 일상으로 파고들고 있다.[중앙포토]

암호화폐가 일상으로 파고들고 있다.[중앙포토]

한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암호화폐가 일상을 파고들고 있다. 커피를 주문하거나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때 현금 대신 암호화폐로 결제할 수 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할 때도 쓰인다. 암호화폐를 ‘화폐나 금융자산이 아닌 가상자산’으로 한정 짓고 제도권으로 끌어올 수 없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와는 상반된 모습이 펼쳐지고 있다.    
 

사랑의열매에 비트코인 1억 기부

일상 파고든 암호화폐.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일상 파고든 암호화폐.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영역을 넓혀가는 암호화폐가 최근 발을 디딘 곳은 나눔 현장이다. 암호화폐거래소 지닥을 운영하는 피어테크가 지난달 1억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했다. 법정기부금단체에암호화폐를 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부한 비트코인은 현금으로 환전한 뒤 보육시설 지원에 쓰일 예정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이번 기부를 계기로 지닥과 손잡고 암호화폐 모금 절차를 마련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지닥 거래소에 법인회원으로 가입해 (암호화폐로) 기부받을 수 있는 계좌를 열었다”고 했다. 기부 원칙도 세웠다. 암호화폐의 가격 변동성을 고려해 최대한 빠르게 팔아서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 쓰겠다는 것이다.
 

커피숍ㆍ편의점ㆍ영화관 결제도

암호화폐는 결제시장도 흔들고 있다. 전자결제대행(PG)업체인 다날의 자회사 다날핀테크가 발행한 페이코인이 대표적인 사례다. 2019년 5월 상장한 페이코인은 곧바로 프랜차이즈 카페 브랜드 ‘달콤커피’에서 현금처럼 사용됐다. 고객이 음료를 주문한 뒤 앱을 통해 페이코인을 현재 시세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2년이 지난 지금은 카페는 물론 편의점과 서점, 영화관, 피자가게 등 7만개 넘는 가맹점에서 페이코인을 쓸 수 있다. 정성엽 다날핀테크 이사는 “최근에는 페이코인으로 결제하는 무인기기(키오스크)를 국내 처음으로 도입했다”며 “앞으로는 골목상권까지 코인 사용처가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날핀테크가 발행한 암호화폐 페이코인으로 편의점에서 결제하는 모습. 다날핀테크 제공.

다날핀테크가 발행한 암호화폐 페이코인으로 편의점에서 결제하는 모습. 다날핀테크 제공.

체납 세금 징수 즉효약된 암호화폐  

암호화폐는 지방세 장기 체납 문제를 푸는 치트키로도 쓰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지자체)가 체납자의 암호화폐를 압류하자 이들이 서둘러 밀린 세금 납부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자체 중 서울시가 처음으로 암호화폐거래소 4곳에 지난달 25일 기준 963명의 암호화폐402억원어치를 압류했다. 서울시 38세금징수과 관계자는 “올해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한 데다 체납자들이 암호화폐로 재산을 숨긴다는 정보에 알아보기 시작했다”고 했다. 
 
암호화폐 압류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암호화폐만 돌려주면 당장 세금을 납부하겠다”는 체납자 요청이 쇄도했다. 압류 대상 중 118명은 밀린 세금 약 12억원을 자진 납부했다. 상당수가 암호화폐 몸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서울시가 매각하기 전에 현금을 마련해온 것이다. 체납액 징수 수단으로 암호화폐가 성과를 거두자 광주광역시와 경상남도 거제시 등 전국 지자체가 체납자의 암호화폐 찾기에 나섰다.
이병한 서울시 재무국장이 4월 23일 중구 서울시청에서 '가상화폐로 재산은닉' 고액체납자 676명 전격 압류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울시 재무국 38세금징수과는 3개 주요 거래소에 가상화폐 보유한 고액체납자 1,566명을 찾아내 이중 즉시 압류 가능한 676명의 가상화폐 251억원을 압류했다고 밝혔다. 뉴스1.

이병한 서울시 재무국장이 4월 23일 중구 서울시청에서 '가상화폐로 재산은닉' 고액체납자 676명 전격 압류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울시 재무국 38세금징수과는 3개 주요 거래소에 가상화폐 보유한 고액체납자 1,566명을 찾아내 이중 즉시 압류 가능한 676명의 가상화폐 251억원을 압류했다고 밝혔다. 뉴스1.

이익은 기타소득세, 물려주면 증여세

세금 징수수단뿐이 아니다. 암호화폐 자체도 과세대상에 포함된다. 정부는 내년부터 암호화폐로 벌어들인 이익이 연간 250만원을 넘으면 세금(기타소득세 20%)을 매긴다. 만일 자녀에게 넘기면 상속ㆍ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대가를 받고 넘기면 기타소득으로, 대가 없이 암호화폐가 이전되면 상속·증여로 봐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소득세법 개정안에는 상속·증여세를 평가하는 방법도 추가됐다. 평가 기준일 전·후 각각 한달 동안 하루 평균가액의 평균액으로 따진다. 한마디로 두 달간의 암호화폐 가격 변동액을 고려해 증여가액을 결정한다.  
 
직장인 최모(52)씨는 3년전에 구입한 비트코인 1.5개를 최근 아들에게 넘겨주려다 포기했다. 최씨는 “현재 비트코인 가치는 최소 1억원으로 증여세 부담이 확 커진다”며 “증여세를 물릴 줄 알았다면 3년 전 싼값에 넘겼을 텐데 갑자기 (정부가) 과세한다고 하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암호화폐가 일상의 다양한 영역으로 파고들면서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만간 ‘가상자산업법 제정안(가칭)’을 발의할 예정이다. 법안에는 신규 암호화폐 상장 시 발행 규모와 위험성을 자세히 적은 ‘백서’를 공개하고, 가상자산 예치금을 금융기관에 별도 보관해 투자자를 보호하는 내용이 담긴다.  
 
제도권 편입에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암호화폐는 가격 변동성이 지나쳐 안정적인 화폐의 기능을 맡기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암호화폐는 기술이나 내재가치 없이 유명인의 말 한마디에 몸값이 오르락내리락한다”며 “오히려 투기성 자산에 가까워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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