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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만 죽이는 '모기 자객' 풀었다···美, 모기와의 전면전 선포

지카바이러스 등 감염병을 전파하는 이집트숲모기. 옥시텍

지카바이러스 등 감염병을 전파하는 이집트숲모기. 옥시텍

한 스타트업이 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의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해 유전자를 조작한 모기를 미국 플로리다주에 풀었다. 미 본토에 유전자 변형 모기를 배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 악시오스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의 생물공학 기업인 옥시텍은 최근 미 플로리다주 남부의 키스 지역에 유전자를 조작한 모기의 알 수천 개를 상자에 담아 곳곳에 풀었다. 옥시텍은 10년간의 준비 끝에 미 환경보호국과 플로리다 농림부의 승인을 받아 이번 실험을 진행했다. 
 
유전자 조작 모기 알을 담은 상자에 물을 넣고 있다. 옥시텍

유전자 조작 모기 알을 담은 상자에 물을 넣고 있다. 옥시텍

옥시텍은 이 상자에서 3개월에 걸쳐 14만 4000마리의 유전자 조작 모기가 부화해 하늘로 날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실험이 효과를 보인다면 올해 안에 최대 2000만 마리의 유전자 조작 모기를 추가로 배출할 계획이다.
 

암컷만 죽이는 유전자 전파 

현미경으로 본 이집트숲모기의 모습. AP=연합뉴스

현미경으로 본 이집트숲모기의 모습. AP=연합뉴스

이번에 배출된 유전자 조작 모기는 이집트숲모기 수컷으로 지카 바이러스, 뎅기열 등 치명적인 감염병을 사람에게 전파하는 역할을 한다. 원래는 아프리카 대륙 등 열대 지방에 서식했지만, 대륙 간 교역을 통해 아메리카, 아시아 대륙까지 확산했다. 이집트숲모기는 실험이 진행된 키스 지역에서 전체 모기의 4%를 차지하지만, 대부분의 감염병이 이 모기를 통해 전파된다. 
 
유전자 조작 모기는 다른 수컷 모기와 마찬가지로 사람을 물지 않는다. 피를 빨아먹는 암컷 모기와 달리 수컷은 과즙을 먹고 살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우려도 없다.
 
옥시텍 연구진은 이집트숲모기 암컷의 개체 수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유전자 조작 모기를 개발했다. 이 모기는 지역의 야생 암컷 모기와 만나 짝짓기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암컷에게 치명적인 유전자를 새끼에게 전달한다. 이 유전자로 인해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암컷은 성체가 되기 전에 죽기 때문에 자연스레 암컷의 개체 수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유전자 조작 모기는 미국에서 곤충 개체 수를 조절하기 위해 사용되는 살충제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살충제는 모기뿐 아니라 벌이나 나비에게도 피해를 주는 등 생태계를 파괴하는 역효과를 불러왔다. 여기에 모기들도 살충제에 내성을 갖도록 점차 진화했다. 이에 미 환경보호국은 올해와 내년에 걸쳐 7억 5000만 마리의 유전자 조작 모기를 방출하는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유전자 조작 모기가 지역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 등을 내세우며 실험을 반대했다.
 
이에 대해 그레이 프렌드센 옥시텍 대표는 “질병을 매개하는 모기의 위협은 점점 커지고 있다”며 “이번 프로젝트가 옥시텍의 안전하고 자기 통제적인 기술을 미국에 도입하는 데 큰 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변화로 히말라야에도 모기 출현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마을에서 모기 살충제를 뿌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마을에서 모기 살충제를 뿌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모기로 인한 바이러스의 확산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모기의 서식 영역이 지구 전체로 확산하면서 감염병의 위험도 커지고 있다. 평균 기온이 1도 오르면 모기 발생이 27%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해 출간된 인도 동물학 조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의 지붕인 히말라야 마을에서도 모기 출현으로 인해 말라리아, 뎅기열 등 더운 지방에서 발병하는 질환이 나타나고 있다. 해발 4000m에 위치한 네발 무스탕 지역의 경우 이전에 없었던 말라리아, 뎅기열 유행 현상을 정기적으로 겪고 있을 정도다.
 
세계은행은 2030년이 되면 전 세계에서 36억 명에 달하는 인구가 모기로 인한 열대성 전염병인 말라리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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