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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없는' 어린이날…'빨간펜'은 정수기를 팔아야했다

어린이날을 사흘 앞둔 2일 서울 시내 한 장난감 가게를 찾은 시민들이 장난감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어린이날을 사흘 앞둔 2일 서울 시내 한 장난감 가게를 찾은 시민들이 장난감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통계.
유엔인구기금(UNFPA)이 지난달 펴낸 ‘2021년 세계 인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합계 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1명을 기록했다. 조사 대상 198개국 중 2년 연속 꼴찌다. 전체 인구에서 어린이(0~14세)가 차지하는 비율(12.3%)은 처음으로 일본과 공동 꼴찌를 기록했다. 세계 평균(25.3%)의 절반도 못 미친다.

저출산으로 매출 예전같지 않아
히트작 낸 완구업계 1위도 적자
학습지 업체가 정수기 뛰어들어
“시장 트렌드 맞춰 변해야 생존”


 
#현실.
4일 오후 1시. 하교 시간이지만 서울 가락동의 한 초등학교 정문 앞 문방구는 학생들 없이 한가했다. 과자와 아이스크림, 장난감과 문구류 더미 가운데 ‘어린이날 선물 할인’이라고 써붙인 광고 문구가 무색했다. 35년째 문방구를 운영한 김모(68)씨는 “20~30년 전만 해도 학생들이 하교하면서 당연히 들르는 코스라 북적였는데 요즘은 눈에 띄게 줄었다”며 “어린이날 대목은 기대를 접은 지 오래됐다”고 말했다.
 
‘어린이 없는’ 어린이날을 맞는 가게가 부쩍 늘었다. 산업군으로 따지면 어린이가 주 소비층인 장난감ㆍ아동복ㆍ학습지ㆍ과자 업계가 대표적이다. 저출산이 가속한 여파를 가장 먼저 맞았다. 줄어든 어린이 수요로 슬픈 어린이날을 맞은 산업군을 들여다봤다.
 

①직격탄 맞은 완구ㆍ아동복

완구(장난감) 업계는 5월 어린이날 전후가 연 매출의 10~30%를 차지한다. 하지만 전체 파이가 쪼그라들면서 매출이 예전만 못하다. 국내 완구 업계 1위 손오공조차 매출이 2017년 1040억원→2018년 992억원→2019년 734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집콕’ 수요로 매출이 852억원으로 반등했지만 그나마 2년째 적자다. 손오공 관계자는 “‘카봇’ ‘터닝메카드’ 같은 히트 상품을 줄줄이 내도 저출산 트렌드를 거스르기 버겁다”고 말했다.
 
‘아가방’ 브랜드로 유명한 아동복의 대명사 아가방앤컴퍼니의 쇠락도 상징적이다. 아가방앤컴퍼니는 1979년 국내 최초로 창업한 아동복 업체다. 한때 미국ㆍ중국에 진출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저출산 여파로 쪼그라들며 결국 2014년 중국 랑시 그룹에 경영권을 넘겼다. 지난해까지 4년 내리 적자를 기록했다.
 

②교육업계 ‘울상’

줄어드는 학생.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줄어드는 학생.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학생이 주 소비층인 교육업체도 시장 파이가 줄어든 영향을 받았다. 통계청 ‘2019 장래인구 추계’에 따르면 학령인구(만 6~21세)가 2010년 995만명에서 올해 763만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가만히 있다간 매출 감소가 불 보듯 뻔하다.
 
결국 학습지, 어린이 전집 같은 기존 사업으로만 버틸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 학습지 ‘빨간펜’과 ‘구몬학습’으로 유명한 교원그룹은 정수기ㆍ상조 산업에 뛰어들었다. 아예 늘어나는 매출의 절반 이상을 비(非) 교육 부문에서 내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세웠다.
 
‘눈높이’ 학습지로 유명한 대교는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중국ㆍ인도네시아ㆍ인도네시아ㆍ베트남 등 출산율이 높은 국가를 중심으로 법인을 늘리는 추세다. 2006년엔 해양심층수 개발 사업으로도 확장했다. 한 교육업체 관계자는 “대학에서 신입생도 못 채우는 판인데 회원 수가 줄어드는 입시 시장만 매달려선 미래가 없다”며 “성인 교육 등 시장을 넓히거나, 신사업에서 성과를 내거나, 해외로 진출하지 않고선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했다.
 

③우유ㆍ제과 인기도 옛말

2000년 대 초반 열린 '어린이 과자 높이쌓기 대회'. 중앙포토

2000년 대 초반 열린 '어린이 과자 높이쌓기 대회'. 중앙포토

우유는 여전히 ‘키 크는 식품’으로 알려져 어린이 수요가 높다. 한국낙농육우협회에 따르면 학교 급식 우유는 국내 흰 우유 소비의 8.2%를 차지한다. 매년 안정적인 매출을 올려주는 우유업계의 주요 수입원이다. 하지만 학생 수가 줄면 매출도 자연스레 따라 주는 구조다. 학교 급식 우유 시장 점유율 1위인 서울우유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엔 코로나19까지 덮쳐 매출이 전년 대비 60% 이상 떨어졌다”며 “급식 우유 시장에만 매달릴 수 없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지지부진한 과자 시장.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지지부진한 과자 시장.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과자 생산량도 꾸준히 주는 추세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과자 생산 규모는 2015년 2조6816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6년 2조730억원→2017년 2조2348억원→2018년 2조1741억원으로 주저앉았다. ‘스테디셀러’ 새우깡만 해도 1990년대까지 꾸준히 매년 5~10%씩 매출이 불어난 효자 상품이었지만, 2010년 이후론 정체 상태다.

 
저출산이 돌이킬 수 없는 장기 추세인 만큼 줄어드는 시장에서 버티기보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부분 업계가 이미 돌파구를 찾아 나섰다. 애니메이션과 완구를 협업하거나 지식재산권(IP) 시장에서 활로를 찾는 완구 업계, 인공지능(AI) 등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에듀테크’ 교육 상품을 출시하는 교육 업계, 유기농ㆍ건강기능성 제품으로 활로를 찾는 유제품ㆍ제과 업계 등이 대표적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유통학회장)는 “인구가 늘면 자연스레 매출도 따라 오르던 시절은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며 “꼭 저출산 때문이 아니더라도 시장의 최신 트렌드를 좇아 끊임없이 차별화하고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등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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