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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

지난해 최고령 재혼은 98세…80세 이상만 412명 새출발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KBS 1TV의 일일 드라마 ‘속아도 꿈결’은 70대 금종화(최정우 분)와 60대 강모란(박준금 분)의 황혼 로맨스를 다룬다. 60, 70대에 재혼하면서 두 집안이 한 가족이 되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린다. 금종화는 아내와 사별하고 30여년 자식을 홀로 키운 인물이다.
 

60세 이상 황혼재혼 꾸준히 증가
10년 증가율 여성이 남성의 3.7배
“나홀로 100세 시대” 맞기는 고통
“비정규직에서 정규직 된 느낌”

황혼재혼 스토리가 안방극장에 등장할 만큼 인식이 달라졌다고 볼 수 있다. 황혼이혼이 증가하듯 황혼재혼이 늘면서 드라마 소재가 된 듯하다.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기독교상담복지학과 교수는 “공중파 방송이 황혼재혼을 사회현상이라고 보고 그와 관련한 문제를 다루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요즘 50대를 황혼으로 보기에는 이르다. 혼인기간 30년이 넘고 국민연금을 받는 60세 이상을 황혼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황혼재혼 스토리를 다룬 KBS 일일 드라마 ‘속아도 꿈결’의 한 장면. [사진 KBS]

황혼재혼 스토리를 다룬 KBS 일일 드라마 ‘속아도 꿈결’의 한 장면. [사진 KBS]

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60세 이상 황혼재혼 인구는 9938명으로 2010년(6349)보다 57%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혼인(재혼 포함)은 35% 줄었다. 초혼·재혼은 주는데 황혼재혼만 늘어난다. 이호선 교수는 “어떤 커플은 여성이 혼인신고를 원하지 않아 사실혼으로 산다”며 “법적 재혼보다 사실혼 황혼 커플이 서너배 많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왜 황혼재혼이 늘까. 이 교수는 “100세 플러스 시대가 되면서 혼자서 오래 사는 게 고통스럽고 힘들게 됐고, 재혼을 보는 사회 인식이 크게 달라졌다”며 “이미 성인이 된 자녀들이 부모의 재혼을 반대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자녀 행복 못지않게 부모 행복이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동우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기대여명이 길어지면서 혼자 살면 우울증을 비롯한 각종 질병에 걸릴 위험이 있다. 특히 남자는 혼자 사는 능력이 매우 떨어진다”며 “황혼이혼 후 여성들이 결혼을 지긋지긋하게 여기다 새 출발 할 수 있다고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우 교수는 “황혼이혼한 여성들이 ‘결혼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라고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이를 반영하듯 황혼재혼 남성은 10년 새 (4630명→6129명) 32.4% 늘었지만, 여자는 122%(1719명→3809명) 늘었다. 또 자녀 입장에서 황혼재혼이 부모 부양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다. 이동우·이호선 교수는 “부나 모가 이혼 또는 사별해 혼자 살게 되면 자녀가 부양책임을 져야 한다. 특히 아플 경우가 문제인데, 재혼하면 이런 부담이 줄어든다”고 말한다.
 
고려대 대학원(사회복지학과) 하수정씨가 박사학위 논문(재혼의 지속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관한 연구, 2017년)에서 황혼재혼한 50~80대 14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이혼 후 3년 전 7년 연상 남자와 재혼한 57세 여성은 재혼 동기를 이렇게 말한다.
 
결혼 줄고, 황혼재혼 늘고.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결혼 줄고, 황혼재혼 늘고.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혼자보다 둘이 낫고, 지금 혼자 있어 봐야 뭐 할 건데…. 그래도 외로울 때 얘기할 수 있어야죠. 비정규직이었다가 정규직이 된 느낌? 내가 아플 때 보호자가 될 수 있는 거죠. 아팠을 때 의지할 수 있지요.”
 
꿈을 얘기하는 60세 남성도 있다. 5년 전 5세 연하와 재혼했다. 그는 “14~15년 혼자 보내면서 꿈이 없었다. 그냥 될 대로 되라는 식의 삶이었는데 꿈, 목표가 생긴 게 가장 큰 장점이죠.”
 
“혼자 사는 게 보통 일이 아닌 것 같아.”(57세 여성)
 
“남자들은 혼자 못 살아.”(72세 남성)
 
초고령 황혼재혼(2020년).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초고령 황혼재혼(2020년).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연상녀를 선택한 남성도 적지 않다. 1살 연상과 재혼한 남성(59)은 “첫눈에 반했고 사람이 좋아서 (선택)한 거지”라고 말한다.
 
황혼재혼이 경제적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63세 남성은 “서로 이익이 되니까 하는 거지. 나는 아파트 하나 있고, 서로가 경제적인 게 있으면 수월하지”라고 말한다. 61세 여성은 “잘 살지, 깨질지는 경제적인 요인이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다. ‘나도 반, 너도 반’ 냈기 때문에 성공한 거지”라고 평가한다.
 
황혼재혼이 늘면서 75세 이상 초고령 커플도 적지 않다. 지난해 75세 이상 재혼 남성은 781명, 여성은 311명이다. 이 중 80세 이상이 412명이다. 최고령 남성은 만 97.8세에, 여성은 96.2세에 결혼했다. 2019년에는 각각 99.6세, 95.5세였다.
 
황혼 커플은 어디서 만날까. 이호선 교수는 “산악회나 댄스동아리 등의 동호회 모임, 교회 등에서 많이 맺어지는 것 같다”고 말한다. 같은 취미생활이나 종교활동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수정 씨 논문에서 59세 남성은 “집사람이 탁구를 좋아하니까 탁구를 같이 하고 있다. 여행을 좋아하는 것도 잘 맞는다”고 말했다. 평균수명이 늘면서 황혼재혼이 늘 수밖에 없다. 더러는 경제적 여유가 없는 커플이 있다. 이호선 교수는 “신혼부부에게는 주택 지원정책이 있다. 황혼재혼 부부도 집이 필요하고 사회적 지원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연금도 문제다. 이혼하면 연금이 분할되는데, 분할해준 사람(주로 남자)이 숨지면 유족연금이 생긴다. 하지만 분할 받은 사람(90%가 여자)이 숨지면 유족연금이 없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실 박상현 보좌관은 "여성의 황혼 재혼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8년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에서 개선을 권고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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