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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검·경에 수사중지 요구권’…"월권·위법 소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4일 공포한 공수처 사건사무규칙을 두고 법조계 안팎의 논란이 거세다. 특정 조문에 대해선 월권을 넘어 위법 소지가 있단 지적도 나왔다.
 

공수처 내부규칙을 “대통령령” 주장
‘기소 유보부 이첩’ 옥상옥 논란 재연

공수처 규칙이 대통령령?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4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4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공수처는 전날 설명자료를 통해 공수처 사건사무규칙이 “대통령령에 준(準)하는 효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공수처법의 근간이 된 백혜련(더불어민주당) 의원안(案)은 수사처의 조직 및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었으나, 이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수사처의 제도적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수사처 규칙’으로 정하는 것으로 수정돼 의결됐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공수처 규칙은 엄밀히 따지면 대통령령과는 별개의 개념이다. 대통령령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공포된다. 검찰사건사무규칙처럼 부령도 아니다. 공수처장이 스스로 공포하는 내부지침에 가깝다. 법제처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공수처 규칙을 행정규칙의 한 종류로 분류하고 있다.
 
어떤 기관의 규칙이 대통령령과 같은 효력을 갖는 경우가 없는 건 아니다. 국회·대법원·헌법재판소·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규칙의 경우가 그렇다. 하지만 이는 이들 기관이 권력분립에 따른 독립된 헌법기관이어서다. 공수처는 국가인권위원회 등과 같이 법률상 독립기관일 뿐 헌법기관은 아니다. 공수처를 소관부처로 하는 대통령령이 이미 2개나 있기 때문에 대통령령에 준하는 규칙이란 설명 자체가 모순이란 지적도 있다.
 

사법부 판단 필요한 ‘유보부 이첩’ 명문화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이 지난 3월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이 지난 3월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오종택 기자

공수처 사건사무규칙에는 검찰이 반발하는 ‘공소권 유보부 이첩’과 관련한 내용도 담겼다. ‘처장은 해당 수사기관의 수사 완료 후 사건을 수사처로 이첩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25조 2항) 등이다. 그런데 상위법령 어디에도 근거가 없어 학계의 견해가 분분한 데다, 김진욱 공수처장 자신도 지난 3월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는 사법부의 판단, 법원이나 헌재의 판단으로 유효한지 적법한지가 가려질 문제”라고 말했던 개념이다.
 
실제 유보부 이첩 해석은 사법부의 판단을 앞두고 있다. 수원지검이 지난달 1일 공수처의 ‘수사 완료 후 송치’ 요구를 거부하고 직권남용, 허위공문서작성 등의 혐의로 기소한 이규원 검사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의 첫 재판이 오는 7일 열린다. 이 검사의 경우 공수처의 유보부 이첩 주장을 무시한 검찰의 기소가 위헌이라며 지난달 19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대검찰청은 이날 “‘공소권 유보부 이첩’ 등을 담은 ‘공수처 사건사무규칙’은 법적 근거 없이 새로운 형사절차를 창설하는 것으로 적법절차 원칙에 위배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형사사법체계와도 상충될 소지가 크다”고 반발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가 검·경과 대등한 협력관계보다는 자꾸 상하관계로 생각하는 듯하다”며 “불필요한 갈등만 야기하고 정작 해야 할 일에는 장애를 초래해 스스로 득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 규칙으로 타 기관 의무 부여

대검은 4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사건사무규칙에 대한 공식 반대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지난 3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로 검찰 관계자들이 들어가는 모습. 뉴스1

대검은 4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사건사무규칙에 대한 공식 반대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지난 3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로 검찰 관계자들이 들어가는 모습. 뉴스1

공수처 사건사무규칙에는 공수처가 검찰 등 다른 수사기관에 수사 중지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 규정돼 있다. ‘공수처장은 다른 수사기관이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위공직자범죄를 인지해 통보한 경우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해당 수사기관에 수사절차의 진행을 중지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24조) ‘수사처 외의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그 수사기관의 장은 수사를 중지하고 사건을 수사처에 이첩해야 한다’(26조) 등이다.
 
이에 대해 대검은 “대외적 구속력이 없는 내부 규칙인 공수처 사건사무규칙에 국민의 권리, 의무 또는 다른 국가기관의 직무에 영향을 미치는 내용을 규정한 건 우리 헌법과 법령 체계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실무상 불필요한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법조계에도 공수처가 다른 수사기관보다 상급 기관이라고 전제한 내용이라는 평가다. 한 법조계 인사는 “옛날처럼 검찰이 경찰에 수사지휘하듯이 하는 건 곤란하다”며 “일방적으로 수사 중지와 이첩을 요구하는 것보다 협의 절차를 거쳐서 이첩을 결정해야 하고, 이첩받아 사건을 뭉개는 이른바 이첩권 오·남용에 대한 통제 장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소권 없는 사건에 불기소 결정 가능한가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이 지난 2월 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면담을 마친 뒤 밖으로 나오고 있다. 김성룡 기자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이 지난 2월 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면담을 마친 뒤 밖으로 나오고 있다. 김성룡 기자

공수처에 기소권이 없는 고위공직자범죄 사건을 수사 후 검찰에 송치하는 경우에도 공수처가 불기소 결정권 또는 기소요구권을 갖는다고 명시한 것(28조)도 월권 소지가 있단 지적이 나온다. 장영수 교수는 “애초에 검찰개혁의 기본적인 방향성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였기 때문에 공수처에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도 이견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검사나 법관의 비리 외 다른 사건의 기소 여부까지 관여하는 건 공수처법 취지를 무시하고 권한을 확장하는 것으로 위법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대검은 “공수처가 수사 후 검찰에 송치해야 하는 사건에 대해 공수처가 불기소 결정을 하도록 규정한 것은 법률상 근거가 없고, 고소인 등 사건관계인들에게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검사·법관 등의 고위공직자범죄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은 검찰이 아닌 공수처에 영장 등을 신청하도록 한 규칙 25조 3항에 대해서도 “형사소송법과 정면으로 상충될 뿐만 아니라 사건관계인들의 방어권에도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이와 관련, 공수처는 이날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를 방지하기 위하여 공수처에 검사에 대한 공소권이 부여됐고, 대검의 주장은 검사 비위에 대해 검찰에 영장을 신청하라는 뜻으로 검사 비위 견제라는 공수처법에 반한다”며 “헌법재판소는 지난 1월 28일 공수처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명백하게 인정하였는데, 검찰은 헌재의 결정을 도외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공수처의 불기소 결정이 법률상 근거가 없다는 지적에는 “공수처법 제27조는 공수처의 불기소 결정권을 명문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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