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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흔드는 '이건희 컬렉션'…文 한마디에 유치전 불붙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연합뉴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기증한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을 전시할 공간을 마련하라고 지시하면서 전국이 들썩이고 있다. 기증된 미술품만 2만 3000여점으로 국립중앙박물관·국립현대미술관 등에 모두 수용할 수 없어 별도의 전시관 등을 세울 가능성이 높아서다. 각 지자체는 "우리가 적임 지역"이라며 유치 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부산·경남 의령 등 "남부권에 설립해야"

가장 먼저 유치 의사를 밝힌 지역은 부산시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 2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건희 미술관, 부산에 오면 빛나는 명소가 됩니다"라는 글을 올리고 유치 희망 의사를 밝혔다.
박 시장은 서울 등 수도권에 문화시설에 집중된 점을 언급하며 "대한민국 문화 발전을 위한 고인의 유지를 살리려면 수도권이 아닌 남부권에 짓는 것이 온당하다"고 했다. 
 
또 "부산은 국제관광도시로 지정돼 있고 북항 등 새로운 문화 메카 지역에 세계적인 미술관을 유치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유족 의견을 중시해 공간특성, 건축, 전시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미술관을 만들겠다"고 했다. 
박형준 부산시장 페이스북 화면 캡처

박형준 부산시장 페이스북 화면 캡처

 
경남 의령군은 지난 3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 회장의 선대 고향인 의령에 이건희 미술관을 유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령군은 삼성전자 창업주 호암 이병철 회장이 태어난 곳이다. 이 회장도 의령군 정곡면에 있는 친가의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의령군은 호암 이병철 회장 생가 일대에 역사와 문화가 있는 '부자길'로 조성해 관광 명소화했다. 매년 10월엔 호암 이병철 회장을 기리는 '호암문화대제전'도 연다. 
 
의령군은 "이건희 미술관을 유치해 호암문화대제전과 더불어 지역 문화를 한층 도약하는 계기로 삼겠다"며 "인구감소와 노령화의 위기에 있는 지방의 상생 및 균형발전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해 기증의 의미가 더욱 값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허성무 경남 창원시장은 지난 3일 열린 경남지역 현안 간담회에서 "국립현대미술관 창원관을 유치해 그 안에 이건희 미술관을 짓자"고 주장했다.
허 시장은 "수도권과 지방의 문화 양극화를 해소하고 전국적인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국립현대미술관 창원관 건립과 이건희 미술관을 연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과의 인연 앞세워 유치 움직임 

수원시는 삼성과의 인연을 앞세워 미술관 유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수원시에는 삼성전자 본사와 이 회장의 묘소가 있다. 특히 정치권이 적극적이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수원갑) 의원은 최근 수원시에 이건희 미술관 유치에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김 의원 측은 "이 회장의 묘소 인근인 장안구 이목동 64-1일대에 삼성 일가의 땅이 있는데 이 땅을 용도 변경해 이건희 미술관을 유치하면 된다"며 "미술관과 삼성전자의 첨단 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미래기술전시관을 함께 조성해 인근 관광지와 연계하면 관광 코스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원 장안구에서 3선을 지낸 이찬열 전 의원과 경기도 사회통합부지사 등을 지낸 이기우 전 의원 등도 "이건희 미술관은 수원시에 건립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수원시도 4일 염태영 시장 주재로 정례 현안회의를 열고 이건희 미술관 유치를 검토했다. 정부에서 이건희 미술관에 대한 공식적인 발표가 있을 때까지 관련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 박물관 등에 기증되는 '이건희 컬렉션'. 연합뉴스

국가 박물관 등에 기증되는 '이건희 컬렉션'. 연합뉴스

 
이 밖에 이건희 컬렉션 21점을 대구미술관에 기증받은 대구시는 물론, 광주시, 대전시 등도 미술관 유치를 검토하고 있다. 미술계는 "이건희 미술관을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와 정부서울청사 등에 짓자"고 제안한 상태다.
 

국보급 유물부터 국내외 거장 작품까지, 지역 발전 견인 가능

미술관 건립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았는데도 지자체가 유치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지역 발전 때문이다. 이 회장이 기증한 미술품 2만 3000여점은 감정가만 3조원대로, 국보급 유물은 물론 국내외 거장의 작품을 망라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보러 전 세계 사람들이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을 찾는 것처럼 이건희 컬렉션이 곧 지역 관광산업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거다. 여기에 미술관 등 대형사업 유치는 선출직인 단체장이나 정치인의 치적이 된다.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사회학과)는 "기증받은 미술품을 잘 관리하고 보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대형 사업 유치 경쟁은 지역 간 갈등으로 번질 수 있으니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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