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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금 부어 결혼하고 집 사기 거의 불가능…재산 불리기 마지막 수단으로 코인 투자”

[SPECIAL REPORT] 코인 광풍 

“일부에선 차트를 보고 투자한다는 사람도 있는데 주식과 달리 별 의미가 없다. 코인 차트는 그냥 불안을 줄이는 용도 정도인 것 같다. 투자한 코인이 뭔지도 모르고 투자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순전히 운에 좌우되는 도박이나 다름없다.”
 

신규계좌 70% 차지 2030의 항변
“어른들 부동산 투기로 돈 벌어” 반발
“적금 깨 1000만원 넣어 -40%” 한숨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 블로그에 ‘코인 일기’ 쓰고 있다는 20대 후반 회사원 허모씨. 그는 회사 상사가 평소 코인 투자에 열을 올리는 것을 본 뒤 호기심에 자신도 투자를 시작했다. 허씨는 상사로부터 “뭘 알고 하나. 이건 그냥 투기고, 돈이 될 것 같으니 하는거지”라며 “요즘 남들 다 먹는데, 나 혼자 안 먹을 수는 없잖아”라는 말을 들었다. 고민하던 허씨는  최근 시장에서 큰 화제가 된 도지(DOGE) 코인에 20만원만 투자했다. 처음 하는 코인 투자라 무턱대고 큰돈을 넣을 수가 없었다. 그가 도지코인을 선택한 이유는 순전히 테슬라 최고 경영자인 일론 머스크의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허씨는 “테슬라 주식을 조금 가지고 있는데 머스크가 도지코인을 나중에 아들에게 물려줄 거라고 우스갯소리를 하는 것을 보고 선택했다”고 했다. 소액 투자라 큰 부담은 없었고 다행히 100%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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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씨와 반대로 도지코인에 투자했다가 고점에 물려 마음고생을 하는 2030세대도 적지 않다. 지난 4월 중순 업비트를 통해 도지코인을 400원 후반대에 매수한 직장인 박모(32)씨는 최근 300원 초반대까지 폭락하는 바람에 불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박씨는 “주변에서 너도나도 도지코인을 사야 대박이 난다는 말만 믿고 뒤늦게 뛰어들었다”며 “적금 깨고 1000만원을 넣었는데 장부상 손실이 40%를 넘어가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지인 중에 도지코인으로 3배 이상 수익을 본 지인이 있어 위험을 감수하고 적금까지 깼는데 너무 성급했다며 자책하고 있다. 그는 수익이 날 때까지는 ‘존버’(끝까지 버틴다는 뜻의 은어)할 작정이다. 최근 가상화폐 폭락장이 이어지면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박씨와 같은 젊은 세대 투자자들의 하소연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암호화폐 시장이 폭등장을 연출하면서 코인 투자에 뛰어드는 젊은층이 부쩍 늘었다. 수천만원에서 억대의 큰돈을 투자하는 경우도 있지만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 정도로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030세대의 코인 투자 열풍은 최근 늘어난 신규 계좌 개설 현황에서도 잘 드러난다. 국내 최대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에서 코인 거래를 할 때 필요한 케이뱅크 계좌를 새로 만든 가입자가 4월 들어 100만명(18일 기준)을 훌쩍 넘어섰다. 케이뱅크에 따르면 새로 계좌를 만든 가입자의 70%가량은 20~30대다.
 
SNS와 각종 커뮤니티에 코인에 투자했다가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을 벌었다며 자신의 계좌를 인증하는 글들이 퍼지면서 코인 투자 열풍은 더 거세졌다. 특히 지난달 중순 한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는 30대 모 대기업 직원이 자신의 연봉의 수십 배에 달하는 막대한 투자 수익을 올려 최근 퇴사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글이 SNS를 통해 공유되면서 2030세대 사이에서 큰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지난해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 입사한 최모(31)씨는 “암호화폐 투자의 위험성은 젊은 세대도 충분히 알고 있지만, 마지막 재산 불리기 수단이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코인 투자에 뛰어드는 젊은 직장인들이 많을 것”이라며 “아버지 세대 때는 월급 쪼개 적금 부어 결혼 자금도 마련하고 집도 구했다지만 지금은 단지 월급과 저축만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2030세대에선 최씨의 이런 생각이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22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분명히 얘기해줄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모든 것을 챙겨줄 수 없다”며 코인 투자와 관련해 부정적 인식을 드러내자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크게 반발했다.  
 
특히 2030세대 사이에서 반발이 컸다. 자신을 30대 평범한 직장인이라 소개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청원인은 “잘못된 길을 가고 있으면 어른들이 가르쳐줘야 한다고 하셨죠?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왜 이런 위치에 내몰리게 되었을까요?”라며 “지금의 잘못된 길을 누가 만들었는지 가만히 생각해 보시길 바란다. 그 말에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하십시오”라고 적었다. 그는 또 “어른들은 부동산 투기로 자산을 불려놓고 암호화폐는 투기니 그만둬야 한다는 건 부적절하다”고도 했다. 2030세대의 표심에 민감한 정치권도 최근 이들의 코인 투자 열풍 세태를 주시하고 있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왜 2030세대가 암호화폐나 주식에 열광하는지 깊게 고민해야 한다”며 “그들의 삶이 불안하기 때문에 미래 가능성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고성표 기자, 원동욱·정준희 인턴기자 muze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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