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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부터 형평성까지 SNS 폭로…당나라 군대냐, 당당한 군대냐

“당나라 군대(기강이 해이해진 약한 병사들을 비유하는 말)냐, 당당한 군대냐.”
 

“온수 안 나와” “화장실 이용 막아”
젊은 군·경, 문제점 실시간 공개

공정·평등 추구 세대가 만든 흐름
일각“안보 조직 과도한 폭로 자제를”

최근 소셜미디어(SNS)에서 군인들의 잇따른 폭로를 본 40대 남성 김모씨는 30일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내가 군에 있던 시절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요즘 일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젊은 군인·경찰을 중심으로 SNS를 통해 조직 내 불만을 표출하는 현상이 잇따르고 있다. 군인은 ▶휴가복귀 후 격리 장병에게 지급한 부실 도시락 ▶생일자 케이크 예산 1만5000원인데 정작 주는 것은 1000원짜리 빵에 촛불 하나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한 화장실 이용 제한 등의 문제를 제기했다. 경찰은 ▶여경기동대가 야근 등을 덜 하고도 근무 평가가 높다는 형평성 논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 불만 등을 공론화했다. 과거에는 이 같은 내부사정이 드러나는 경우가 드물었으나, 지난해 7월부터 일과시간 이후 군 장병의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허용하면서 ‘실시간 중계’가 활성화됐다.
 
군 장병들에게 제공된 부실 식단. [페이스북 캡처]

군 장병들에게 제공된 부실 식단. [페이스북 캡처]

SNS상에서 내부 폭로가 벌어지는 가장 큰 이유로는 ‘빠른 시정’이 꼽힌다. SNS를 통해 이슈화하면 문제가 빨리 해결된다는 것이다. 육군 관련 소식을 공유하는 민간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의 관리자는 지난달 25일 “보고하면 일주일, 제보하면 3시간”이라는 글을 올렸다. 12사단 예하부대 병사가 “일주일째 온수가 나오지 않아 산속 오지에서 기약 없는 찬물 샤워만 하고 있다”고 24일 이 페이지에 하소연하자 그날 밤 온수가 나오더라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씁쓸함을 표현한 것이다. 이런 변화를 두고 “합리성·공정성을 추구하는 세대가 만든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일각에선 “안보와 기강이 중시되는 조직인 만큼 과도한 폭로는 자제해야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직 군인 A씨(30)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젊은 병사들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은 민간사회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반면, 규정과 시스템은 바뀌지 않고 간부들의 눈높이 또한 문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SNS에서 이뤄지는 내부 폭로에 대해선 “문제가 공론화되면서 병사들 복지나 생활여건 향상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긍정적 변화로 본다”며 “앞으로는 군이 자체적으로 국민적 눈높이에 맞춰 사전 점검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SNS에서 군 관련 폭로가 이어지면서 논란이 되자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일부 부대에서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한 조치과정 중 발생한 격리 장병 급식 부실, 열악한 시설제공 등으로 큰 심려를 끼쳤다”고 사과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9일 “군 훈련소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나서겠다”며 “특히 감염병 예방을 목적으로 훈련병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있지 않은지 등을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뿌리 깊은 계급·상명하복 문화와 충돌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캡처]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캡처]

경찰의 경우 ‘여경기동대 무용론’ 등 남녀차별에 대한 불만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등에 올라왔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남경·여경 기동대가 맡은 역할과 임무가 다르다”고 해명했다. 한 20대 경찰관은 “젊은 경찰은 대부분 하위직이니 문제 제기가 부담스럽다”면서 “하지만 SNS에서 익명으로 하는 이야기들이 공론화되고 윗선이나 기관 차원에서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니 폭로가 잇따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책임자급 경찰 관계자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간부 B씨는 “젊은 직원들이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창구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그래야 조직이 발전적으로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간부 C씨는 “내부적 논의를 거쳐 해결법을 찾는 과정에서 자생력도 길러질 것”이라며 “인터넷 폭로가 답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입을 모은다. 군인권센터 관계자는 “내부 기능의 마비로 신고해봤자 통하지 않으니 외부에 알리고 싶어 하는 것”이라며 “병사들은 상부에 보고해도 해결되는 게 없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인권위나 권익위 등 외부 기관에 진정을 넣는 경우 절차가 간단치 않고 시간은 수개월씩 걸리기 때문에 SNS라는 빠른 경로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 조직이 그동안 계급과 상명하복이 도드라지는 문화를 갖고 있던 것에 반해 젊은 층은 평등·공정·투명과 같은 키워드를 체화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문화 지체 등 충돌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지혜·권혜림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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