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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코인 열풍, 발은 담그되 풍덩 뛰어들지 말라

기자
신성진 사진 신성진

[더,오래] 신성진의 돈의 심리학(94)

돈, 어떻게 투자하고 계시나요? 2020년은 ‘주식의 해’, 2021년은 ‘암호화폐의 해’라고 합니다. 코로나 위기로 폭락했던 한국주식시장이 동학개미의 참여로 종합지수 3000을 넘어서는 역사를 만들어낸 2020년 3월에서 2021년 초 까지는 말 그대로 ‘주식투자의 시간’이었습니다. 주식 투자를 하지 않던 사람, 주식시장을 떠났던 사람이 계좌를 오픈하고 주식투자를 시작했습니다.
 
2021년 주식시장의 열기가 식어가면서 암호화폐가 관심을 끌어모았습니다. 2020년 4월 25일 7543 달러였던 비트코인이 12월에 2만 달러를 넘었고, 1월 말 3만4361달러, 2월 말 4만5260달러를 찍더니 4월에는 최고 6만3588달러로 치솟았습니다. 1년 만에 가격이 8배가 넘게 올랐습니다. 엄청난 상승이지만 코인 업계에서는 그리 큰 이야깃거리가 아닙니다.
 
최근 천정부지로 가격이 치솟은 도지코인은 비트코인을 위시한 암호화폐 시장의 열풍을 풍자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사진 pixabay]

최근 천정부지로 가격이 치솟은 도지코인은 비트코인을 위시한 암호화폐 시장의 열풍을 풍자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사진 pixabay]

 
최근 언론에 자주 언급되는 도지코인은 비트코인을 위시한 암호화폐 시장의 열풍을 풍자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일론 머스크가 “아들에게 주려고 채굴기를 샀다”, “스페이스X가 도지코인을 달 위에 놓을 것”이라는 등의 말을 하면서 폭등했습니다. 하루 만에 가격이 두 배, 일주일에 4배가 뛰기도 하고 순간 폭락하기도 합니다. 도지코인 거래금액이 2021년 4월 23일 하루 14조 9017억원으로 유가증권 시장 전체 거래대금 14조5799억원을 넘었습니다. 2020년의 주식시장, 2021년의 코인 시장은 물론 다릅니다. 하지만 그 엄청난 변동성과 시장에 진입하는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버블’과 ‘투기’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됩니다.
 

튤립 버블과 닷컴버블

튤립 버블은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벌어진 투기로, 사실상 자본주의 최초의 버블로 자주 언급됩니다. 부유해진 금융가를 중심으로 새로운 투자대상을 찾던 사람들은 ‘튤립’에 주목하게 됩니다. 당시 부의 상징으로 통했던 튤립을 잘 키우면 큰돈을 벌 수 있었고, 희귀한 변종 가격은 엄청나게 치솟았습니다. 버블의 정점기였던 1936년 가장 비싸게 팔렸던 ‘황제’라는 튤립은 한 뿌리의 가격이 2500길더였습니다. 당시 숙련된 장인의 10년 치에 소득에 해당하는 돈이었다고 합니다.
 
조금만 생각해도 황당한 이 버블은 1937년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고 ‘단순한 꽃을 이렇게 비싼 가격에 살 필요가 있나?’라는 깨달음에 무너지게 됩니다. 대부분은 최고 가격의 1~5%대로 폭락하고 맙니다. 역사상 최악의 폭락인 것 같습니다. 미국 대공황 때도, 2008년 금융위기에도 이렇게 폭락하지는 않았으니까요.
 
닷컴버블은 튤립버블만큼 황당하지는 않지만 미국 등 세계 여러 국가에서 1995년과 2000년 사이에서 발생한 투기 현상입니다. 우리는 IT버블이라는 표현을 주로 쓰고 있죠.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글로벌 금융 시장에 가장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 사건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미국, 독일, 한국이 심했었죠. 한국에서는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김대중 정부가 벤처기업 육성책을 쏟아내기 시작하면서 급격하게 IT버블이 타올랐습니다. 인터넷 등 IT산업이 신경제, 신산업으로 주목받고 바이코리아 펀드 등 애국 마케팅 자금까지 유입되면서 벤처기업, IT라는 말만 붙어도 주가가 올랐습니다. 골드뱅크, 드림라인, 로커스 등 인기를 끌었던 회사가 사라졌습니다. 투자자들 상당수가 돈을 잃고 다시는 투자하지 않겠다면서 주식시장을 떠났습니다.
 
버블은 지나놓고 보면 그 어리석음과 황당함이 보이지만 버블 과정에서는 그것을 깨닫지 못합니다. 한낱 꽃을 그렇게 비싼 가격을 주고 산다는 것, 매출도 구체적인 사업 계획도 없는 회사를 검증하지 않고 산다는 것은 지나놓고 보면 너무 어리석어 보입니다. 탐욕과 두려움이 우리의 이성을 마비시키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돈에 대한 탐욕과 부의 대열에서 소외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늘 시장에서 거품을 만들어 내고 희생양을 양산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투자와 투기는 다릅니다. 투자는 투자자에게 공부하라고 하고, 시간을 투자하라고 합니다. 어떤 기업이 좋은 기업인지, 어떤 산업이 미래를 이끌어갈지 공부하라고 합니다. 평생 함께할 만한 기업을 고르고 선택한 그 기업과 함께 성장하라고 합니다.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시간이 지나면 열매를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투자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진부합니다. 시장에 남아있으면서 두려움을 견뎌야 하고, 유혹을 이기고 인내해야 한다고 합니다.
 
튤립 버블은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벌어진 투기로, 사실상 자본주의 최초의 버블로 자주 언급되고 있다. [사진 pxhere]

튤립 버블은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벌어진 투기로, 사실상 자본주의 최초의 버블로 자주 언급되고 있다. [사진 pxhere]

투기는 ‘지금’ 돈을 넣으라고 합니다. 이 시간을 놓치지 말라고 하고, 다음 기회가 없다고 합니다. 투기가 들려주는 스토리는 아주 매혹적입니다. 빠르고 크고 강력합니다. 연평균 수익률 10%를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따블, 따따블을 외치고, 인생을 바꾸는 것을 꿈꾸라고 합니다. 적은 돈으로 인생역전을 이룬 사람의 스토리가 들려오고 지금 이 순간을 놓치면 다시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밀려옵니다.
 
주식이라고 투자이고 암호화폐라 투기인 것은 아닙니다. 주식투자를 투기처럼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투자의 원칙을 가지고 투자하는 것도 아니고 공부를 하지도 않습니다. 누가 좋다고 하면 덥석 물었다가 또 쉽게 또 오를 다른 종목을 찾곤 합니다.
 
암호화폐 투자를 한다고 탐욕에 물든 투기는 아니겠죠. 모두가 공부나 원칙 없이 투자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조금 다른 것은 분명히 보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암호화폐전문가로 방송에 자주 출연하는 고란 기자는 방송에서 “저는 암호화폐 투자를 하는 사람입니다. 제가 투자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시고 제 말을 들어주시기 바랍니다”고 말합니다. 좋은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버블과 투기의 시대에도 돈을 번 사람이 있습니다. 코인 열풍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들은 발을 담그지만 풍덩 뛰어들지는 않았던 사람입니다. 두려움과 탐욕이 있는 사람으로서 애매한 타협 같지만 내 재산 전체를 게임이나 도박 같은 자산에 올인하는 위험은 거부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지인 중에 암호화폐를 ‘투자’하듯이 매매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비트코인을 비롯해 몇 가지 종목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하면서 삽니다. 월급이 들어오면 일정 금액을 지속해서 투자합니다. 그리고 가격이 좀 오르고 내리더라도 쉽게 팔지 않습니다. 세상의 변화에 성공의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알고 투자를 하지만 변동성이 심하고 위험한 자산에 과도한 금액을 투자하지는 않습니다. 이들에게는 안전하게 성장하고 있는 핵심 자산이 따로 있습니다. 이들은 코인 투자를 하고 있지만, 정신도 자산도 건강하고 자기의 일도 멋지게 해냅니다. 저는 이런 모습이 좋아 보입니다.
 
언젠가 어떤 모습으로든 이 열광은 끝날 것입니다. 그때 아픈 사람이 많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재무심리센터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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