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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능보다 속도”…수학으로 본 백신 정책 논의한 뉴노멀포럼

29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600주년기념관에서 '백신의 과학과 포스트 코로나' 포럼이 열렸다. 발제자로 나선 국가수리과학연구소 감염병연구팀의 손우식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이가람 기자

29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600주년기념관에서 '백신의 과학과 포스트 코로나' 포럼이 열렸다. 발제자로 나선 국가수리과학연구소 감염병연구팀의 손우식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이가람 기자

“백신 접종률이 높아진다고 해서 감염재생산지수가 자연스럽게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 감염병연구팀의 손우식 박사는 29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6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백신의 과학과 포스트 코로나’ 포럼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확진자 1명이 추가로 바이러스를 감염시키는 사람수를 나타내는 ‘감염재생산지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손 박사는 “감염재생산지수는 1을 기준으로 앞으로도 증가와 감소 패턴을 반복할 것이다”며 “집단면역이 달성되기 전까지 사회적 거리두기와 개인방역수칙은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팬데믹 이후 한국사회 뉴노멀 현상과 대응’을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은 감염병을 연구하는 수리과학자, 의학자, 인문사회과학자들이 여러 학문적 시각에서 백신을 둘러싼 여러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한국복잡계학회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공동주최하고 한국사회학회·한국정치학회·한국사회복지학회가 공동주관했다.
 

효능 낮은 백신도 빨리 맞아야 감염자 수↓

29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600주년기념관에서 '백신의 과학과 포스트 코로나' 포럼이 열렸다. 이가람 기자

29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600주년기념관에서 '백신의 과학과 포스트 코로나' 포럼이 열렸다. 이가람 기자

이날 포럼에서는 성공적인 방역을 위한 조건으로 ‘백신 접종 속도’와 ‘백신 접종률’이 강조됐다. 지난 2월 26일 첫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우리나라는 28일 0시 기준 누적 1차 접종 완료자가 전 국민의 약 5.0%인 258만6769명을 기록했다.
 
백신 접종 속도에 관한 발제를 맡은 손승우 한양대 응용물리학과 교수는 “화이자와 모더나의 경우 94~95%의 효능을 보이고 아스트라제네카(AZ)는 그보다 낮은 70% 수준으로 보고됐다”며 “AZ 백신의 경우 낮은 효능과 부작용 등으로 기피하는 경향이 있지만, 백신 접종속도가 빠르다면 효능의 격차는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효능이 떨어지는 백신이라도 전 국민이 빠르게 백신을 접종하면 감염자 수 감소에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게 손 교수의 설명이다.
 

“백신 물량 확보 위해 강제실시권 발동해야”

29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6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백신의 과학과 포스트 코로나' 포럼 포스터.

29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6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백신의 과학과 포스트 코로나' 포럼 포스터.

백신 접종 속도를 늘리기 위해서는 충분한 백신 물량 확보가 중요한 만큼 이날 포럼에서는 대안으로 ‘강제실시권(compulsory license)’이 제안됐다. 토론자로 나선 오주환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는 “백신 접종률이 증가할수록 코로나19 신규환자와 중환자, 사망자 모두 감소하기 때문에 접종 속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며 “이를 위한 백신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복지부 장관과 외교부 장관은 백신에 대한 강제 실시권을 발동해 백신 국내 생산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제실시권은 개별 국가가 비상사태 때 특허권을 가진 제약회사의 동의 없이 백신을 생산하고, 추후 그에 합당한 보상을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명시된 권리로서 국제법적으로 위법은 아니다. 이어 오 교수는 백신 접종 역량을 높이기 위해 건강보험재원 일부를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건강보험 예산의 2%인 약 1조원을 예산제 방식으로 대한의사협회에 제공해 지역사회의 1차 의료진을 백신 접종과 자가격리 인력으로 활용해 현재 보건소 중심의 업무 부담량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백신 둘러싼 건강불평등 문제도 해결해야”

29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600주년기념관에서 '백신의 과학과 포스트 코로나' 포럼이 열렸다. 이가람 기자

29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600주년기념관에서 '백신의 과학과 포스트 코로나' 포럼이 열렸다. 이가람 기자

이날 포럼에서는 사회학자와 사회복지학자 등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전문가들이 토론에 참여해 ‘K-방역’에 대한 다각적인 논의를 이어갔다. 김민아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백신을 둘러싼 건강불평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김 교수는 “사회적 약자들은 백신이라는 자원이 분배되고 논의되는 과정에서 소외되기 쉽다”면서 “탈시설 장애인이나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장애인들은 백신 접종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백신 접종 과정에서 누구의 삶도 덜 가치 있게 여겨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원재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현재 K-방역을 둘러싼 논쟁들은 정책 논의보다는 정치 갈등에 가깝다”며 “방역과 질병 확산 방지를 위한 책임과 권한을 전문가에게 일임하는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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