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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귀여운 할아버지' 모시기, 가족 협력 돌봄으로 해결

기자
양은심 사진 양은심

[더,오래] 양은심의 도쿄에서 맨땅에 헤딩(56)

책 '황홀한 사람' 표지. [사진 청미출판사]

책 '황홀한 사람' 표지. [사진 청미출판사]

 
‘코로나 시대, 고령의 부모 모시기’에 대한 글을 쓰자고 마음먹던 차에 한국에서 일본 소설이 번역 출판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황홀한 사람(청미출판사)』이다. 치매에 걸린 시부모를 모시는 내용이다. 1972년에 출판된 책. 약 50년 전이다. 이 책은 일본의 노인 돌봄 문제 해결의 기폭제가 되었다고 한다. 50년 빨리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완벽한 해결이란 있을 수 없다. 며느리의 역할로 여겨지던 1970년대에 비해 아들과 딸이 돌보는 집이 늘었고, 노인 돌봄 시설 이용률이 높아졌다는 게 큰 변화라면 변화다. 그러나 아이 낳고 키우는 일이 영원한 테마이듯, 고령의 부모를 모시는 일 또한 영원한 가족의 테마다. 사회 제도를 빌린다고 할지라도.
 
넷플릭스에서 ‘나빌레라’라는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다. 70대 노인이 어렸을 적부터 동경하던 발레를 배우고 무대에 서고 싶다는 소망을 키워나가는 내용이다. 단순히 꿈을 좇는 내용이다 싶었는데 최근 방영된 편에서 주인공이 알츠하이머라는 사실이 전해진다. 주인공은 부지런히 메모하며 일상을 붙잡으려 하나 노력에는 한계가 있다. 남편이 알츠하이머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 병원을 찾아 자신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부인의 행동이 의미심장하다. 자식들이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 궁금하다.
 
70대 노인이 어렸을 적부터 동경하던 발레를 배우고 무대에 서고 싶다는 소망을 키워나가는 내용의 드라마 '나빌레라' 주인공 박인환. [사진 tvN]

70대 노인이 어렸을 적부터 동경하던 발레를 배우고 무대에 서고 싶다는 소망을 키워나가는 내용의 드라마 '나빌레라' 주인공 박인환. [사진 tvN]

 
우리 집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결혼 후 시부모와 같이 살았다. 시모는 수년 전 세상을 떴고 93세의 시부가 남았다. 책임감이 강한 시부는 남편으로서 책임이 끝났다고 생각해서인지 정신줄을 살짝 놓아버렸다. 단기 기억장애이다. 치매 초기에는 불같이 화를 내곤 했다. 식사도 기분 내키는 대로였다. 건강 걱정을 하면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며 거부했다. 종일 누워 지냈다. 그러다 보니 체력이 떨어졌다. 화장실 실수를 하기 시작했다. 다리에 힘이 없기 때문이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구청 복지과에 전화를 걸어 상담하고 서비스를 받기 시작했다. 요양 보험이 적용된다. 몇 개월의 시간을 들여 시부 돌봄 시스템을 구축해 나갔다. 나를 중심으로 남편과 두 아들, 요양사, 주간보호센터, 한 달에 두 번 내과의 왕진까지 들어있다.
 
우리 집 돌봄 포인트는 체력을 유지해 화장실 출입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 문제만 해결된다면 다른 것은 소소한 일로 여겨졌다. 아직도 실수한다. 소변 실수는 매일, 대변 실수는 가끔이다. 그러나 대변 실수가 가끔이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리고 하나 더 다행인 것은 시부가 치매 때문인지 ‘귀여운 할아버지’가 되었다는 점이다. 치매에 걸리기 전에는 불같고 까탈스러운 성격이었다. 그대로였다면 우리 가족도 지금처럼 모시지는 못했을 것이다. 시부는 요양사나 주간보호센터 담당자에게 인기도 좋다. ‘고맙다’는 말을 자주 한다고 한다. 그런 시부도 처음에는 요주의 인물이었다.
 
종종 요양사로부터 이런 말을 듣는다. 이 집처럼 온 가족이 협력하는 집도 드물다고. 그럼 우리 가족이 어떻게 역할 분담을 하고 있는지 소개해 본다.
 
남편.휴일에 시부를 책임진다.
큰아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의 요양사가 오기 전 준비 담당.
둘째 아들. 주간 보호 센터에서 돌아오는 할아버지 마중하기.
나. 돌봄에 관한 총괄 책임. 가족이 하는 일 외의 일들.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돌보는 사람과 돌봄을 받는 사람 모두가 행복한 상태다. 당사자가 고집을 부린다고 건강을 해치는 생활 습관을 방치하라는 것이 아니다. [사진 pxhere]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돌보는 사람과 돌봄을 받는 사람 모두가 행복한 상태다. 당사자가 고집을 부린다고 건강을 해치는 생활 습관을 방치하라는 것이 아니다. [사진 pxhere]

 
코로나 시대의 노인 돌봄. 재택근무가 늘고 온라인 수업이 이어지고 있다. 가족 모두가 참가하면 무거운 짐이 가벼워진다는 걸 깨달았다. 누구 한 사람의 일로 정해버려서는 힘들다. 하나를 넷으로, 셋으로, 둘로 나누어 협력하면 가벼워진다.
 
돌보는 사람이 쉬는 시간을 확보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해보면 안다. 이는 육아의 피로와도 같다. 일주일에 하루만이라도, 한두 시간 만이라도 온전히 쉬고 싶은 소망. 쉬는 시간에는 맡긴 사람을 전적으로 믿고 걱정을 접는다. 처음부터 나만큼 잘하기를 기대하지 말자. 기다림이 필요하다. 살림해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시작부터 다르다. 그러나 점점 익숙해지고 잘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돌보는 사람과 돌봄을 받는 사람 모두가 행복한 상태가 아닐까 싶다. 나라면 어떨까를 염두에 두되 돌봄을 받는 사람이 편안한 상태를 우선할 것. 돌보는 사람에 대한 배려, 돌보는 사람끼리의 배려도 중요하다. 편안한 상태란 당사자가 고집을 부린다고 건강을 해치는 생활 습관을 방치하라는 것이 아니다.
 
시부의 예를 들면 종일 누워지내려 했다. 주간보호센터도 가기 싫어했다. 집 밖에 나가는 것 자체를 거부했었다. 그걸 받아들이고 두었다면 지금쯤 병원에서 누워있거나 저세상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우리 가족은 요양사의 도움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버거울 때는 사회 제도와 요양사의 힘을 빌리자.
 
모든 사람이 가능한 한 정들고 편안한 내 집에서 살고 싶다. 이 말의 궁극적인 의미는 ‘잠만큼은 내 집에서 자고 싶다’가 아닐까 싶다. 주간보호센터를 이용하더라도 해가 저물면 내 집에서 잠드는 생활. 코로나 시대. 가족이 협력하는 돌봄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보면 어떨까 싶다.
 
한일자막번역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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