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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호의 시시각각] 백신 외교엔 반도체로 맞서자

미국 국무부 코로나 백신 조정관으로 임명된 게일 스미스 전 국제개발처(USAID) 처장이 지난 5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발언하고 있다. 사진=미 국무부 제공

미국 국무부 코로나 백신 조정관으로 임명된 게일 스미스 전 국제개발처(USAID) 처장이 지난 5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발언하고 있다. 사진=미 국무부 제공

"백신으로 정치를 해선 안 된다." 지난달 16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도쿄에서 서울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일본 기자들에게 강조한 내용이다. 자국산 시노백을 앞세워 곳곳에서 백신 외교에 한창이던 중국을 겨냥한 날 선 공격이었다. 중국이 백신 대가로 파라과이엔 대만과의 단교를, 브라질엔 화웨이 수입금지 중단을 요구했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미국 내에선 비난 여론이 들끓던 터였다.

미, 조정관 임명하며 백신 외교 시작
화이자 백신도 언제 올지 기약 없어
반도체 투자 카드로 백신 확보해야

그랬던 블링컨 장관이 20일만인 지난 5일, 국무부 내에 코로나 백신 조정관 자리를 만들어 게일 스미스 전 국제개발처(USAID) 처장을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미국도 백신 외교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총인구 3억2800여만명인 미국이 확보한 백신은 12억 1000만 회분. 여기에 13억 회분을 더 살 계획이어서 전체 구매량은 25억 회분을 넘게 된다. 미국인 모두가 7번을 맞고도 남을 분량이다. 바이든 정부 역시 정치적으로 남는 백신을 활용하려 할 게 틀림없다.
지난 25일 정부가 화이자와 백신 2000만명분(4000만 회분)을 계약했다고 밝혔지만 언제 배달될지 확실한 기약이 없다. 들어와야 들어오는 거다. 이런 터라 곧 본격화될 미국의 백신 외교를 무시할 처지가 못 된다. 한국전에 이어 베트남·이라크에서도 미국과 함께 싸운 한국인지라 혈맹 프리미엄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 들어 뚜렷해진 친중 노선 탓인지 반응은 차디차다. 거듭되는 백신 스와프 요청에도 조 바이든 대통령은 "다른 나라에 보낼 만큼 백신이 충분하지 않다"고 거절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옆 나라인 멕시코·캐나다엔 각각 250만, 150만 회분의 아스트라제네카를 지원한다. 이런 행태로 봐선 미국은 특수 관계를 맺은 나라부터 챙길 게 분명하다. 때문에 중국 견제를 위해 손잡은 일본·호주·인도 등 쿼드(Quad) 국가가 1순위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다른 건 몰라도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정의용 외교부 장관의 말은 진실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미국이 문재인 정권 치하의 한국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제대로 깨닫는다면 그나마 다행일 것이다.
어쨌거나 현 상황은 쿼드 가입에 미적대던 정부만 욕한다고 풀릴 문제가 아니다. 국제사회만큼 '기브 앤 테이크 (give and take)'가 확실한 곳도 없다. 우리도 반대급부를 줘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측면에서 요긴한 카드가 바로 반도체다. 지금 미국은 세계 최정상 국의 자리를 놓고 중국과 사실상의 전쟁 상태다. 엄청난 살상력 탓에 핵보유국 간의 전쟁은 양쪽 모두에게 자살 행위다. 이 때문에 미·중은 자신들의 국운이 걸린 '테크노 전쟁 (techno war)'에서 사력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반도체 강국 한국의 영향력이 적잖다는 점이다. 반도체에 관한 한 한국은 더는 고래 사이에 낀 새우가 아니다.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상어쯤 된다. 한국의 반도체 기업이 어디에 투자할지에 따라 미·중 간 테크노 전쟁의 향방이 결정될 수 있다. 지난 12일 바이든 대통령이 영상 '반도체 정상회의' 열어 삼성 등 반도체 기업 대표에게 미국 투자를 강력히 요청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의 경우 바이든의 요청에 화답하는 차원에서 올 하반기에 20조 원 이상의 반도체 투자를 미국에 쏟아붓기로 했다고 한다. 
숙고 끝에 내린 방향일 것이다. 다만 나라 전체로 보면 이렇듯 중요한 카드를 너무 쉽게 내주는 것 같아 아쉽기 짝이 없다. 예로부터 대기업의 해외 투자는 중요한 외교 수단이었다.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큰 한국도 그러지 말라는 법이 없다. 우리도 반도체 투자 및 기술 이전을 중요한 전략무기로 써야 한다. 그러려면 한 가지 조건이 있다. 정부와 기업이 합심해야 한다는 거다. 지금처럼 기업을 홀대하는 풍토에선 칼과 방패를 잃게 된다는 점을 현 정권은 명심해야 한다.
   남정호 칼럼니스트

남정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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