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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내줄거냐” “입 닥쳐라”…여권 부동산 정책 갈등 증폭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왼쪽에서 둘째)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비대위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왼쪽에서 둘째)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비대위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이 23일 부동산 특위를 본격 가동했다. 이날 오후엔 국회에서 부동산 정책과 관련한 당의 입장을 결정할 부동산특별위원회(위원장 진선미 의원) 첫 간담회를 열고 당내 의견 조율에 나섰다. 특위는 4·7 재·보선 참패 이후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 당내에서 백가쟁명식 논의가 쏟아지자 윤호중 신임 원내대표가 “특위에 의견을 제출하고 그 안에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자”며 설치한 기구다.
 

엇갈린 주장에 갈피 못잡는 당정
보선 참패 직후 “정책 보완 시급”
수도권 의원들 “종부세 완화” 주장

친문 강경파 “훼손 안 돼” 강력 제동
김 총리 후보도 “잘못된 신호 우려”
당 정책위 “세금 완화 검토한 적 없다”

민주당이 재·보선 참패 후 곧바로 부동산 특위를 구성한 것은 “부동산 민심을 잡지 않고서는 내년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에서 또다시 패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민심 이반이 재·보선 참패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혔다는 점에서다. 특위는 이날 간담회에서 의원 15명을 특위 위원으로 참여시키기로 했다. 국회 정무위·기획재정위·국토교통위·행정안전위 등 4개 상임위 위원장과 간사가 포함됐다. 부동산 정책 관련 상임위가 전부 참여하는 만큼 부동산 세제·대출·공급 등을 망라한 정책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실제로 선거 패배 직후 당내에선 부동산 정책의 수정과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당대표 후보로 나선 홍영표 의원은 지난 14일 “저는 (1가구 1주택자 종부세 부과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불씨를 당겼다. 노무현 정부 때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이광재 의원도 지난 18일 “종부세 부과 대상을 1%에 맞추면 좋지 않을까 싶다”고 가세했다.
 
민주당 정무위 간사인 김병욱 의원은 지난 20일 종부세 부과 기준을 상향 조정하고 재산세율을 일부 인하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 국토위 간사인 조응천 의원도 이 법안에 서명했다. 정청래 의원은 공시지가 합산액 12억원 이하인 2주택자에 대해 양도세 중과를 면제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당내에선 특히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정책 보완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과거 열린우리당도 결국 부동산 때문에 정권을 내주지 않았느냐”며 “공개적으로 대놓고 말하진 않아도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의원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엔 “성급한 정책 변경 논의가 그동안 어렵게 추진해 온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적잖다. 일단 총대는 친문 강경파가 멨다. 당장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 출신인 진성준 의원이 “부동산 양극화 극복에 역행하는 부자 감세는 안 된다”며 정책 수정론과 각을 세웠다.
 
당내 진보 그룹인 민평련 소속 의원들도 정책 기조를 유지하자는 입장이다.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우원식 의원은 이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당에서 논의하되 (부동산 정책) 기조는 훼손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소병훈 의원은 지난 22일 트위터 글에서 “부동산 문제는 문재인 정부 들어 어렵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며 “더 이상 부동산과 관련해 쓸데없는 얘기는 입을 닥치길 바란다”는 격한 표현까지 썼다.
 
김부겸

김부겸

정부에서도 급격한 방향 전환이 시장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는 이날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현재까지 우리 정부가 유지해 온 원칙을 쉽게 흔들어버리면 부동산 시장 전체에 잘못된 메시지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이날 페이스북에 “(일부 언론이) 제가 2주택자 보호와 종부세 완화에 동의했다는 식의 잘못된 보도를 하고 있다”며 “부동산 불로소득은 철저히 제재해야만 작금의 망국적 부동산 투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적었다.
 
여권 내부에서 혼선 조짐마저 보이자 당 지도부는 신속한 교통정리에 나섰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여영국 정의당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부동산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준다는 얘기는 공식적으로 나간 적이 없는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 정책위도 이날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민주당이 종부세·양도세 완화를 검토하기로 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논의를 앞두고 당내에선 “최소한 1주택자의 세 부담은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는 게 의원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종부세가 당초 노무현 정부에서 상위 1%의 초호화 주택 소유자를 겨냥해 설계된 만큼 공시지가가 크게 오른 상황을 반영해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게 현재 9억원인 1주택자 기준 종부세 부과 기준을 올리는 방안이다. 2009년 이후 12년째 기준이 바뀌지 않은 만큼 집값 급등 상황을 반영해 종부세 부과 대상을 줄이자는 주장이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이 지난 20일 국회에서 “상향 조정을 검토할 여지를 짚어보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에 대해서는 부정적 인식이 많다. “정부 부동산 정책의 골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유동수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도 이날 간담회 직후 “양도세까지 가기는 좀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당 주변에선 “부동산 정책의 수정 폭은 결국 당 쇄신 의지에 달렸다”는 말도 나온다. 국토위 관계자는 “부동산 가격이 너무 올라 어떻게든 세율을 건드려야 한다는 데는 대부분 동의한다”며 “하지만 정부 정책을 뒤집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상당한 것 같고 강성 지지층들의 반발도 커서 당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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